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얘기로 가장한 감성이야기
아이 둘이 동시에 아팠다.
하나는 여름감기, 하나는 피곤해서 입안이 나는 흰색 수포가 혀 밑에 커다랗게 낫다.
서로 다른 이유로 아팠는데 동시에 열이 났다.
방학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아팠기에 우린 이른 방학을 했고, 열이 나는 아이들을 쉬게 하느라 집안이 감옥인 듯 갇혀버렸다.
뭐 감옥이라는 내 표현과 다르게 아이들은 빡빡한 학교, 학원, 유치원 일정을 소화하지 않고 소원하던 집콕을 할 수 있었기에 그녀들에겐 '자유'였겠지만.
아이들은 열이 오를 때면 얼굴이 눈에 띄게 창백하고, 기운이 없어 잠을 잤지만 해열제를 먹고 열이 떨어지면 또 금방 기운을 찾아 놀았다.
운동을 나가고 싶었지만 아픈 아이들만 두고 나갈 수도 없고, 열 오르면 평소 상태를 잘 아는 내가 빠른 대처를 해야 했기에 꾹꾹 참았다.
며칠이 지나 둘째 아이는 다행히 수포가 번지지 않아 구내염이나 수족구 같은 질환이 아니라 금세 좋아졌고 열도 나지 않았다. 첫째가 기침을 하고 아직 미열이 남아있었지만 제법 상태가 좋아졌다. 남편이 퇴근하고 온 뒤, 나는 쓰레기 버리러 가는 겸 운동을 가겠다고 했다.
와이프가 달리기에 맛 들이길 바라는 사람이다 보니 격하게 반기며 보내주었다.
분리수거할 것을 챙겨 나와 홀가분하게 손에서 훌훌 털어내고는 늘 가는 공원으로 향하는 길.
달의 윤곽을 간직한 초승달이 나를 반긴다.
잔잔한 호수 위 데크길을 따라 공원 입구에 들어선다.
뜨거운 낮을 피해 산책 나온 사람들, 반려견들 등 사람들이 북적인다.
오늘은 6주 차 세 번째 달리기라 무려 7분을 세 번 뛰어야만 하는 날이다.
처음 1분 30초로 시작한 달리기는 점진적으로 늘어나 7분이 되었다.
너무 뜨거운 온도에 달궈진 지면은 쉬이 시원해지지 않는다. 걷는 중에도 땀이 줄줄 흐르는데 뛰기 시작하니 더 비 오듯 땀이 흘러내린다.
5일 만에 하는 운동이라 굳어있던 몸은 조금씩 풀린다.
감옥?을 탈출한 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볍다.
남편말로는 기센 여자 셋이 집 안에서 지지고 볶고 싸울 방학이 벌써 걱정이지만 달리며 해소하고, 쓰며 풀어내는 시간이 있어 그래도 기꺼이 즐겁게 맞이할 준비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