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화해

100개의 글쓰기 105

by 김민성

결혼하면서 아내와 함께 이야기한 것이 있다.
아무리 화나는 일이 있어도 그 화를 다음 날로 넘기지 말자는 것이었다.

관계가 깨질 만큼 커다란 일이 생기는 것이야 우리가 막을 수 없는 일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는 지형씨도 나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리가 동의한 진짜 문제는 그거였다.

사소한 것이 가져오는 서운함과 오해
그리고 그것이 쌓여 만들어내는 소통의 단절.
마지막에는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고 느끼게 되는 절망감 같은 것.
그게 진짜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고 위험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소한 다툼이 쌓여서 생기는 삐그덕 거림을 아예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최소화하는 약속을 하기로 한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 장치가 바로
밤 12시가 넘기기 전에 서로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쌓아두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하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그 약속을 나름 잘 지키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런 사소한 다툼으로 생긴 서운함을 놓고,
이 문제가 과연 내가 지형씨를 사랑하지 않을 핑계가 되는가?
생각해보면 언제나 답은 ‘핑계가 되지 않는다’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나를 이해해주고,
버텨주고, 힘이 되어준 것까지 생각하면 더더욱 그렇다.
사실 나는 내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렵다.
(이건 어쩌면 남자의 특성이라고 보는 쪽이 맞을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지형씨랑 밤을 넘기기 전에 감정을 풀도록
이야기하자는 약속한 것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내가 내 감정을 이야기하면
그것을 듣고 이해해주는 마음의 폭을
아내가 가지고 있으니 가능한 일이다.
그 부분에 있어서 늘 아내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서로 맞추어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만큼,
화해의 성공률은 올라가는 것 같다.

물론 가끔 우리는 서로 얄미울 때도 있다.
분명 임작갑 지가 잘못을 했는데 내가 사과하도록 만드는
미모(라고 쓰고 승질이라고 읽는다)라든가,
내가 잘못을 했는데 임작갑이 용서하지 않고는
참기 힘든 나의 웃김이라든가… 그런 거.

그러니까 대충 우리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다.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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