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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구름 Dec 22. 2021

우리의 첫 종이책 출간기:  환상의 멤버

쓰며:쉬며


출간을 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글쓰기 모임인 쓰며:쉬며.

우리 모임의 이름이자 책 제목이 된 쓰며:쉬며 책 출간기를 적어보려 한다.


작년 초쯤 독서모임을 오래 같이 한 동생과 글쓰기 모임을 조직하기로 했다. 중간중간 아쉽게 중도 포기한 몇몇 사람들을 거쳐 마침내 최종적으로 모이게 된 5명의 멤버.


그때 한창 코로나가 심할 때라 우리는 처음, 온라인상으로 만났다.

처음에는 직접 대면하지 못한 채 서로의 얼굴과 집을 적나라하는 게 보이는 게 왜 그렇게 민망하고 어색한지, 여럿이 있으면 그래도 좀 나은데, 어쩌다 사람들이 늦어 멤버 중 단둘이라도 있게 되면 괜스레 정보를 끌어모아 말을 걸곤 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너무 어색해서 화면에서 사라져 버리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ㅎ


그랬던 우리가 첫 글을 나누고 서로가 쓴 글을 각자의 음성으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하자 우리는 놀랍도록 친밀해졌다.


평소 남편과 친구에게도 나누지 못하는 디테일한 감정들과 상황들을 써 내려간 것들을 읽을 때면 우리는 서로에게 깊이 공감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빨리 친해졌고, 멀리 있어도, 얼굴 한 번 보지 못해도 애틋한 감정들이 밀려왔다. 특히 나는 30대 중반에 처음 글이란 걸 쓰면서 몰랐던 나 자신을 발견했고, 그러면서 나 스스롤 덜 질책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글이 지나치게 매우 솔직했다. 내 가슴에 깊게 응어리졌던 마음들을 끌어모아 글을 쓰곤 했으므로 더욱 그랬다.


그런 지나친 솔직함이 부담될 법한데도 언니들은, 나의 말을 오롯이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공감해주었다. 그게 얼마나 내게 힘을 주는지 그들은 알까.


어쨌든 강조하고 싶은 점은 우린 독수리 5형제처럼 각양각색의 특색이 다 다른 환상의 멤버라는 거였다.

그래서 차곡차곡 글을 쓰고 나누었고, 이게 너무 아까워서 책을 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마침 지자체에 마을 공동체 사업을 알게 됐고, 우리는 정식적으로 단체를 설립해서 신청을 했다.


결과는 승인.

우리는 300만 원의 지원금을 받아 글쓰기와 책 출판에 대한 든든한 지원을 받았다.


같이 모임을 조직하고 무언가 진행해나가면 환상의 조합이던 이들이 조금씩 삐걱거리며 환장의 조합이 돼버리곤 하는데, 우리는 정말 단언컨대 한 번의 분쟁 없이 이걸 해냈다.

나누지 않아도 잘하는 게 다 달라서 각자가 잘하는 분야에서 맞춰 알아서 분업이 되었다.


그게 우리 스스로도 얼마나 신기한지, 만날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했고, 감탄했다.

이게 바로 우리가 환상의 멤버라고 말한 이유다.


어쨌거나 초여름에 시작한 이 프로젝트는 겨울의 해를 넘기기 전 우리 손에 책으로 돌아왔다.


출판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 우리 스스로 주도적으로 퇴고를 진행해야 했기에 총 6번의 퇴고와 마음에 드는 표지를 위해 이미지를 서칭 하던 그 인고의 과정을 거쳐 우리의 첫 종이책. 쓰며:쉬며가 우리 곁으로 왔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끼리만 단출한 출간회를 진행했고 우리는  뿌듯함과 홀가분함에 내내 미소 지었다.


글이란 참 신기하다. 그저 내 안에 쌓여 있던 것들을 썼을 뿐인데, 나를 치유해주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해 주었다. 내 안의 묵은 감정들을 정화시켜 주고 있다.

글만 썼을 뿐인데, 우리는 책을 냈고, 내년에 또 다른 꿈을 꾼다.


생을 살아감에 있어 무언가 이루려는 노력이 주는 생동감과 희망이 얼마나 큰 힘을 주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얼마나 간단한가. 의자와 노트북, 그게 없다면 손과 필기도구 한 자루만 있어도 쓸 수 있는 아주 저렴하고 가성비 넘치는 취미가 바로 글쓰기다.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을 확인하고 치유받으면 좋겠다. 내가 쓰는 글이 대단치 않아도 이렇게 브런치에 작성하는 것처럼, 그저 치유를 위한 날림이라도 좋으니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분노 범죄가 판치는 시대에, 우리는 핸드폰에서, 남들의 시선에서 조금 멀어져서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


내년엔 좀 더 많은 글을,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내년에 어떤 걸 할 수 있을까 기대감에 가슴이 부풀어 오른다.

우리의 노력은 결코 멈추지 않을 테니까.

글쓰기를 결코 멈추지 않을 테니까.


* 서점에서 쓰며:쉬며를 검색하시면 구매하실 수 있습니다!^^


http://kyobo.link/tR9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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