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관한 10분 글쓰기.
폭우가 쏟아지는 밤이다.
달리기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비가 살짝 내리던 날이 있었다. 아이 유치원 차를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다가 몇 번이나 서서 고갤 갸웃했다.
갈까. 말까.
날씨는 어둡고 먹구름이 잔뜩 끼였지만 내리는 비는 비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수준이었다. 미스트 분무기로 분사하는 정도의 양이랄까.
'이런 날은 운동하는 사람이 더 없어서 오히려 나을지 몰라.'
나는 발걸음을 돌려 공원으로 향했다. 남편이 뛰는 새벽 시간에도 운동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근처 공원은 내가 나가는 시간은 운동하기 딱 좋은 오전 시간 9시, 10시 대이니 사람이 꽤 많다. 그래서 뛸 때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달릴 때가 있는데, 그날은 비가 내리니 나가려던 사람도 다시 들어가겠거니 해서 그걸 노리기로 했다. 눈치게임 성공하기를 기원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예상은 적중. 운동하는 사람이 간혹 있기 했지만 날씨가 안 좋아서인지 산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날 나는 인파를 헤집고 뛸 필요가 없어 좋았다. 내리는 보슬비도 시원하고 낭만적이기까지 했다.
비 오는 날에 아이와 밖에 있으면 혹여 비라도 맞을까 봐 노심초사에 꽁꽁 싸매곤 하는데, 나는 쫄바지를 입고 비를 맞으며 뛰는 기분이란.
소소한 일탈이라는 건 이런 건가 보다. 게다가 운동하니 몸이 건강해지기까지.
남편이 비가 오고 눈이 오는 날에도 뛰는 걸 보고 그렇게 욕을 했었는데. 하하. 그 심정을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맞고 기분 좋을 보슬비가 아닌 장대비가 쏟아진다. 어제는 긴 바지를 입고 나가다가 밑단이 다 푹 젖을 만큼 비가 왔다. 몇 걸음 내딛기도 힘들 정도의 비 앞에서 달리기는 꿈도 꿀 수 없다.
오늘까지 연이어 내리는 비를 보며, 시원함보단 갑갑함을 느낀다.
오늘 안 뛰면 주 3회 뛰기는 못 지키고 마는데.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보며 나는 갈증을 느낀다.
아, 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