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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배르니 Oct 20. 2022

까칠한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 되는 순간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이유

살다 보면 간절히 원했던 일도 지나고 보니 잘된 일만은 아니었고, 

'망했다' 싶은 순간도 꽤 괜찮은 경험으로 남은 적이 있다.


나에게 평생의 트라우마로 남을지, 성장의 발판이 될지는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에 따라 달랐던 것 같다. 


내가 우울증에 걸린 건 '망했다' 싶은 순간이었다. 살면서 정신과에 갈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우울증에 걸리고 나서야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 우울증 진단으로 멈춰버린 일상은 '나'를 알아가고 돌아볼 계기이자 강력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그렇게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한 하루를 살아보기 위해 시작한 것이 운동이었고, 글쓰기였다. 

운동의 장점이야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글쓰기는 나에게 조금은 특별하다. 서른셋에 처음으로 갖게 된 '취미'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게 재밌고, 내 생각을 사람들과 나누는 게 좋다. 조회수가 낮거나 무반응일 때도 많지만 단 한 명이라도 읽었다면 속으로 생각한다. 


'오! 한 분이 읽으셨네~ 감사합니다! 복 받으세요~'


운이 좋은 날은 '공감된다', '힘을 얻었다'는 댓글이 달릴 때도 있다. 그때 알았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를. 


나는 순둥순둥 하게 생긴 외모와는 달리, 예민하고 까칠한 사람이다.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고 나면, '그렇게 안 보이는데 의외로 할 말 다한다', '생각보다 주관이 뚜렷하다'라는 평을 듣는다. 살면서 누구를 돕는 일에 발 벗고 나서본 적이 없고, 딱히 이타심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끼치지 않고 살길 바라는 개인주의자에 가깝다. 


세상에 냉소적이고 무관심하던 내가, 글을 쓸 때는 조금 다르다.

어디든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내가 쓴 글을 읽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았으면 참 좋겠다는 마음이 생긴다. 평범한 7년 차 직장인이 갑자기 우울증을 진단받고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고 '저런 사람도 사네. 나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며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이런 따뜻한 마음을 갖게 해 준 글쓰기가 고맙다. 그리고 그런 마음으로 글을 쓰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하는지 알겠다. 


내가 우울증을 진단받고 방 안에 틀어박혀 있기만 했을 때, '어디 여행이라도 다녀와',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는 섣부른 조언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때 친한 언니가 '하고 싶은 게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러다 조금 기운이 나면 그때 하고 싶은걸 찾아봐'라는 말이 위안이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중에 하나가 글쓰기였다. 예전에 회사를 다닐 때 했던 '익숙한 일'이기도 했지만,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속 깊은 이야기들을 글로 남기고 나면 마음이 편해졌다. 생각도 정리되었고, 하나둘씩 쌓이는 나만의 이야기들은 왠지 모를 성취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니 마음에 우울감이 자주 찾아오는 분들에게 꼭 권하고 싶다. '좋아하는 일'을 꼭 찾아보시기를. 

우울한 기분으로 힘겨운 시간을 흘러 보내는데 아주 큰 도움이 된다. 처음부터 '이거다!' 싶은 것을 발견하기는 어렵겠지만, 아주 작고 소소한 일을 '일단 해보는 것'에서부터 시작할 수 있다.



* 사진출처

<a href="https://www.freepik.com/free-vector/hand-drawn-cute-woman-character-writing-notebook-vector-illustrations-doodle-style_16246943.htm#query=writer&from_query=%EC%9E%91%EA%B0%80&position=24&from_view=search&track=sph">Image by felicities</a> on Freep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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