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찾고 있잖아요!!
교실에 울리는 학생의 외침.
그 순간부터 그 학생과 나의 언쟁이 시작되었다.
- 내가 뭐라고 했니? 다른 교과서를 꺼내니까 그 시간 아니라고 말한 것뿐인데.
- 그러니까 하고 있잖아요!!
- 그럼 맞게 교과서를 꺼내면 되지 왜 샘한테 화를 내니? 뭐 하는 거야 지금?
- 샘이 먼저 화냈잖아요!!!!
나는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꺼내어 놓는 것은 당연한 수업 준비이며 그 준비를 해놓지 않고서 지도하는 교사에게 오히려 불손하게 대응하는 학생을 지도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학생은 내가 먼저 화를 냈기 때문에 자신도 화를 냈기 때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팽팽해진 분위기에 다른 학생들은 조용히 눈치만 볼 뿐이었다. 교실에서 계속 언쟁을 이어나갈 수는 없었기에 잠시 교무실에 데려왔고 다행히 학년부장님께서 지도를 맡아주셨다.
교실로 돌아와 우선 수업을 마무리한 후, 다시 그 학생과 얘기를 나누고자 하였다.
- 이제 좀 가라앉았니? 부장샘과는 무슨 얘기를 했니?
- 몰라요. 궁금하면 그 샘한테 물어보세요.
- 아직도 너는 아까의 입장에서 변한 게 없니?
- ...
- 그래, 네 말대로 샘이 먼저 화를 냈다고 하자. 수업 종이 치고 한참이 흘렀는데도 교과서가 준비가 안돼서 수업 시작을 못하고 있는 상황인데 선생님이 그걸 보고 화를 냈다고 하자, 그럼 그렇게 샘한테 소리를 버럭 질러도 된단 말이니?
- 가르치려 들지 마세요.
- 선생님은 가르치는 사람이야. 학생은 배우는 사람이고.
- 샘한테 배울 생각 없는데요?
- 더 이상 대화는 안되니까 이제 그만해야겠다. 그때 교실에 있던 다른 학생들의 의견도 들어볼 거고, 샘은 절차대로 처리하려고 한다. 이제 가라.
그리고는 대화답지도 않은 대화는 끝이 났다.
그 뒤로 어머님께 상담요청을 드렸고 다음날 학교를 방문하셨다. 그전 학교생활에서도 상담을 할만한 일들이 있어 학년부장님과 같이 상담을 하게 되었다. 방문하신 어머님은 물론 죄송하다는 말씀을 주로 하셨지만 중간중간 우리 아이는 잘 타이르면 듣는다, 그날 얘기를 들어보니 아이가 울면서 억울하다고 하더라 등등의 말씀도 하셨다.
이 아이는 쉽게 바뀌지 않겠구나.라는 생각으로 상담이 끝났다.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말로 나름 학생에게 엄포를 놓았지만, 사실은 학부모님과의 면담으로 그 절차는 끝이었고, 그 학생에게 깨달음과 가르침을 줄 정도의 다른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아마 그 학생은 결국 나에게서, 정말로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배울 생각이 없는 학생은 학교에서 무엇을 하는가.
배울 생각이 없는 학생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