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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cy Jun 03. 2023

내가 그린 가족 그림

아이와 여행을 함께 가는 이유

 여행을 좋아하는 우리 부부 때문인지 우리 아이도 벌써 여행을 좋아하는 편이다. 여행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한 건 아니지만 호텔에 갈 거라고 하면 아주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따라나선다.

 

 지금은 아이와 함께 베트남 푸꾸옥 여행을 하며 이 글을 쓰는 중이다. 오늘 점심을 먹으며 문득 아이가 말하길,

 

엄마, 꼭 꿈꾸는 것 같지 않아?


 오전 시간이라 잠이 덜 깬 건가 싶어 왜 그러냐 물으니

- 꿈에선 원하는 대로 다 이뤄지잖아.

라고 말하는 아이.


 그러고 보니 아이도 유치원 다니면서, 집에서 나름 스트레스가 많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실 작년에 유치원 입학한 이후로는 아이의 교우관계 때문에 담임선생님의 전화를 몇 차례 받기도 했다.


 자신의 세계가 강한 편인 아이는 친구와 놀이할 때에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만 놀이를 이끌어가려는 모습이 종종 있었고 그러다 보면 갈등이 생기는 경우가 있었다. 직업병일 수도 있지만 늘 아이에게 남을 배려하고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면서 행동하기를 많이 가르치는 편이다.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나면 마치 내가 선생님에게 혼나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 엄마는 안 좋은 일로 선생님이 우리 집에 전화한 적이 없었는데 너는 왜 그럴까, 알게 모르게 드는 생각들. 그러다 보니 아이에게도 더욱 엄격하게 가르치곤 했던 것 같다.


 집에서나 유치원에서나 아이가 점점 자라면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남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법을 익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과정이지만 분명 아이에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바르게 앉아서 먹어라, 밥 먹고 빨리 양치해라, 사용한 물건은 제자리에 두어라 등등 아이가 자라면서 익혀야 할 것들이 수십 가지였을 것이다.


 가끔 늘 즐겁게 노는 아이를 보며 나도 저럴 때가 있었겠지, 참 좋을 때다,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60대 엄마가 아이를 키우느라 한창 힘든 30대의 나를 보며 얼마나 좋을 때냐고 생각하는 것과 같을까. 


 너도 힘든 점이 많았겠지, 하며 가만히 아이를 토닥토닥 안아주었다. 열심히 좋은 사람이 되어가느라 바빴던 아이도 때로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다.


 여행지에서는 영양소 골고루 갖춘 식판에 담긴 밥 대신 빵이나 과일 등으로 대충 때우기도 하고, 실컷 물놀이를 한 후 컵라면도 먹을 수 있다. 9시 땡 하면 꼭 침실에 들어가서 자야 하는 것도 아니다. 여행지의 야경을 감상한 후 조금 늦게 잠자리에 들기도 한다. 마당이 있거나 우리들만 묵는 숙소라면 뛰지 말라는 잔소리도 듣지 않을 수 있다.


 서로가 일상의 무거운 짐들은 잠시 내려두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가족여행.


 어릴 때 좋은 곳으로 데려가도 기억도 못할뿐더러, 아이 고생만 시킨다며 아이와의 여행에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함께 하는 이 순간의 기분과 충만한 행복은 아이의 마음 깊은 곳에 남아 다시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는 양분이 되어줄 것이다. 

물론 나에게도.


 이것이 내가 아이와 함께 여행을 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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