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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탄 Dec 11. 2022

결혼기념일

아이 학교 숙제를 통해 전해진 아내의 마음

누구나 그렇듯, 세월이 흐르며, 우리의 결혼 기념일 행사 규모도 점점 줄어들어,

이제는 일상과 차이가 거의 없다. 이제 우리의 결혼 기념일은 평소 먹는 음식 보다 조금 더 맛있는 것을 먹는 날 정도이다.

결혼후 몇년간은 연례 행사처럼 아내에게 명품 가방 선물과 호텔 부페도 다녀 왔지만,

언젠가 아이들이 부페에서 고기는 먹지 않고, 아이스크림만 잔뜩 먹은 이후로는 고급 식당도 잘 가지 않는다.


그러나,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것이 있는데, 매년 기념일날 아침에 도착하는 장모님의 카톡이다.

" 우리 막내딸, 사위...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한가족이 되었으니, 얼마나 큰 인연인가?

결혼 기념일 축하하고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함께 가면, 가는 길이 얼마나 재미있겠나...

축하하네, 그리고 사랑하네"


올해는 조금 달랐다.

결혼기념일을 하루 앞둔 날, 아들이 학교 알림장을 보여 주며, 아빠가 해줘야 할 숙제가 있단다.

내용을 살펴 보니, 아빠 숙제는 결혼해서 살아준 중전마마께 감사하는 글쓰기,  엄마숙제는 아빠의 장점쓰기 였다.

학기초에 아이 담임선생님과 zoom 미팅을 한적이 있는데, 무척 재미난 성격을 소유하신 분이었다. 공부보다는 즐겁고 건강하게 뛰어노는 것을 목표로 하시는 분이었고, 남편과의 부부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주셨었는데,  '중전마마'라는 표현을 보면서 선생님 얼굴이 다시 한번 상기되었다.

아이의 학교 알림장



무슨 내용을 쓸까 고민하던 차에, 아내가 쓴 내용을 살짝 훔쳐 보았다.

남편의 장점은 '다방면에 관심과 지식이 많고, 스포츠에 능하고, 경제 관념이 투철하고, 일을 계획적으로 하고, 애교 뿐만 아니라 유머도 장착하고 있고, 사람들과 두루두루 잘 어울리고,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

'생각보다 긍정적인데?' 하는 생각도 들고, 아내는 나를 좀 기능적으로 생각하는 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이 담임선생님이 '남편의 단점'이라는 숙제를 내줄 리는 만무하지만, 그런 숙제가 내려 온다면, 아내는 머라고 말할까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본다. 이런 숙제가 내려오면 백지 상태로 가져 갈수 있도록 아내에게 좀 더 잘해줘야 겠다.

아내가 쓴 글

내가 쓴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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