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들여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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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TV를 보던 아내가 슬그머니 다리를 내 허벅지 위로 올린다.

이러면 딱히 뭔가 말이 없음에도, 몸이 알아서 먼저 반응한다.

나도 모르게 손을 움직여 아내 다리를 주무르는 거다.

길들여짐이란 이런 것이구나 싶다.


지가 생각해도 웃겼는지 약간의 자비로움과 거만함을 담아 이런다.


"나는 딱히 자기한테 주물러달라고 하지 않았어. 알지? 그저 다리를 뻗었을 뿐이야.
하필 그 자리에 너님이 앉아 있었던 것이야.

아아~ 물론 자기가 나님의 다리를 주무르는 것을 막지는 않겠어.
어디까지나 나의 의지는 아니지만, 너님의 선의를 무시할 정도로 나는 모질지 못하거든.
그러니까 나의 관대함으로 너의 주무름을 받아주겠다는 이야기야. 어때? 굉장하지?"


어이가 없어서 쳐다봤더니 큰 눈을 살짝 치켜드며 말을 잇는다.


"손이 논다?"


얼른 다시 주물렀다.

뻔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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