바람이 불어 돛을 펼쳤다

4월 22일 일상 누적

by 영화로운

거의 회복한 것 같았던 남편은 결국 회사에 출근하지 못했다. 출근을 앞둔 새벽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왔다 갔다 했다. 설핏 잠든 순간에도 미간에 주름이 지도록 찌푸리고 있었다. 그냥 누워 있는 사람의 심장박동이라곤 볼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그래도 어떻게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하고 나가더니, 결국 사무실 건물 문 앞에서 다시 무너지고 말았다.


병원에 가서 중증 우울감과 불안으로 진단받고 약을 처방받았다. 일단 휴가를 냈고, 아마 휴직을 하거나 결국 퇴사를 하게 될 것이다. 사람을 이 정도로 병들게 만드는 회사라니, 심신이 누구보다 단단하고 강한 사람을 이렇게나 흐물흐물하게 만들 수 있다니. 여기에 꽤 잘 보았다고 생각했던 면접에 탈락한 소식까지 더해져, 더더욱이나 마음이 구겨진 상태가 되었다. 다행히 동굴 속에 숨진 않았다. 산에 오르러 일부러 나가고, 청소를 하고면서 몸을 움직여 에너지를 더하고는 있지만, 말로 다 하지 않는 그 속이 어떨지.


마음이 아픈 것과 동시에 현실적인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아마 당분간 한 사람 분의 수입이 없어질 것이다. 저축은 당분간 별로 못할지도 모르지만 다행히 대출원리금 내고 관리비 내고 생활비까지는 커버 가능할 것이다. 아마 그동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수도 있다. 그게 잠깐일지, 아니면 좀 오랜 시간 동안 그렇게 될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다. 아마 가족들한테는 이런 말을 하진 못하겠지. 나는 우리 둘을 지키기 위해 단단해지기로 마음먹었다.


회사에서 벗어난 남편은 분명 좋아질 것이다. 건강을 되찾고, 마음도 편안해질 것이다. 약도 먹고 그곳을 벗어나고, 시간이 지난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이건 확실하다. 어쩌면 이 전보다 더 좋은 직장에 이직할 수도 있고, 더 많은 돈을 벌 수도 있다. 어쩌면 그 반대일 수도 있다. 이 '어쩌면' 이라는 것이 예측이 불가한 것이다. 통제 가능한 것은 지금으로서는 나 자신뿐이다. 이 상황으로 일어나는 내 안의 걱정과, 불안과 답답함을 잠재울 수 있는 것은 내가 잘 버티는 것뿐이다. 내 일을 열심히 하고, 내 사람을 지지하고 격려해 주는 것, 믿어주는 것뿐.


긍정적으로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면 나는 계속해서 긍정적인 말을 입 밖으로 꺼내기로 했다. 잘 될 거야, 괜찮아, 잘할 수 있어, 잘했어, 잘하고 있어. 딛고 일어나면 더 좋은 일이 찾아올 거야. 이겨내 보자, 우린 잘 될 거야. 잘 될 거야.


바람이 불어 돛을 펼쳤다. 도착하는 곳이 어딘지 아직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맥없이 고꾸라지지 않으려면 버텨야 한다. 이 바람에 올라타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