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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성 Jan 31. 2021

진상꿀물

숙취와 진상력의 역학관계 속에서 남편은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할 것인가

엊그제. 작가님들 만나서 과음하고 돌아오신 임작갑.
이미 현관 비밀번호 누를 때부터 진상의 기운이 느껴진다.
평소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가
    또로롱~ 찰각이었다면.

진상인 날은
푸후우.”
 
딸꾹.”
 .
웅얼웅얼.”
.   . 덜컥.
뭐야  안 열려. 신발. 아이 이거  이르는 그야. 다시.”
. .
휘유우우우.”
…….... 또로롱.
열렸다아.”

 소리를 방에서 듣고 있으면,
현관 방범 고리를 걸어버릴까 하는 생각을
이만팔천사백스물여섯번은 하게 된다.
낄낄.

진상 임작갑님의 품위 유지를 위해
 이상의 이야기는 생략하기로 하고.
다음  아침.

내가 커피를 내리고, 아침 루틴을 하는 동안.
임작갑은 당연히  일어나다가
한참 후에 겨우 좀비처럼 흐느적거리며 기침하셨다.
그러더니 상당히 괴로운 표정을 지으시며
내게 그런다.

김매니저.  머리가 너무 아파.
혹시 어제 내가 자기한테 진상 피웠어? 
아니지? 그러지 않았지?
속이 너무 쓰려. 으윽.
꿀물이  땡기는 그런 기분이라고 할까?”

. 어제 자기가 밖에다가  흘리고 와서
내가 그거 찾아오느라 힘들었던 것만 빼면
크게  일은 없었어.”

? 내가  놓고 왔었어? 핸드폰?
가방? 아닌데.  가지고 왔는데.”

아냐.  닝겐성과 개념과 양심을 흘리고 왔더라고.
아조 구멍 나고 시꺼먼 것이 알콜로도 소독이
안 되는 모양이던데?”

마지까?”

“옛따 꿀물이나 마셔라.”

임작갑은 넙죽 꿀물을 받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꿀물이 싱겁다며 투덜거려서,
  스푼을  넣어 드리고 나서야 만족하셨다.
그렇지 진정한 진상은 질척거림이 포함되어야 완성되지.

임작갑. 내가 생각을 해봤어.”

으으. 뭔데?”

내가 우리 아버지 꿀물도  본 적이 없거든?
결혼하고 아내 꿀물  거라고 누가 알았겠냐.”

 말이 끝나자 뒤늦게 양심과 개념이 꿀물의 효과로
활동하기 시작했는지, 임작갑은  0.3초쯤 
민망해하다가 깔깔거리고 웃는다.
그러더니 이내 기세를 회복해서 그런다.

아버님은 어머님이 챙기시겠지.
그러니까 자기는 걱정하지 말고 나만 챙겨 . ?
알았지. 이게  나랑 결혼한 업보라고 생각해.
오케이?”

임작갑에게 
닝겐성과 개념과 양심은 옵션사항이지만,
 당당하게 뻔뻔함은 그냥 빌트인인 모양이다.
혀를 차면서 돌아서는데,
 뒤에서 낮고 확고한 열망에  
진상의 목소리가 들렸다.

점심에는 김치 콩나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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