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104
지난밤에 우리는 좀 기분이 꿀꿀했다.
밖에서 작업하다가 들어가니 아내는 우울한 표정으로 쓰던 작품을 계속 쓰고 있었다.
자연히 집안 분위기는 무거웠고, 불편함이 아래에 깔렸다.
별 말없이 마트에서 사 온 순대와 두부를 찜기에 올리고,
별 말없이 사온 레토르 떡볶이를 뜯어 떡을 물에 불렸다.
역시 별 말없이 양파를 채 썰고, 마늘을 다지고, 팬에 기름을 둘러 달달 볶은 후에 물 200미리 넣고 떡볶이 소스를 부었다.
조금 전 물에 불린 떡을 넣어 떡볶이를 끓여놓고, 행주를 들었다. 별 말없이 거실 탁자를 닦고, 수저와 젓가락을 놓았다.
아내가 듀얼 모니터 앞에서 청축 기계식 키보드를 타닥타다다닥타다닥 치는 소리만 있던 집안에,
떡볶이 냄새와 옅은 순대 냄새 그리고 수증기가 두부에 불어넣는 온기가 어우러졌다.
알맞은 타이밍에 떡볶이를 담아내고, 순대를 숭덩숭덩 자르고, 두부를 접시에 올려 옮겼다.
그때까지도 키보드를 두드리던 아내는 어느새 아마존의 표범처럼 부드럽고 은밀한 동작으로 자리 잡고 앉아 있다.
“괜찮네. 먹을 만 해.”
“다행이네.”
아내가 넷플릭스 국제수사를 틀었고, 곽도원 배우와 이한서 배우의 능청스러운 부녀 연기에 깔깔거렸다.
음식을 앞에 두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고, 영화는 흐르듯 지나갔다.
피곤이 급 몰려왔다.
음식 그릇이랑 가져다가 싱크대에 넣고 잠시 욕실에 갔다 왔더니 아내가 주방 정리를 마저 하고 있었다.
“임작갑. 그냥 놔둬. 설거지는 내가 내일 아침에 할게. 지금은 피곤해서 못하겠다.”
내 말을 들은 아내는 당 0.1초의 망설임도 없이 즉각 대답했다.
“어. 그래. 그러라고 한 거야. 김매니저. 이건 기억해줬으면 좋겠어. 나는 자기가 하는 일을 방해하는
그런 여자가 아니야. 자기가 할 일을 존중한다고. 알지? 나는 자기편이야!”
“그... 그래. 고마워.”
존중받아서 기쁘다.
정말이다.
그리고 아침이라서 설거지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