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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영광 Sep 14. 2022

03 가치의 재발견

- 50년 뒤, 문과생이 문송하지 않고 감사하게 되는 이유

                        

50년이 아니라 20년 뒤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문과생이라 죄송하지 않고 문과생이라 행복할 수 있습니다. 


사농공상(士農工商). 150년 전만 해도 학문하는 사람을 사회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연기하는 사람, 만드는 사람들, 장사하는 사람들은 천하게 여겨졌습니다.


150년 지난 지금, 사업해서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을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고 에미상을 탄 배우와 감독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참 신기하지 않습니까? 사람과 사회를 바라보는 가치의 패러다임이 150년 만에 완전히 뒤집히다니요. 어떻게 그런 변화가 가능했는지 '가치'라는 키워드로 설명해 보겠습니다.


우리는 좋은 것, 유용한 것 또는 인간의 욕구나 관심을 충족시켜주는 것을 '가치 있다'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 큰 가치'를 창조 사람들을 사회적으로 중요하게 여기게 됩니다.


'카카오톡'은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시켜줍니다.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주는 것이죠.

근데 공기나 전기 같은 것은 조금 다릅니다. 인간에게 큰 가치를 주지만 항상 존재하기에 인간은 별로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아무리 꼭 필요한 것이라도 변화하지 않고 항상,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 되면 사람은 '가치롭다'라고 생각하지 않게 됩니다.


여러분의 자녀는 무엇을 전공해야 할까요? 그 시대에 사람들이 점점 더 가치롭게 여기는 것을 전공하는 것이 좋습니다.

90년대는 반도체, TV, 휴대폰과 같은 전자 기기에서 많은 혁신이 일어났던 시기입니다. 따라서 전자 공학과 관련된 분야의 제품이 사람에게 큰 가치를 주었습니다. 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사회에서 중요하게 여겨지게 되었습니다. 

요즘에는 컴퓨터 공학을 통해 만들어진 앱과 같은 서비스가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공학과에 들어가려는 학생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그다음에는 어떤 것이 사람과 사회에 큰 가치를 주게 될까요? 그것을 파악하고 그 미래의 길목에 서있는 사람은 큰 부와 명예를 누리게 될 것입니다. 


*


다시 돌아가서, 조선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어떤 것이 가치 있게 다가왔을까요? 어떤 것이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주었을까요?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 물질세계에는 그다지 큰 혁신(변화)이 없었습니다. 100년 전 200년 전에 사용하던 호미와 옷감을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물질세계는 변화가 매우 적었기에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주지 못했습니다.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주었던 것은 '시'와 '학문' 즉, 인문학이었습니다. 정자에서 선비들이 모여 술과 함께 시를 읊는 것, 이런 것들이 그들에게 큰 가치를 준 것입니다.

그러나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물질세계에 큰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방적기와 증기기관이 만나서 대량으로 옷감을 만들었습니다. 좋고 새로운 옷감을 일부 사람들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대중)이 누리게 되었습니다. '옷'이라는 가치가 증폭되어 사람에게 나타난 것입니다. 


걷던 사람들이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를 타던 사람들이 오토바이를 타고,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들이 자동차를 타고 다니게 되었습니다. 


이동을 하려는 인간의 욕구가 물질세계의 혁신을 통해 충족되면서 큰 가치를 창조한 것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가치가 창조되면 그 가치를 창조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올라가게 됩니다. 


영사기가 만들어지기 전에 배우는 천민에 불과했습니다. 그들이 사회에 줄 수 있는 가치는 마당극과 같은 특정 장소에서만 창출되었습니다. 범위가 매우 제한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영사기가 발명되자 한 영화, 한 배우의 연기를 온 나라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배우가 연기를 통해 창출한 가치가 증폭된 것입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주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그 가치를 생산한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변화됩니다. 조선시대 천민이었던 배우들이 지금은 사회적 선망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에게 '가치'로운 새로운 물건이 계속 만들어지니까 사람들은 이런 물건과 서비스를 점점 더 가치 있게 여기게 됩니다. 


그래서 이런 물건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가'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 점점 올라갔고 그들이 이제는 사회에서 가장 선망하는 사람들이 되었습니다.


*


그러면 과학기술과 인공지능이 지금 보다 더 고도로 발달한 사회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전기와 같이 인공지능이 우리 곁에 항상 있게 되면 사람들은 무엇을 '가치 있다'라고 생각하게 될까요?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물질세계의 혁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 전 발표한 아이폰의 디자인과 성능은 기존 아이폰에 비해 큰 차이가 없습니다. 유선 전화에서 무선 전화로의 변화는 사람에게 매우 큰 가치를 주지만 기존 스마트폰에서 해상도와 디자인이 조금 변한 스마트폰은 그렇게 큰 가치를 주지 못합니다.


혁신이 줄어들고 새롭고 희귀한 것이 일상이 되어버리면 사람들은 더 이상 그것에서 가치를 느끼지 못합니다. 

30년 뒤에는 현재 제조업에 종사하는 사람의 10%만으로도 더 많은 물건을 생산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웬만한 물질세계의 제품은 인공지능이 생산하기에 더 가격이 낮아지고 누구나 소유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지금의 전기처럼 당연히 있는 것이 될 것이고 인간은 물질세계에서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것이 될 것입니다. 벌써 그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드웨어가 주는 가치는 점점 줄어들고 소프트웨어가 주는 가치는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물질세계의 변화가 정체되다 보니 사람들은 점점 콘텐츠와 서비스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세계를 더 가치롭게 여기게 됩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콘텐츠 플랫폼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기술은 점점 더 당연히 존재하는 것이 되고 인문학의 결과물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많은 가치를 느끼게 될 것입니다.

물질세계의 혁신이 멈추면 사람들은 정신세계에서 가치를 찾게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고도로 발달하면 '기술'은 나의 주변에 항상 존재하는 것이 됩니다. 인간은 항상 존재하는 것을 가치롭게 여기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술의 가치는 줄어들고 '예술'의 가치가 다시 올라가게 될 것입니다


마치 조선시대 인문학을 통해 사람들이 큰 가치를 얻었던 것과 같이요. 중세 시대와 같이 영원한 것, 인간의 삶과 의미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가 급상승할 것입니다. 


조선시대와 중세시대는 반복될 것입니다. 그때 문과생들은 '문과라서 죄송한 것'이 아니라 '문과라서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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