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행복을 누릴 것
오늘 하루는 누군가에게 '최고의 날'이었을 수도 있고, '최악의 날' 일수도 있다.
어제와 똑같은 '평범한 날'일 수도, 유난히 '버겁고 지치는 날'일 수도, 집에 다 왔는데 괜히 들어가기 싫어서 한참을 걷다가 공허한 마음을 달래고 들어가는 그런 '이상한 날' 일수도 있다.
나에게는 우울한 날이었다. 아침에 엄마가 좋아하는 김밥을 싸주셔서 맛있게 먹었는데. 평소보다 힘이 나서 운동도 잘했는데. 도서관에서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 싶은 책들을 마음껏 빌려왔는데. 이유를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는 '그런 날'이었다.
이럴 때는 사실 난감하다. 우울감이 올라올 때마다 다루는 방법(잘 먹고, 잘 자기, 잘 움직이기 등)이 몇 가지 있는데, 이걸 다 하고도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덜컥 겁이 난다. '그 녀석'이 찾아오는 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 녀석이 찾아오면 이제 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다. 직면해야 한다. 나는 그 녀석에게 물었다.
"날 찾아온 이유가 뭐야?"
(=마음이 불안하고 우울한 이유가 뭐야?)
녀석은 말했다.
"네가 정말 매일 2시간씩 책 읽고 글쓰기를 꾸준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네가 쓴 글도 읽어봐서 알겠지만, 그렇게 잘 쓰지도 못하잖아. 다른 작가들이 쓴 훨씬 더 좋은 글이 있는데, 누가 네 글을 읽겠어? 그러니 이제 그쯤에서 포기하는 건 어때?"
오랜만에 등장한 녀석의 맞는 말에 잠시 어질 했다.
"구구절절 어쩜 그렇게 맞는 말만 하냐.. 근데 말이야. 내가 앞으로 잘할 수 있을지는 나도 몰라. 하지만 지금까지 잘해왔어. 그리고 난 '오늘'을 살 거야. 나중에 못하게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할게. 내가 쓴 글을 1명이라도 읽고 공감할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해. 모든 사람이 유명 작가의 글을 원하는 건 아니야. 나랑 비슷한 경험이 담긴 글에서는 공감을 할 수 도 위로를 받을 수도 있어"
그렇게 녀석을 보냈다.
나는 그동안 가면을 쓰고 살았던 것 같다.
밝고, 착하고, 뭐든 열심히 하는 사람.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면을 쓰고 살았다. 가면 속에서 우울증이라는 녀석과 매일 사투를 벌여야 했다. 때로는 억지로 감추기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직면하고 나니 나를 둘러싸고 있던 우울증이라는 녀석은 싱겁게 도망갔다. 언제 어디서 다시 나타나 나를 짓누를지 모르지만, 이제는 더 이상 피하지 않을 것이다. 당당하게 마주하고 뭐가 걱정되고 불안한 건지를 같이 얘기해볼 것이다.
시크릿이라는 책에서 기억에 남는 구절이 있다.
지금 당신이 가진 것을 예전과 다르게 느끼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당신은 좋은 일을 더 많이 끌어당기게 될 것이다. 이미 당신이 가진 것들 가운데 고마워할 일에 집중하라.
다시 한번 오늘을 상기시켜 본다.
생각해보니 엄마가 싸준 김밥이 정말 너무 맛있었다. 두줄이나 먹었다. 어릴 때부터 음식만큼은 사랑과 정성으로 해주시는 엄마가 있어 나는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감사하다.
날씨가 쌀쌀해서 헬스장에 가고 싶지 않았는데 다녀왔다. 운동할 수 있는 건강한 두 다리가 있음에 감사하다. 평소보다 힘이 나서 운동을 더 할 수 도 있었다. 감사하다.
내일 도서관 휴무라 책을 빌려올 수 있어서 감사하다. 일을 안 하고 있다 보니 살림살이가 옹색해져서 뭔가를 하기가 어려운데 책은 마음껏 볼 수 있다. 감사하다. 책을 읽을 수 있는 건강한 눈이 있어서 감사하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하루를 되돌아보고 감사할 일들을 많이 찾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
분명 똑같은 날이었다. 하지만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르게 느끼기 시작하니 감사할 일 투성이다.
오늘 하루 나처럼 조금은 지치고 힘들고 버겁고 우울한 하루를 보낸 모든 사람들이 지금 당장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마법의 치트키를 써보기를 바란다. 이미 가진 것을 다르게 느끼는 순간부터 값없는 행복을 풍성히 누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 사진출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