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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ancy Aug 12. 2024

어쩌다 나 혼자 제주 1

즐거움 더하기 즐거움

아이의 여름방학, 계절제 대학원을 다니는 남편 덕분에 아이와 둘이 즐겁게 보내야 했다.


나는 전혀 눈치를 주지 않았건만, 남편은 미안하고 고맙다며 자발적으로 대학원 종강 후 주말 동안 아이를 데리고 시가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렇게 생긴 토, 일, 월  2박 3일간의 자유.


무엇을 하고 보내야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이 시작되었다.


선택지 1. 요즘은 동남아보다 더 무더운 날씨라,  어딜 가도 고생일 것 같으니 배달음식 먹으 넷플릭스 정주행하 집콕생활 2박 3일


선택지 2. 2주 전 아이와 함께 했던 제주여행이 궂은 날씨와 아이의 컨디션 난조 등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남았으니 혼자 제주여행 떠나기


선택지 3. 집콕은 아쉽고 여행은 고생일 것 같으니 근교 대도시로 호캉스 1박 2일 떠나기



흔치 않은 장기 자유시간이니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했다. 


그렇게 선택한 것은 나 홀로 제주여행.



결혼 전 혼자 유럽여행을 두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남편을 만난 후로 혼자 여행을 가본 적은 없었다. 제주행을 결정한 후에도 혼자 떠나는 것이 불안하기도 하고 외로울 것 같아서 소소하게 친구와 만나 시간을 보내거나 집에서 뒹굴거릴 걸 그랬나 많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미 항공권과 렌트, 숙소는 예약을 한 채로 막상 제주로 떠나는 날의 나는 설렘으로 가득했다.



D-Day

아이와 남편이 아침에 시가로 출발한 후, 나도 짐을 싸고 집을 정리한 다음 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으로 가는 길, 어느새 흥얼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제주에 도착한 후 렌터카를 인수받으러 가자, 혼자인 나를 보고 직원이 물었다.


- 어떻게 혼자 오셨어요?

- 시간이 돼서요.


정말이었다.


시간이 되어서 떠나온 여행이었다.

2박 3일시간을 오롯이 가져보는 것이 쉽지 않았던 나의 일상들.



아주 오래전, 혼자 떠났던 유럽여행에서 한 아주머니를 만난 적이 있다. 50대 중반쯤의 아주머니는 이제 자식들이 다 커서  혼자 처음으로 배낭여행을 오셨다고 했다.


20대 미혼이었던 그때에도 뭔가 모르게 뭉클했던 기억이 난다.



나는 지금 아직 30대, 아직 한참 더 키워야 할 아이가 있지만 이렇게 시간을 내어 혼자 여행을 올 수 있다는 것에 감사다.




그렇게 나와의 데이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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