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125
앞머리가 눈썹에 닿을 정도로 머리가 긴 것은 유치원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지금까지 나는 반곱슬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마흔 중반을 넘기고, 머리를 길러 보고 나서야 내가 상당한 곱슬머리임을 알게 되었다.
덕분에 ‘훗훗훗. 자기 자신을 가장 모르는 것은 자기 자신인 법이지!’라는 중2병스러운 온라인 격언을 체감하게 되었다.
거의 매일 거울을 볼 때마다 여전히 낯설고 내가 나를 어색해한다. 새로운 경험이다.
임작갑은 한 번씩 내 머리를 보고 깔깔대며 웃는다.
“도대체 자기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끄나?”
그래. 나도 내 머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놔두기로 했다. 자유분방하게.
머리가 길면서 불편한 점이 생겼다.
이마를 간질이고, 목덜미를 간질이고, 귀를 간질인다.
글 쓰다가 막히면 머리칼을 괴롭히는 버릇도 생겼다.
무엇보다 주변에 구불구불한 머리카락이 많이 떨어지게 되었다.
이것은 곧 임작갑이 내게 잔소리할 구실이 늘었다는 의미다.
요즘은 아예 대놓고
“김매니저! 바닥 봐! 니 머리카락이 아주 엄청나!”
“거기. 머리카락 좀 주워.”
“머리카락 관리 좀 제대로 안 할래? 응? 닦으라고!”
라며 집안에 떨어진 머리카락이 다 내 것인 양 책임을 묻는다.
“저기. 임작갑. 여기 이거 봐. 이렇게 긴 머리는 내 머리카락 아니거든?
그리고 생각해봤는데. 솔직히 니 머리카락이 더 길고 많이 보이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는데! 응?”
나의 항변에 임작갑은 늘 그렇듯 의연하고 당당하게 응수했다.
“꼬우면 니가 갑 하든가! 생각하는 것은 상관없는데
손과 몸은 놀지 말고. 바닥 계속 닦으라고!
오홍홍홍홍! 니가 머리카락을 기르니까 이건 좋다잉?
갈굴 것이 또 생겼네~~”
하아…
태양인 이제마가 임작갑을 먼저 만났으면
아마 우리는 사상체질이 아닌 오행체질로 알았을 거다.
태양인,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그리고 임작갑의 체질인 갑질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