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느끼기.

달리기에 대한 짧은 글쓰기.

by 꽃구름

쏟아지는 폭우의 나날을 보내고, 다시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온도는 많이 높지 않아도 어항 안에 갇힌 듯한 습한 날씨 때문인지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주르륵 나는 날이다.

일주일 만에 뛰려니 나가는 게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미루고 내일 할까 하다가 내일은 도저히 시간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저녁을 먹고 느지막이 나섰다.

공원에 가기 위해 나선 길, 붉게 타는 노을빛은 섬광처럼 내 눈에 강렬하게 박힌다.



크. 좋구나.

외치지만 나는 감상도 마다하고 공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여러 날 쏟아지는 비에 답답했던 모양인지 공원에는 오가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사람이 많아 뛸 수 있을까 고민했지만 이왕 온 거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다.


핸드폰 어플을 켰다.

일주일 만에 달리기를 하는 거라 몸에 퍽 부담이 간다. 배부르게 먹은 저녁 때문인지도 모르고.

오늘은 6주 2일 차 운동을 하는 날.

처음 2분 30초 뛰기로 시작했던 달리기 시간이 5분으로 늘어났다.

상대적으로 뛰는 횟수는 줄어들었지만 한 번에 뛰어야 하는 거리가 늘어난 상황.

핸드폰 영상을 보거나 놀 때는 총알처럼 지나가는 시간이지만 뛰려고 하니 막상 늘어난 시간이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도 어쩌겠나. 뛸 수밖에.

첫 달리기 순서가 시작되고 인파를 요리조리 피해 달린다.

어플 멘트에서 달리기 자세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잘못된 달리기 자세에 대한 사례를 소개해주더니 말한다.

"달리면서 발, 허리, 어깨가 각각 어떤 상태인지 의식하며 뛰어보세요. 그러면 바른 자세를 만들 수 있습니다."

한 발, 한 발 내디뎌 숨차게 달리는 것도 힘든데, 몸의 구석구석의 상태를 느끼며 달리라니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내 몸의 각 기관들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느껴보려 노력한다.

발은 발바닥을 잘 딛고 있는지, 허리는 바르게 세워져 있는지, 어깨엔 힘이 빠졌는지, 무릎은 적당히 구부려져 있는지 하는 것들.

내 몸을 하나하나 느끼는 시간.

그러면서 생각했다. 우리는 스스로 일어나 먹고, 자고 활동하면서도 정작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해선 인식하지 못한다. 인지하여 작용은 하되 나 스스로의 몸이니 인식을 따로 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달리기를 하며 조금은 알 것 같다.

일단 내 몸을 느끼고, 내 몸이 어떻게 작동하고 다른 것들과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자세히 느껴보는 것은 나를 이해하는 밑거름이 된다.

달리기의 자세를 바르게 하려는 노력처럼,

우리는 우리의 몸을 느껴야 비로소 내게 맞는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닐까.

그게 삶의 방식이든, 가치관이든.

다른 사람이 보는 나 따위가 아닌,

나 스스로가 느끼는 '나'가 느껴지기 위해선 내 몸 하나하나를 느껴야 한다.

나를 잘 알아야 하는 것이다.

나는 발을 내디디며 지면에 닿은 발바닥을 느껴보았다. 앞뒤로 흔들고 있는 팔도, 굳어있는 어깨도.

내 몸을 인식하며, 내게 가장 잘 맞는 달리기 자세를 찾아본다.



keyword
화, 목, 일 연재
이전 06화뛰고 싶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