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계속 준비하며 걱정하던 일본 교환학생은 탈락했다. 그래서인지 고민이 없어졌다. 애초에 요행을 바랐던 거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야지.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라고 누가 말했던 게 생각났다.)
교환학생 면접이 끝나고 나서 그동안 내 면접을 위해 엄청나게 도와준 나나, 미에코, 아쯔코 일본인 친구들과 치맥 타임. 나름 좋은 시간을 보냈다. 학교를 다니면서 친해질 만하면 외국으로 돌아간 친구들이 셀 수도 없다. 이제 곧 이 친구들도 고국으로 돌아가겠지. 어쨌거나 얘네들은 내가 듣는 것도 일본어 공부라며 몇 시간을 일본어로 떠들어 댔다. 뭔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입은 움직이지 않는다. 듣고만 있었다. 그래도 눈치로 반은 이해했다.
아침이 밝았다. 오늘 수업은 기계과 수업 용접 공학을 들었다. 실업계고등학교에서 용접을 선택했고 나름 용접기능사도 있는데.. 생각해보니 너무 오래전 일인 것 같다. 용접과 였던 건 기억나지도 않을 만큼
목요일 수업은 디자인 세미나. 디자인학과는 졸업작품전시회가 있기 때문에 일주일에 세 번씩 진행과정에 대해서 발표를 하고 있다. 인생에 발표란 없어서 발표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발표는 어느 정도 진행은 된다. 졸업작품에 대한 생각과 아이디어는 많은데 내 디자인 실력이 내 생각을 못 따라가는 느낌.
수업이 끝나고 헬스를 하고 유산소 운동 대신 내 방이 있는 14층까지 걸어 올라가기. 방에 가방을 던져두고 냉장고를 열어 닭가슴살을 꺼내고는 다시 계란으로 내려갔다. 전자레인지에 돌리고 다시 계단으로 올라가기. '이렇게만 꾸준히 하면 유산소 할 필요가 없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금요일 수업 영상 수업 발 표준 비를 하다가 졸업작품에 쓰일 작품 중 뭔가 영감이 떠오를까 싶어 사진을 찍었다. 발표를 기다리다 도서관에 책을 빌리러 갔다. (뜬금이지만 발표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져서 책 읽고 싶어 져서)
희야 언니의 책인데 출간 작가라고 했다. 졸업을 하면서 나도 내 스토리로 된 책이 쓰고 싶어서 책을 어떻게 출간하는 건지 물어보기 전에 읽어 보려고 빌렸다. 영상 수업이 끝났다. 글로벌 라운지로 갔더니 하우유에서 진행하는 한글 벗 수업이 진행 중이기에 수업을 구경했다.
아이디어를 위해 서칭을 하는데 내가 하려는 아이디어들은 왜 벌써 세상에 존재하는 건지 크리에이티브한 게 좋아서 디자인과를 복수 전공했는데 이제는 정확한 답이 있는 공대의 수업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머리가 아파서 바람 쐬러 가자는 태규 말에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
바람 쐬러 가자 = 술 먹자. 그렇다 썰파가 답이다. 잭콕과 맥주 총 2잔을 마시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나가기 전에 빨래를 돌리고 안 널고 그냥 간 걸 알았다. 건망증이란.... 빨래를 널고 내일을 위해 간 보호제도 먹고 나니 마리우스가 온다.
오늘 축제가 있다고 같이 가자고 했는데 같이 못 가서 조금 미안하다..(한 학기밖에 안 있는데 뭔가 예전의 룸메들만큼 잘 못 챙겨주는 거 같아서, 내일은 하우유 엠티가 있는 날이라던데 마리우스가 같이 술 먹자 했으니 아르바이트 끝나고 나서 술 같이 마셔줘야지)
술 먹고 와서 내 옷장에 앉아서 까부는 마리우스. 키만 컸지 하는 짓은 진짜 어린애 같다.
야경이 갑자기 이뻐 보여서 찍었다.
토요일 알바가 끝나고 버거킹을 먹으러 갔다. 통새우 와퍼. 근데 사랑니 때문에 뭘 먹어도 이가 아프다.
과제는 많은데 하기는 싫고 머리 아프단 자기 합리화를 하고 인터스텔라를 틀었다.
"사랑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우리가 알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에요."
한 시간쯤 보다가 늦을 것 같아 집을 나왔다. 몸도 피곤하고 가기 싫었지만 마리우스한테 간다고도 말해놨으니 가야겠지. 온산공단을 지나가는데 퇴직하기까지 여기 공단에서 30년 넘게 일하셨던 아빠가 생각이 났다. 집에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물었다. 부모님은 내가 회사에 취직하기를 바라셨는데..
엠티의 꽃은 바비큐라고 했던가? 고기 못 먹는 외국인 친구들을 위해 닭고기를 선택했다고 한다. 종교적 이유로 고기를 먹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기에 이제는 익숙
그리고 하우 유가 준비한 게임들. 내가 기획하고 만든 동아리가 후배들이 잘 운영하는 걸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엠티를 갔다 와서 다음날, 기침이 계속 나고 뭔가 몸이 안 좋은 느낌이다.
가만 누워있기엔 하루가 아깝고 땀을 내야겠다 싶어서 달리기를 하러 나왔다. 비록 비는 오지만 뭔가 달리고 싶어서 가다 보니 등산로가 보였다. 학교는 오래 다녔지만 저 길으로 가본 적은 없어서 그냥 가보기로 했다. (예전에 브라질 친구 래티샤가 가쟀는데 귀찮아서 안 갔었는데 생각하니 미안하군)
걷다 보니 문수산 정상 일 킬로 남았다는 표지판, 정상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고 어두워질 것 같아서 그냥 내려왔다. (졸업 전에 산 정상 찍어봐야지.)
문수산에서 내려와 캠퍼스 안에서 달리기하고 들어가려다 시간을 보니 2시간이나 등산을 했네?
다음날, 수업 준비하려고 컴퓨터에 앉았는데 며칠 전부터 마라톤을 하고 싶다는 마리우스 때문인지 마라톤이 보인다. 커플마라톤이라는 어감이 좋지는 않지만 신청을 했다.
노르웨이 룸메 덕분에 10km를 뛰어야 된다. 울산대공원에서 마라톤.. 5km는 몇 번 해봤는데 10km는 처음인 거 같은데 체력이 되려나 모르겠다.
수업이 끝나고 기숙사 방으로 들어왔다. '오늘도 피곤한 하루였어' 하고 침대에 누우려고 하니, 이것들 뭐냐?
귀여운 marius.
나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한국고 계속 외국인 룸메들과 지내다보니 외국인 룸메이트랑 생활 한다는게 당연한게 되어버렸지만 쟤네들에게는 이 모든게 신기한 해외생활이란걸 생각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