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112
겨울이 오면 항상 그때 생각이 난다.
언젠가 지형씨 북콘서트 할 때 이 이야기했었다.
결혼 초에 나는 평일에는 택배 상하차 일,
정수기 영업 주말에는 교회에서 사역을 했었다.
택배 상하차 일은 손목에 무리가 가서 먼저
그만두게 되었고, 정수기 영업은 버티듯
몇 년 하다가 그만두었다.
그리고 붕어빵 장사를 시작했었다.
내가 붕어빵 장사를 하겠다고 하자,
아내는 의외로 쉽게 그러자고 했다.
그런 경험이 나중에 글을 쓸 때
도움이 될 수 있을 테니 함께 열심히
일해보자고 했다.
늦가을 처음 붕어빵 장사를 시작할 때는
곧 닥칠 길 위의 겨울이 그렇게 혹독할 줄
우리 둘 다 전혀 상상을 못 했다.
초겨울까지 일을 도와주던 아내는
겨울이 깊어지자 피로가 겹치고
극심한 감기로 넉다운이 되었다.
뭐 그때부터는 그냥 나 혼자 붕어빵 일을 했다.
내가 마차를 임대했던 장소의 특성상
붕어빵 마차를 50미터가량 밀어서 설치하고
밤에 장사가 끝나면 50미터 밀어서 숨겨놓았었다.
그게 참 쉽지 않더라.
눈 많이 왔을 때는 참 암담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장사를 마치고 들어갔더니
지형씨가 나를 불렀다.
“자기야. 이리로 와서 앉아봐.”
‘뭐지. 나 왜? 뭐 잘못했지?
기념일 같은 거 아닌데?’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런데 아내가 내게 그런다.
“요즘 많이 힘들지? 내가 도와줘야 하는데 아파서 미안해.”
“아. 뭐 괜찮아.”
“내가 생각을 해봤어.”
“무슨 생각?”
“내가 니 나이 때 어땠는지.”
참고로 아내가 6살 연상이다.
“그... 그런데?”
“어. 나도 니 나이 때는 무척 힘들더라.
그리고 그 힘든 것은 누가 대신 견뎌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스스로 견디고 단단해져야 하는 수밖에 없더라.
그러니까 니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는 말이야.
나는 자기가 잘 견딜 거라고 생각해.
그러니까 잘 이겨내. 알았지?
대신 나도 죽도록 글을 쓸게.”
사실 그때 힘들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이다.
버텨야 하니까 지형씨와 함께 웃으면서 버틴 것일 뿐.
신기한 것은 아내가 ‘나도 니 나이 때는 힘들었다.’는
말을 했던 그날 밤 이후로,
거짓말처럼 많은 것이 견딜 만 해졌다.
안 힘든 것은 아니고, 여전히 피곤하고 쉽지 않은데,
그냥 ‘뭐 이 정도는 괜찮은데?’라는 느낌으로
별 대수롭지 않게 여길 수 있게 되었다.
아내는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
그날부터 정말 열심히 글을 썼다.
그리고 그 절박한 노력은
한 권 한 권 동화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다.
나는 지금도 그날의 아내를 기억한다.
힘든 것을 견디는 것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인데.
카리스마는 지가 넘치고 지랄 났던 밤의 임지형을.
너는 멋졌고
우리는 잘 버텼다.
이정도면 잘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