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0월 29일.
큰누나의 결혼식이 있었다. 난 호주에서 잠시 돌아와 한국에서 바쁜 일정을 보내는 중이었는데 이유는 속성으로 운전면허를 따야 됐기 때문이었다. 음주운전으로 인해서 취소된 운전면허였기 때문에 특별교통안전교육을 받아야 됐다. 교육도 받고 도로주행을 다시 하는 틈틈이 친구들과 만났다. 그리고 면허를 다시 땄다. 국제 운전면허증도 발급받았다. 이번에 호주에 다시 나가서는 시드니가 아닌 다른 도시로 지역 이동도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엔 영어도 영어지만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보통 사람들은 영어, 돈, 여행 3가지를 염두에 두고 워킹홀리데이를 떠난다. 나는 필리핀 3개월 시드니에서 4개월간 영어공부를 했으니 이제는 돈을 한번 벌어보고 싶었다. 물론 영어도 쓸 수 있는 환경 이어만 했다. 시드니에 있는 한 백팩커스에 도착했다. 시티에서 앞으로 우리가 해야 될 일등을 찾아봤지만 영어를 못하는 친구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공장을 가야만 했다. 소개비 200불을 내면 에이전시 회사를 통해서 공장을 가는 일이 있었다. 공장은 헌터벨리에 위치해 있다고 하였다.
에이전시에서 준비해준 차를 타고 헌터벨리로 지역 이동을 했다. 햄버거로 점심을 먹고 주급을 받을 통장 개설을 하고 공장에 가서 인덕션을 봤다. 그 후 숙소에 도착하여 도시락을 싸고 바로 취침했다. 그다음 날 새벽 4시에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그다음 날 우리가 간 곳은 소 공장이었는데 나는 슬라우터(도살) 파트에 친구는 패킹(포장) 파트에 배정되었다.
내가 하는 일은 소 내장들을 실은 카트가 오면 장기를 분리해서 각 통으로 집어넣고 나머지 필요 없는 내장들은 버리는 일. 근데 소에 있는 내장들 무게가 어마어마하다. 카트에 내장을 실어다 하루 종일 버린다고 힘주어서 카트를 들었더니 손톱 밑에 멍이 들었다. 그리고 내장들이 손질되지 않아서 오는 거라 똥오줌이 묻어있어 비위가 엄청 상했다. 첫날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려니 비위가 상해 밥도 잘 들어가지 않았다.
매니저에게 친구랑 같이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알겠다고 자리 나는 대로 포지션 변경해준다고 하였다. 하루 일과가 끝나고 나서 집에 왔더니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친구랑 나를 제외한 집안사람들은 근무 시프트가 우리랑 다른 야간조라서 취침을 하고 있었기에 방에 불도 켤 수 없었다. 도시락을 싸고 내일을 위해 일찍 잠들었다.
다음날 아침 카트를 밀려고 하니 몸에 힘이 없다. 슈퍼바이저가 지켜보더니 나를 부른다. 다른 포지션으로 이동한 후 시범을 보여줬다. 소 대가리만 덜렁 카트에 걸려 나오는데 대가리를 기둥에 걸고 아주 긴 빠루처럼 생긴 연장을 소 턱에다 꼽는다 그리고 지렛대 원리를 이용해서 턱을 있는 힘껏 내린다. 그럼 소 턱이 빠지면서 덜렁거린다. 그럼 칼을 꺼내서 소 볼을 찢고 안쪽에 살을 분리해내는 작업이었다. 그래도 카트보다는 작업이 수월했는데 문제는 비위였다. 볼살을 찢다 보면 시신경을 잘못 건드리거나 하면 소 눈알이 튀어나올 때도 있었고 빠루로 턱을 열면 혀가 축하고 쳐질 때도 있어서 하면서도 깜짝깜짝 놀래곤 했다. 그래도 잘했는데 마지막 타임에 소 중에서 힘든 BULL이 나왔다. 모든 힘이 다 빠졌다.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도저히 못하겠다고 탐워스로 지역 이동을 하자고 했다. 타워스는 그전부터 알고 있던 지역이었는데 예전 세부에서 스쿠버를 하면서 만난 치홍이 형이 일을 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치홍이 형한테 연락을 했다. 그리고 탐워스로 간다고 했더니 오면 연락 달라고 했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쌌다. 그리고 탐워스로 향했다. 어떻게 가는지도 모르고 무작정 나왔기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봐야만 했다. 확실하진 않으나 메이틀랜드라는 곳으로 가면 탐워스로 가는 기차가 있을 거란 얘기에 메이틀랜드로 가는 버스를 탔다. 그리고 기차역에 갔더니 다행히 탐워스행이 있었다.
“탐워스 가는 티켓 2장이요. 대학생 할인되죠?”
학생증을 가치 건네었는데 학생증을 한참 살폈다.
“할인 안 되는 학생증인데.”
학생증인데 왜 안되냐고 계속 우겨댔고 결국 할인을 받았다.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국제학생증은 스티커를 붙여야 된다고 하였다. 탐워스에 도착했다. 백팩커스에서 하루를 보내고 치홍이 형을 만났다. 오랜만에 만난 치홍이 형은 내가 미쳐 세부에 놔두고 왔던 MLB 모자를 챙겨서 들고 와주었다. 형은 숙소도 구해주고 공장 지원도 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이번에 지원하는 공장은 양 공장이었다. 숙소는 양 공장에 다니시는 분이 운영하는 셰어하우스였다. 숙소 값까지 내고 나자 정말 빈털터리가 되었다. 인덕션을 보고 왔다. 친구가 영어를 못해서 전화가 오지 않을까 봐 불안했다. 기다리던 끝에 전화가 왔다. 다행히 친구와 같이 출근하면 된다고 하였다.
첫 출근, 친구와 슬라우터(도살) 파트에 배정받았다. 헌터벨리에 있는 공장은 소공장이었지만 여기는 양 공장이라서 업무가 조금은 쉬웠다. 우리가 배정받은 공정 업무는 양 뒷다리(아킬레스건) 쪽에 훅을 꼽고 훅을 레일에 다시 거는 일이었다. 한 타임 즉 한 시간 반 동안 7~850마리, 하루에 5000~6000마리 정도를 하는데 어깨가 아팠다. 양쪽 어깨를 번갈아 가면서 일을 하였다. 그래도 일을 하면서 병구랑 나는 웃음이 났다. 둘 다 같은 공정을 하는 것 그리고 일하면서 수다를 떨 수도 있어서 일이 재밌게 느껴졌다.
“그래도 헌터벨리에서 일할 때에 비하면 여기는 천국이다.”
“근데 형들 말 들어보니깐 훅도 힘든 편이라던데..”
“어 맞다 이거 할빠에 장기 뜯는다던데. 시급도 28불이라더라.”
카셰어를 같이하는 형들에게 장기 파트에 대한 정보를 들은 이유로 나는 슈퍼바이저에게 기회가 되면 병구랑 나는 장기 파트에 들어가고 싶다고 계속 어필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기회가 찾아왔다. 사람이 없었는지 훅을 꼽고 있던 나에게 슈퍼바이저가 왔다. 그리고 장기 포지션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Ben이라는 어린 친구에게 설명을 들으며 요령을 배웠다. 미끌미끌하면서 무거운 장기를 잡아 들어 올리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콩팥을 양손으로 잡고 비틀어 들어 올리면서 한 번에 떼어내고 오른손 검지 손가락과 중지로 항문에 손을 넣어 장을 떼어내고 간과 폐를 떼어내고 마지막으로 식도를 눌렀다 들어 올리면서 위와 함께 들어 올려야 돼. 들어 올릴 땐 식도를 꽉 잡고 있어야 안에 내용물이 안 나와!”
한 번이라도 실수를 하면 내장들이 서로 끊어져 떨어지고, 힘을 쌔게 주면 터져서 얼굴에 똥, 오줌이 튀고는 했다. 양 오줌 지린내 장기 냄새도 역겨웠다. 하지만 가장 고통스러웠던 건 손톱이었다. 멍이 들었던 손톱은 힘이 들어갈 때마다 아팠고 반복된 작업으로 손톱이 들릴 때마다 오는 고통을 참아내야만 했다. 하지만 통장잔고도 바닥이었고 내가 버텨내야 친구에게 최소 해볼 수 있는 기회라도 주어지는 것이었다. 일주일쯤 했을까? 크리스마스 기간이 다가왔다. 크리스마스에는 아무 계획이 없었는데 집주인 누나가 물었다.
“우리 골드코스트 갈 건데 너네 같이 갈래?”
“거기가 어딘데요?”
“바다 쪽 도시인데 거기 갔다가 브리즈번 가서 장도 봐오려고”
“저희도 장 봐야 되는데 같이 가요 그럼”
이때는 차가 없었기 때문에 장 보러 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리고 한인마트는 시드니나 브리즈번에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갈 때 따라가야만 됐다. 골드코스트를 갔다. 가는 길에 밥을 먹으며 이동하니 9시간이 걸렸다. 골드코스트의 호텔에 도착했다. 친구랑 서퍼 파라다이스 비치에서 사진도 찍고 골드코스트 시내를 구경했다. 오래간만에 쇼핑도 하고 시간을 보냈다. 일본식 칵테일바에서 맥주를 한잔하고 일찍 잠들었다.
다음날 오전에 일어나 골드코스트 구경을 조금 더했다. 그리고 브리즈번으로 출발했다. 브리즈번에 도착해서 밥을 먹고 장을 봤다. 난 브리즈번에 있는 일본인 친구 Eri를 잠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Eri는 시드니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같이 학원을 다닌 친구인데 항상 친구들을 모으고 다니는 쾌활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Eri와 어학연수 때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다. 이야기를 끝 마치고 주인형과 만나서 다시 골드코스트로 돌아왔다.
그리고 마지막 날 일어나 탐워스로 돌아오는 길 바이런베이에 들렸다. 바이런베이는 포카리스웨트 광고지로 알려져 있다고 하였다. 하얀 등대에서 사진을 찍고 여행을 마무리했다. 7시간 차 안에 갇혀 라디오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주인 누나 덕에 크리스마스 홀리데이 기간에 골드코스트, 브리즈번, 바이런베이까지 갔다 올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이어지는 뉴 이어 셧다운 기간. 친구랑 나는 시드니에 가서 불꽃놀이 및 스카이다이빙을 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