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93
유튜브 스쿨북스 2화 촬영을 마치고,
마트에서 장을 봐서 집에 왔다.
어제 임작갑이 뜬금없이 식빵튀김이 땡긴다고 했던 말이 떠올라서 그거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기부니가 좋아진 작갑님께서는 TV를 켜고 덩실덩실한 느낌으로 거실을 서성거린다.
초록색 앞치마를 두르고는 사전 작업 부터 착수했다.
냉동실에서 식빵을 꺼내두고, 세탁기에 빨래를 넣어 돌려놓고, 낮에 파스타 만들어 먹고 못 치운 그릇들 설거지 했다.
대충 주방을 정리해놓고는 드뎌 볼에 튀김가루 한 컵 반, 물 한 컵 반 넣어 물반죽 만들었다.
팬에 기름을 낭낭하게 두르고, 젓가락에 반죽물 묻혀서 살짝 떨어트렸다.
하나...둘...ㅅ '치이이익~'하고 떠오른다.
대충 되었다 싶어서, 세모로 자른 식빵에 반죽을 묻혀서 기름에 올렸다.
'취이이이이이익 지글지글지글지글'
아름답게 울리는 튀김 소리.
갑자기 베란다에 널어둔 수건이 다 말랐겠다는 생각이 났다. 그래서 아내에게 부탁을 했다.
"자기야. 베란다에 수건 좀 걷어줘. 다 말랐을 거야."
거실에서 근본 없는 흥에 취해 두둥실거리던 임작갑은 내 말을 듣더니, 천역덕스럽게 이런다.
"그래? 아랐쒀. 나님을 위해 식빵튀김을 준비하고 있으니 특별히 도와주지.
네가 해야할 일이지만! 나는 마음이 넓고, 자애로우며, 아름답기까지 하니까. 도와줄게. 고맙지?
집안 일을 도와주다니. 음화화화화화! 김매니저! 나를 찬양하거라!!!"
순간 욱하는 마음이 들었다.
손부채질을 하면서,
'야! 이 집에서 나 혼자사니? 집안 일에 니 일 내 일이 어딨어? 뭐? 도와준다구? 어우~ 기가 막혀.
빨래는 뭐 내 것만 있니? 니 거는 없어? 밥은 해서 나만 먹고 내 그릇만 있니?
내가 먹는 건 쌀이고 니가 먹는 것은 만나와 메추라기니? 하늘에서 뚝 떨어졌어?
수건 좀 걷어달라고 했더니 생색은!
됐어! 필요없어! 손도 대지 마! 내가 꾸역꾸역 다 할테니까!
그딴식으로 게넬요량이믄 걍 하지마!!!'
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한 것!
그래봐야 나만 손해인 것이 분명하니 이럴 때일수록 냉정해져야 한다.
나는 그저 살짝 웃으며 입작갑을 향해 말했다.
"고마워. 임지형 만세~ 자기 최고~~ 자기 같은 사람과 함께 살다니, 나는 을마나 행운이게요~ 임렐루야! 임세천세천천세!!"
식빵튀김은 잘 만들어졌다.
임작갑은 마트에서 사온 와인에 식빵튀김을 드셨다.
양이 모자르다셔서 스낵면 하나를 더 끓어다 드렸더니, 요즘 라면은 왜 이렇게 작아졌느냐 한탄을 하셨다.
그리고는 거실 악마매트에 누워 늦은 밤의 평화를 누리셨다.
물론 나는 튀김 뒷처리와 설거지와 그릇 정리를 잘 마무리 하고서야 초록색 앞치마를 벗을 수 있었다.
내일은 저걸 빨아야겠다.
행복하다.
진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