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어당김의 법칙
론다 번의 책 시크릿에는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는 말이 나온다.
'비슷한 것까지 서로 끌어당긴다'는 것인데, 만약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와 비슷한 상황들이 나에게 끌려오게 된다. 지금의 나는 내가 끌어당긴 생각의 결과물이다.
의구심이 들었다.
'그렇다면 내가 우울증을 진단받은 게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건가?'
인정할 수 없었다. 세상에 누가 우울증에 걸리고 싶어 한단 말인가. 하지만 분명한 건 회사를 나올 당시, 나는 실제로 불안과 우울감이 심했고 걱정을 지나치게 많이 했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심장이 조여 오는 듯 가슴이 답답했다.
'우울한 생각을 안 하고 싶어도 하게 되는데, 어떻게 떨쳐버리지?'
풀지 못한 숙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답답한 마음에 헬스장으로 갔다. 간단하게 유산소를 하고 근력 운동을 하면서 생각했다.
'그래. 이게 어쩌면 내 문제의 해답일지도 몰라'
올해 초 우울증 진단 이후, 나는 일상을 회복하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해왔다. 부정적 생각의 패턴을 끊기 위해 매일 운동을 했다. 병원 상담과 약물치료, 별도의 심리상담을 병행하며 잘못된 생각의 패턴을 고쳐 나갔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며 마음을 알아차리고 돌보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알았다. 만약 다시 회사로 돌아간다면, 지금의 마인드 컨트롤이 어려울 수 있음을 말이다. 그동안의 업무성과와 노력은 리셋하고 나를 '그저 일하기 싫어서 도망친 애'로 생각하는 부장님, 새로 옮긴 부서에서 함께 일한 시간이 짧았던 동료들, 익숙하지 않은 환경들과 마주하면 다시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것은 내가 평생 마주해야 할 일이기도 했다.
오늘 누구를 만나고, 어떤 일을 겪을지, 단 하루도 완벽히 예측할 수 없다.
다만 내가 무슨 '감정'을 느끼고, 어떻게 '생각'할지는 선택할 수 있다.
물론 회사를 다니면 성실히 일해야 한다. 제시간에 출근하고 내게 주어진 역할을 다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누군가 내가 우울증을 겪었던 사실만을 가지고, 나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수치심을 느끼도록 내버려 두어서도 안된다. 앞으로 어떤 상황을 마주하든, 나는 최선을 다하며, 걱정, 불안, 우울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으로부터 나를 지킬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원하는 대상을 집중하여 생각하고,
그 대상이 어떠해야 하는지 아주 명확하게 정하는 것이다.
그러면 우주에서 가장 커다란 법칙인 끌어당김의 법칙이 발동된다.
당신은 자신이 가장 많이 되고 싶어 하는 존재가 되고,
당신이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을 끌어당긴다
'존 아사라프'
우울증을 진단받고 나서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배운 것도 많다. 글쓰기를 통해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 마음을 돌보는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나는 중요한 것을 배웠다.
내 상황은 통제할 수 없으나, 내 감정과 생각은 온전히 나의 몫이라는 것.
그동안의 불안과 걱정, 우울의 감정은 내가 선택한 결과다. 고로 앞으로는 기대, 희망, 자존감 같은 좋은 감정을 느끼고 생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언젠가 정신과 상담 중에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울증 환자들에게 가장 절망적인 순간이 언제인지 아세요?
'실패했을 때'가 아닙니다.
더 이상 '희망이 없을 때'입니다.
'이번 생은 망했어'
'난 어차피 해도 안돼'
한때 이런 생각들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낸 적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식으로 나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나아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나갈 것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믿는다. '깨닫고', '행동하는 것'만큼 인생에 강력한 무기는 없다.
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지금 내가 처한 상황이 한순간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지금 이 시간을 어떻게 느끼고 받아들일지는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을 말이다. 나는 어느 날 갑자기 사고처럼 찾아온 우울증이 앞으로 길고 긴 삶에 분명 백신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는다. 일상을 잠시 멈춘 이 시간 동안 나는 미처 돌보지 못했던 상처들을 발견하고 '나'를 돌보는 법을 배우며 '오늘'을 사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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