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개의 글쓰기 29
그게 그렇다. 이를테면 나 혼자 앉아서 꿈지럭거리며 뭔가를 할 때는 온갖 생각이 떠올랐는데… 막상 좋은 기회가 와서 정식으로 시작하려니까 잘 안된다. 완벽할 필요가 없다는 것은 나도 알고 있다.
처음이니까, 시작이니까 당연히 불가능하다는 것도 안다. 그런데도 마음은 조급하고, 생각은 떠오르지 않는다. 아니 너무 많은 것을 하려고 욕심부리는지도 모르겠다.
차가 완전히 퍼져버려서 이번 주는 걸어서 사무실에 나온다. 요 몇 년 정말 봄을 느끼기도 전에 여름이네 하는 느낌을 받으며 살았었다. 올해는 그래도 아내랑 두어 군데 들리기도 하고, 봄이네하는 생각도 했구나 하며 보도블록을 밟았다.
촘촘한 보도블록 사이로 풀이 돋고, 노란색의 아주 작은 꽃도 피어있다. 왜 이런 장면들은 마음이 심란할 때에나 보이는지… 그냥 발을 멈추고 풀꽃을 보며 생각했다.
‘너 참 열심히 사는구나. 너에 비하면 난 부끄럽다.’
그러다 틈이 많은 보도블록에 눈이 갔다. 무슨 방송에서 시공할 때 일부러 틈을 좀 남긴다 했었다. 그래야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이에 블록들이 깨지는 일이 적다고 설명했다.
기차가 다니는 철길에 틈이 있는 이유도 온도차로 인해 철길이 뒤틀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 했었다. 석탑을 지을 때도 적당히 틈이 있어야 한다는 글도 봤었다. 그 빈틈은 사실 흠이 아니라 탑을 온전히 서 있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라 했다.
그걸 보면서 때로는 아귀가 맞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에 대해 깨달았었다.
사실 내 삶은 듬성듬성 빈틈 투성인데, 그걸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 가득 메워놓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었다. 결국 문제는 또다시 나였다.
애니메이션이라면 주인공이 자기 머리를 콩 때리고, ‘에잇 또 이래 버렸네. 이러지 말라구. 잘해 보자 나 자신! 간바레!!’라며 조그만 주먹을 쥐며 스스로 응원했겠지만… 이건 현실이다.
42살짜리 배 나온 아저씨가 그 짓 하고 있으면 욕먹는다.
사무실에 들어와 창문부터 열고, 일단 멈춰놓았던 일들을 펼쳐 놓았다. 아이디어 정리하던 구글 문서도구도 펼쳤다.
그리고 첫 줄에 이렇게 써넣었다.
<될 대로 되라지. 언제부터 내가...>
꽉 끼어있던 마음에 조금 틈이 생겼다.
이 틈 사이로 적당히 생각이 떠오르기를….
아님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