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대한 10분 글쓰기.
시원해진 날씨에 오전에 공원을 뛰고 있었다. 숨이 차오르기 시작하는데 운동기구 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마침 트랙에서 고개만 돌리면 바로 운동기구 쪽이 보이는 지점이라 눈길이 갔다.
연세 지긋한 할아버지 두 분이서 얘길 나누고 있었는데, 아니 큰 목소리로 비추어 볼 때 얘기라기보단 실랑이였다. 한 분은 운동기구에 앉아 있고, 한 분은 그분을 내려다보며 차분함과 격노 그 어느 사이의 데시벨로 말을 했다. 앉아있던 분이 만류하듯 팔을 잡고 운을 떼었다.
"아니, 내 말 좀 들어보소."
나는 뛰느라 멀어지고 있어 뭐라 뭐라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러자 서 있던 분이 더 목소리를 크게 내어 말했다.
"사람이 말이야 양심이 있어야지. 어잉?"
조용한 오전의 공기를 가르는 고함소리.
어플에서 달리기 열심히 하라며 힘을 실어주는 목소리에 별 수 없이 그 지점을 지나쳐 왔다.
제일 재밌는 구경이라는 싸움 구경은 못하고 멀어질 수밖에.
헉헉 숨을 몰아내 쉬고 목덜미로 땀이 주르륵 흐르는 걸 느끼면서
할아버지들은 왜 싸웠을까. 궁금했다.
같은 장소, 한정된 운동기구, 무언가 맘에 안 드는 점들이 있어 시비가 붙었을 테지.
자세한 속사정은 나는 영영 알지 못할 일이다.
그들 사이에 흐르던 기류, 운동기구 사이를 부유하는 복잡 미묘한 감정들.
마침, 어플에서 목소리가 나왔다.
"당신 곁엔 제가 있습니다."
힘내라며 북돋아 주는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핸드폰에서 나오는 기계도 이렇게 곁에 있어주겠다며 위해주는데, 우리는 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해 할퀴고 힘들어할까?
사실 우리는 늘 곁에 있어주길 바라지만 시비가 붙고 상처를 받고 그런 경험을 되풀이하며 용기를 잃어가는 것은 아닐까?
게다가 할아버지가 호소하듯 당당하게 외친 '양심'이란 뭘까?
한 바퀴 다시 돌아 걸을 때쯤, 다시 운동기구 있는 쪽으로 지나가게 되었다.
아직도 감정적인 대화를 하고 계시면 어쩌나 내심 노심초사 했는데 다행히 오전의 공원은 평온함을 되찾았고, 비슷한 연배의 할아버지 여럿이 운동 중이시라 멀찍이서 본 나는 어느 분들이 서로 싸운 사람들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 하긴 서로가 서로를 할퀴고 힘들게 할지라도 우리는 결국 곁에 머문다.
왠지 모를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나는 다시 힘을 내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