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103
아무리 사이좋은 모습을 보이더라도
결혼이 현실인 마당에야 싸울 때가 있다.
서로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일부러 아픈 지점을 지적하고,
이게 아니라고 경고하는 이성을 부정한 채,
내 기분에만 몰두해서 말을 뱉어버리는 거다.
아내도 나도 어지간해서는 말로 지지 않는다.
지형씨는 작가고 나는 전도사 출신이니,
상황을 비틀어서 지적질하거나,
작은 것을 크게 확대해서 과장하거나,
그런 식의 말장난에 익숙한 거다.
한번은 내 취미생활로 다툰 적이 있다.
그게 아마 디아블로 3이라는 게임 때문이었을 거다.
나는 뭔가를 오래 붙잡고 하는 편은 아니지만,
일단 호기심이 생기면 단기간에 거기에
몰두하는 성향이 있다.
집에서 노트북으로 게임을 몇 번 했었는데,
아내는 만나는 사람마다 요즘 게임을 그렇게 한다고
웃으며 말했었다.
처음엔 그러려니 했는데, 그게 반복되니까
슬슬 짜증이 났었다.
딱히 부끄러울 일이 아니지만, 어쩐지 삐딱하게
들리기 시작한 거다.
‘피곤하다면서 집에서 게임이나 하는 애 같은 인간’이라고 말하는 느낌이었다.
물론 아내의 의도가 그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하루는 참지 못해서 아내에게 짜증을 냈다.
“야! 너 내가 게임이나 건담 조립 그런 거 하는 게 낫냐,
아니면 밖에. 어? 그 어디 가서. 그... 뭐... 저…어.
그래 여자 만나서 술집 다니고 술 마시고 그런 게 낫냐!”
이런 식으로 말을 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지 싶다.
애초 비교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을 가져다 붙여서
상대의 대답을 강제하는 공격을 한 것.
내 도발에 아내의 표정은 황당해졌다.
‘얘가 뭐래? 미쳤나? 도르신? 뭘 한다고?’
처음에는 그런 얼굴이더니, 곧 피식 웃어버렸다.
세상 자존심 상하게 만드는 그런 웃음.
그리고는 입꼬리를 비쭉 올리고선 그런다.
“어~ 그래~ 해라~ 해 봐~ 가서 여자랑 술 마시고 해~
어디 너님이 어떻게 노는지 구경이나 해보자~
하라고~~ 김민성이 불건전하게 노는 거 내가 봐줄게.
카드 줄까?”
이게 100% 비꼬는 것이라면, 나도 뭔가 받아쳤겠지만.
이 여자의 눈빛에는 최소 70% 이상의 호기심이 담겨 있었다.
찐으로
‘과연 김매니저가 불건전하게 논다는 것을 이해는
하고 있는 것인가?
지가 불건전하게 노는 장소를 알고는 있는 것인가?
그런 장소에서 노는 모습을 본다면 글로 쓸 때
참고가 되겠는데?
야! 너 말 잘했다. 함 해봐라! 나도 같이 가보자!’는
광기에 찬 눈빛.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 여자가 오히려 흥미진진한 얼굴로 허락할 줄이야!
아내의 눈빛은 진짜 한 번 봤으면 좋겠다는 표정이었다.
저건 레알 진심이다.
하아.
갑자기 급 피곤해졌다.
임작갑 너 하나로도 충분히 내 삶에서 무게감 있다.
그러니 그냥 바로 아내에게 숙일 수밖에.
“아니. 자기야. 그런 것이 아니라.
봐. 여기 40대의 건전한 취미생활에 건담 조립이나
게임이 있다니까? 그러니까 그냥 나 게임이나 좀
하게 놔둬라. 응? 너무 오래는 안 할게.”
내가 그렇게 나가자 아내는 굉장히 실망한 표정이었다.
너 도대체 뭘 바랐던 것이냐!!!
뭐 그 뒤로 게임도 곧 흥미를 잃었고,
건담 조립도 눈이 침침해서(?) 가끔 농담 식으로
‘건담 사달라~’하는 정도의 수준이 되어버렸다.
무엇보다 게임하고 건담 조립하는 것보다는
TV 켜놓고 아내랑 노닥거리는 것이 더 재밌는 이유다.
물론 아닐 때도 있다.
“김매니저~ 나 다리 좀 주물러 줘.”
이럴 때?
“하아…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