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122
결혼 초와 비교하면 요즘의 임작갑은 부탁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변했다.
이를테면,
결혼 초에는 “자기야 빨래 좀 걷어줄 수 있어?!”라고 했다면
지금은 “김매니저. TV 보는 김에 빨래 좀 걷어다가, 개서 서랍장에 넣어줘. 알았지?”라는 식.
이러한 변화는 아마도 ‘빨래를 걷으라’고 하면, 너무도 당연하게 ‘빨래를 걷어다 두는’ 남자의 명령 수행 프로세스를 경험한 이후 변화된 것이라고 파악된다.
이 문제로 우리는 종종 티격태격했었는데.
아내는 처음에는 도저히 이해를 못했었다.
“아니! 빨래를 걷으라고 했으면, TV 보면서 걷어서 개고 하면 되잖아. 그걸 그대로 두냐?”
“무슨 소리야! 빨래를 걷으라며. 그래서 걷었잖아. 니가 시키는 거 했는데 왜 화내는데? 그리고 너 뭐랬어? 걷어다 줄 수 있어?라고 했지. 그거 비꼬는 거냐? 어차피 시킬 거면서! 안 하면 안 되는 거 말하면서 뭘 할 수 있어야! 그냥 시켜! 말 꼬지 말고!”
“내가 뭘 꼬았다고 그래! 그냥 시키면 너 기분 나쁠까 봐서 부드럽게 부탁한 거잖아.”
“이게 부드러운 거냐? 두부 속에 철심을 박아 놓은 거지. 그런 거는 부드럽다가 아니라 음험하다라고 해야…”
그리고 내가 등짝 스매시를 맞고, 서럽게 끝이 났다.
이런 과정 끝에 임작갑도 나도 진화했다.
임작갑은 구체적인 부탁이라 말하고 과업수행 지시라고 해야 할 언어체계를 구사하게 되었다.
나는 승질 드러운 애랑 드잡이질 해봐야 내 등짝만 아프다는 것을 깨닫게 되어서
걍 시키는 거 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고.
그래서 우리는 평화롭다.
그럼 됐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