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계와 꼰대 사이

100개의 글쓰기_3

by 김민성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말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그가 죽지 아니하리라. 네가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의 영혼을 스올에서 구원하리라(잠 23:13-14)

또 아비들아 너희 자녀를 노엽게 하지 말고 오직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라(에베소서 6:4)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교회에서 만나는 아이들은 대부분 순둥이들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일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씻고 말짱한 얼굴로 예배드리겠다고 교회에 나오는 아이’를 상상해보면 무슨 의미인지 알 거다. 기본적으로 어지간히 착하지 않으면 그러기 힘들다.

그 또래 아이들이 우습게 보는 대학이 둘 있는데 하나는 지잡대(지방에 있는 잡스러운 대학)와 꼰대다. 아이들 중 상당수는 지잡대로 가야 하며, 나이가 들면 꼰대가 될 수 있다는 현실 따위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직은 남의 일이기 때문이다.


저 단어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소설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어떤 소설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보통은 되바라진 아이가 자기 아버지를 향해 사용하는 표현이었다. 꽤 기분 나쁜 말이지만, 때로 ‘아이 쒸 그 꼰대는 왜 먼저 가버려서…’라는 식으로 애증을 담은 표현이기도 했다. 그다음에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또 종종 쓰였는데, 융통성은 없으나 학생들을 생각하는 교사를 향해 ‘꼰대’라고 사용되기도 했던 것 같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 와서는 ‘나이로 갑질 하는 남자 어른’을 지칭하는 단어가 되어버렸다. 옛 기억을 떠올리면 단어가 너무 부정적으로 되어버려 조금 아쉬운 마음이 있다.


2015년 10월 28일 한국일보에 <꼰대 소리 듣지 않는 법>이라는 흥미로운 기사가 있다.

기사는 꼰대가 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내가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라. 내가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니 어설프게 훈계질 하지 말아라.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일도 있다. ‘나 젊었을 때는…’ 같은 말 하지 말아라. 권위를 앞세워 자기 말만 하지 말고 잘 듣고, 상대의 의견을 물어라. 존경은 권위에서 나오지 않는다. 성취하는 것이다는 내용이다.

기사를 읽으며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게 되었다.

흥미롭게도 기사 말미에 <꼰대 자가진단 테스트>가 있었다.

체크리스트: 당신은 꼰대입니까?

1. 사람을 만나면 나이부터 확인하고, 나보다 어린 사람에게는 반말을 한다.
2. 대체로 명령문으로 말한다.
3. 요즘 젊은이들이 노력은 하지 않고 세상 탓, 불평불만만 하는 건 사실이다.
4. “○○란 ○○○인 거야” 식의 진리 명제를 자주 구사한다.
5. 버스나 지하철의 노약자석에 앉아 있는 젊은이에게 “비켜라”라고 말하고픈 충동이 인다.

6. 후배의 장점이나 업적을 보면 자동반사적으로 그의 단점과 약점을 찾게 된다.
7. “내가 너만 했을 때” 얘기를 자주 한다.
8.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후배가 거슬린다.
9. 고위공직자나 대기업 간부, 유명 연예인 등과의 개인적 인연을 자꾸 얘기하게 된다.
10. 커피나 담배를 알아서 대령하지 않거나 회식 자리에서 삼겹살을 굽지 않아 기어이 나를 움직이게 만드는 후배가 불쾌하다.

11. 낯선 방식으로 일하고 있는 후배에게는 친히 제대로 일하는 법을 알려준다.
12. 자유롭게 의견을 얘기하라고 해놓고 나중에 보면 내가 먼저 답을 제시했다.
13. 옷차림이나 인사예절도 근무와 연관된 것이므로 지적할 수 있다.
14. 내가 한때 잘 나가던 사람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15. 연애사와 자녀계획 같은 사생활의 영역도 인생선배로서 답을 제시해줄 수 있다고 믿는다.

16. 회식이나 야유회에 개인 약속을 이유로 빠지는 사람을 이해하기 어렵다.
17. 내 의견에 반대한 후배는 두고두고 잊지 못한다.
18. 미주알고주알 스타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확인한다.
19. 아무리 둘러봐도 나보다 더 성실하고 열정적으로 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20. 아이들에게도 배울 게 있다는 원론에는 동의하지만, 실제로 뭘 배워본 적은 없다.

(참조: 창의리더십센터 보고서 ‘How to Be the Boss without Being the B-word(Bossy)’)

*0~3: 당신은 성숙한 어른입니다.
*4~7: 꼰대의 맹아가 싹트고 있음.
*8~15: 꼰대 경계경보 발령.
*16~20: 자숙기간 필요

테스트해본 결과 6개다. 아직은 꼰대의 맹아가 싹트고 있는 정도라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기쁘다고 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어라? 잠깐 ‘0~3개 : 당신은 성숙한 어른입니다.’라…
겨우 이런 걸로 어른의 성숙도를 잰다고?
아아~ 그럼 나는 성숙한 어른이 아니라는 말이네?
야! 기자 너 몇 살이야. 어디서 훈계질이야?
어? 콱! 내가 누군지 알아? 어? 기자면 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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