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에 사유 얹기

달리기에 대한 10분 글쓰기.

by 꽃구름

걷기를 할 때는 생각도 정리하고 글쓰기 영감도 많이 받았었다. 하지만 달리기는 어쩐 일인지 그럴 틈이라는 게 없다. 체중이 체중인지라 무릎이 나가지 않으려면 멀리 뻗기보단 종종걸음 하듯 달리기를 해야 하고, 어깨엔 자꾸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허리는 구부정하지 않은지 신경 써야 했다. 게다가 일요일 달리기를 할 때에 남편의 코치에 의하면 발 말고 무릎이 나간다는 느낌으로 하라질 않나. 달리기는 신경 쓸 것이 너무 많고 숨을 헉헉 대기 바빠서인지 생각이라는 걸 할 틈이라는 게 없다. 영감은 개뿔. 땡볕 더위에 쓰러지지 않으면 다행이다. 달리기 중간중간 걷기에서도 다음 달리기를 위한 체력 비축과 휴식만 집중할 뿐 생각과 영감이라는 놈들이 낄 틈이라는 게 없다.

그러다 지난주 혼자 달리기를 하며 문득 여러 생각들이 교차했다.

걷기만큼 느리더라도 달리기는 몸의 움직임부터 다르다. 더 액션이 크고 숨을 헐떡이게 된다. 심박수가 올라가고 금세 땀이 분수처럼 흘러내린다.

150 넘게 뛰는 워치 수치를 물끄러미 보며 나름 치열했던 내 인생을 떠올렸다.

10대엔 가정이, 20대엔 사랑이, 30대엔 육아가 내 주요 키워드였다.

각자의 키워드에서 나는 좌절했고, 큰 바위처럼 무거운 죄책감들을 이고 지고 살았다.

나는 왜 더 제대로 된 사람이 되지 못하느냐고 울었던 날들.

코너를 돌며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에 힘이 빠질 때면 가장 깊은 슬픔을 뱉어내던 그 느낌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래도 나는 지금처럼 느려도, 힘들어도 꾸역꾸역 완주를 했다.

"잠시 바람을 느껴보세요."

하는 어플 멘트가 나온다. 바람은 내 땀을 부채질하듯 식혀주며 조금만 더 나아가자 말한다. 내가 너를 응원하고 있노라고.

좌절하고 방황하던 기억은 천금 같은 보석이 되어 내 안에 박혀있다 속삭여준다.

40대가 된 지금 나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지금의 나는 꼭 내가 완벽한 사람, 누구나 보기에 좋은 사람이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안다.

그 키워드가 나를 조금 편안하게 만든다는 것도.

이제 달리기를 시작한 지 6주.

내 40대의 키워드는 '달리기'가 될 수 있을까. 꾸준히 할 수 있을까.

두렵기보단 설렘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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