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대한 짧은 글쓰기.
아이는 울었다.
유치원에 태권도까지 갔다가 느지막이 집에 오는 아이가 배고파하니까, 놀게 없어 심심하다고 하니까. 엄마인 내 마음을 나약하게 흔들어 놓아 허용해 줬던 간식과 TV 때문에 저녁식사 시간에 벌어진 실랑이.
아이의 떼가 섞인 울음이 계속되자 남편은 바람이라도 쐬고 오라고 했다.
그 말을 넙죽 받아들이고는 운동복을 입었다.
기분도 꿀꿀한데 산책하면서 상념에 빠져볼까 했지만 어느새 내 손은 운동복을 뒤적거려 찾고, 딱 붙는 기능성 옷을 입고 있었다.
아빠와 함께 있으라는 말을 남기고 조금 잠잠해진 아이를 두고 집을 나와 공원을 향해 걸었다.
올라가면서 어플을 켜는데 하필 오늘 또 어플이 말썽이다.
로그인이 안되어서 회원가입을 해보려고도 해 보고 지우고 다시 깔아보기도 했지만 리소스 업데이트를 한다더니 뭐가 잘못된 건지 연결이 되지 않았다.
공원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어플과 실랑이를 하다 보니 평소 시작하는 지점을 훌쩍 지나버렸다.
나는 어쩔 수 없이 핸드폰을 집어넣고 스마트워치를 보며 시간을 계산하며 뛰기 시작했다.
"후~ 후~"
더워서 땀이 나고 심장이 빨리 뛰어 숨소리 역시 커진다.
타 죽을 듯한 강렬한 햇빛을 피해 저녁 산책을 나온 사람들로 여전히 붐비는 공원.
나는 시계를 체크하며 5분간 뛰었다.
에너지와 땀, 기력을 발산하는 달리기.
아이들을 위해 애쓰고, 받아들여주려는 수렴만 하다 발산을 하니 확실히 속이 시원하다.
수렴과 발산.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지 어느 한쪽이 치우치면 이렇게 폭발하듯 터지는 모양이다.
헛둘헛둘. 나는 어둠 속을 달리며 갑갑한 마음을 덜어낸다.
오늘은 어플 목소리가 들리지 않아 고요하다.
심심하다가도 고요한 내면의 내밀한 소리를 들을 수 있어 좋기도 하다.
물론 헉헉 거리며 숨을 차오르는 소리 밖엔 들리지 않지만.
어플을 확인하며 하는 것도 생각보다 더 좋았다. 어플에서 나오는 목소리를 들으며 하면 뭔가 떠밀리듯 하는 느낌이었지만 시간을 직접 체크하면서 하니 확실히 나 스스로가 조절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아이들에도 어플에서 나오는 목소리처럼 계속 들려줄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조절해야 하는 법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인데 이렇게 또 하나 깨닫는다.
공부방에 간 첫째를 데리러 갔다 집에 오니 난리를 피우던 둘째는 자고 있다.
마침 끝난 세탁기 효과음을 듣고 땀 낸 김에 널고 자려는데 둘째 아이가 언제 깼는지 베란다로 나왔다.
말없이 조용히 다가오더니 무언가 건넨다. 색종이로 만든 편지봉투. 둘째 아이가 유치원에서 엄마 주려고 편지 써왔다고 내밀 때 늘 만들어 오던 것과 형태가 같다.
색종이 봉투 안에는 네모로 꼬깃꼬깃 접힌 편지가 있다.
[ 엄마 사랑해. 엄마 나도 힘.]
나는 픽 웃었다.
빨래를 널고 다시 방에 가보니 아이는 다시 곤히 잠들어있다.
달리기로 많은 것이 해소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