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민성 Feb 08. 2021

스타일 뭔데?

머리를 이만큼 길어본 것이 처음인지라...


지금까지 거의 평생을 내 머리가 반곱슬이라고 알고 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어릴 때 사진을 보면
그냥 머리가 동그란 직모였고,
중학교 이후로는 스포츠머리 거나 그보다 살짝 길었던 기억뿐이다.
앞 머리가 눈썹에 닿은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작년 여름을 지나면서 수염을 길렀고,
그러면서 머리도 같이 내버려 두다시피 길렀다.
그러면서 처음으로 내가 상당한 수준의 곱슬머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뒤늦게 아버지 젊었을 적 사진이 떠올랐다.
아버지도 굉장히 곱슬거리는 머리를 하고 계셨었다.

해보지 않고서는
자기 자신이 어떤지도 정작 잘 모르는 것이 삶인 것 같다.

머리 끝이 상한다는 의미를 처음 알았다.
요리하다가 가스렌지에 머리가 그슬릴 수 있다는 것도,
헤어드라이기 열기가 상당해서 덥다는 것도,
머리를 말리는 데는 꽤 많은 수고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헤어 에센스나 로션이 있다는 것도,
인간의 머리가 얼마나 많이 빠져서 바닥에 굴러다니는지도
정말이지 새롭게 알게 되었다.

아직도 머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거지존이라는 것을 벗어나야 뭘 해볼 수 있다는데,
이놈의 머리는 또 잘 자랄 생각이 없는지 고만고만한 상태다.

임작갑은 내 머리를 볼 때마다 불식 간에 웃는다.

생전 쓸 거라고 생각도 못했던
다이소 머리띠도 해보고,
뒷 머리가 간지러워서 고무줄로 묶어도 보고,
안 해봤던 짓들을 시도해보는 중이다.

있어 보이게 말하자면.
나도 몰랐던 나에 대해 알아가고 있다고 하겠고.
그냥 말하자면,
나이 들어 뒤늦게 주접떠는 것 아닌가 하면서도 흥미진진하게 놀고 있는 거다.

스쿨북스 유튜브 영상 속에서 머리 긴 내 얼굴을 보는데.
여전히 어색하다. 낄낄.

매거진의 이전글 갑님의 과업지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