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127
작년에 여동생에게 생일선물로 로봇청소기를 받았다.
집이 넓지 않으니 이게 쓸 일이 별로 없지 싶었지만,
청소기 돌리는 것이 귀찮을 때 그냥 한 번씩 돌린다.
이 녀석을 쓰면서 묘한 상황이 벌어졌는데.
로봇 청소기를 위해서,
임작갑과 나는 바닥에 물건을 치우게 된 것이다.
거기에 임작갑은 종종 로봇 청소기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보여줬다.
이것이야말로 인간과 기계의 커뮤니케이션!
“야. 이 멍청아! 거기가 아니잖아. 이리로 와!”
“어? 이 바보탱이야. 왜 거기서 걸려 있어! 내가 가지 말랬잖아.”
“으휴. 그걸 또 왜 물고 있어!! 이 답답아!!!”
물론 대부분은 임작갑이 로봇 청소기를
야단치는 대화이지만. 어쨌든.
(내가 혼나지 않는 것만으로도 로봇 청소기는
자신의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로봇 청소기를 돌리기 위해서
바닥을 정리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임작갑은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라면서 툴툴거리길래.
“그런 너님이 청소기 돌리던지!”라고 했더니
“그건 싫거든!!”이라면서
빠른 속도로 방해물들을 구석으로 밀어버리더라.
언젠가 스카이넷이 세상을 지배하는 날이 온다면,
미천한 닝겐 부부가 로봇 청소기님을 위해서
수고한 노력을 메모리에서 복원해주기를 바란다.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