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물이 좀 차가운 계절이라, 가볍게 발만 담그고 모래놀이나 즐기려고 가는데도 짐이 어찌나 많은지.
간단히 먹을 유부초밥과 아이가 좋아하는 소시지, 컵라면, 뜨거운 물을 담은 보온병을 챙기고 간단히 디저트로 먹을 과일과 커피까지 챙겼다.
간단히 먹기와 놀기란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해수욕장에 도착해 모래놀이 도구와 파라솔 세트, 캠핑의자, 테이블을 나른 후 어서 물에 들어가고 싶어 안절부절못하는 아이 옷부터 갈아입혔다.
모래놀이 하는 아이가 필요하면 물을 나르기도 하고, 아이와 물장구를 치며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튜브를 착용한 아이와 함께 수영을 하기도 했다. 파라솔의 그늘만으로 더위를 막기엔 역부족이었고,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우리들은 땀을 뻘뻘 흘리며 준비해 온 음식과 과일들을 먹었다.
한바탕 물놀이와 모래놀이를 한 후, 아이를 닦이고 다시 그 간단한 짐들을 챙겨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 뒤풀이로 치킨을 시켜 먹은 후(해수욕장에도 치킨 배달이 가능하다고 적혀있었지만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이는 텔레비전을 보았다. 그동안 남편과 나는 소파에서 완전히 뻗어버렸다. 누가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자다 깨보니, 옆에서 남편은 코를 골며 자고 있고 아이는 덩그러니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체력 좋은 건 6살 나의 아이.
문득, 어릴 적 아빠가 나와 오빠를 데리고 해운대 해수욕장에 놀러 갔던 게 생각났다.
어른 둘이 아이 하나를 데리고 갔다 왔는데도 이렇게 녹초가 되었는데(물론 즐거웠지만), 아빠는 어떻게 우리 둘을 데리고 혼자 해수욕을 하러 갔을까. 그땐 자가용도 없을 때였다.
생각해 보면 어린 시절 아빠는 우리들을 데리고 여기저기 많이 다녔다. 낚시를 좋아하는 오빠를 위해 낚시하러 오륙도, 낙동강, 항구 등등을 다녔고 거기에서 라면을 끓여 먹기도 했다. 라면은 챙겨 왔는데 젓가락을 챙기지 않아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꺾어서 젓가락처럼 사용하며 낄낄거렸던 기억도 난다.
바쁘고 지치는 무거운 일상 속에서도 아이들과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란 마냥 즐겁기만 한 일은 아니었을 텐데, 새삼스럽게 아빠에게 고마움이 들었다. 생각난 김에 전화를 한번 해야겠다, 그러고 보니 전화한 지가 오래되었네,라고 생각해 놓고는 하루를 그냥 보냈다.
마침 어제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요즘 수족구가 유행인데 아이는 아픈 데는 없는지 잘 지내는지 안부를 물으시곤 몇 마디 나누다 전화를 끊었다.
- 비가 온단다. 운전 조심하고, 식사 잘 챙겨 먹어라. 그냥 안부차 전화했다. 전화한 지도 오래됐고.라고 하는 나의 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