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반찬투정과 순한 사람의 역학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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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어릴 때부터 나는 딱히 뭔가 남 귀찮게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어머니께서도 내가 순하다고 하셨었다.
살다 보니까 순함이 손해로 다가오는 경험이 쌓여갔다.

이게 그런 거다.
사람이 적당히 까칠하고, 호불호가 명확하면
어지간하면 주변에서 그것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시끄러우니까 그 사람한테 맞춰주는 거다.
5개 줄 거 6개 줘버리고 끝내는 식.

문제는 에너지의 총량은 정해져 있다는 데 있다.
5개 받을 까칠한 사람이 6개를 받아갔기 때문에
누군가는 1개를 덜 받게 된다.
대부분 그 1개를 덜 받는 사람은,
주지 않아도 딱히 불만을 표출하지 않는.
이른바 순한 사람의 것에서 덜어내기 십상이다.

지형씨에게 부러운 것이 있다면,
자기 일에 있어서 할 말을 하고, 요구할 것을 요구하는
당찬 모습이다.
어떤 의미에서 그게 갑질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경우에 없는 선을 넘지는 않는다.

어제도 점심때 그러더라.
“어? 오늘은 국이 없어? 국 안 끓였어?”
“어. 나도 글 마감 때문에 정신없고, 시간이 없었어.”
그러고 끝나는 줄 알았다.
“아. 국이 없으니까 밥이 안 넘어가네. ㅋㅋㅋ”
“뭐냐. 반찬 투정하는 아빠 상황극은?”
그 말이 신호탄이 되어서 지형씨는 자신의 요구를 떳떳하게 늘어놓았다.

“김매니줘! 뭐 하는 거야!
나님이 응? 밥 먹는데 국 없이 먹어야 되겠숴? 으잉?
반찬은 또 이게 뭐고?
양배추찜은 너무 익었고, 양념장은 전에 만들어 놓은 거네.
멸치 볶음에 김치, 깍두기가 전부.
이래서야 내가 이걸 먹고 어디
10km 달리기 버틸 수 있겠어? 응? 응?”

우와. 상황극인 줄 알았는데
본 내츄럴 슈퍼 울트라 가부장 기반 빌드업 값질러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 미안해. 내, 내일은 국 끓일게.
아. 일단 어제 끓였던 보리된장국 좀 남았는데
그거라도 줄까?”
나는 왜 사과하고 있는 걸까.

수-수-순한 맛.
궁글러 많이
깨물려 작갑이 수틀림 그냥
그러니 개기지 마 베이비
내가 살라믄 꿇어야지 무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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