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으로 피어날까?
내 나이 감수성 넘치는 사춘기 소녀도
활력 넘치는 20대 청춘도 아니다.
어릴 땐 막연하게
이때쯤이면 활짝 핀 꽃에 감탄해마지 않으며
즐기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도 내 안에 봉오리는 피지 않고 있다.
나는 은은한 안개꽃이 되고 싶은가
화려하고 주목받는 장미꽃이 되고 싶은가
잔향이 오래 남는 백합이 되고 싶은가
살아오며 어떨 땐
누구도 찾지 않는 들꽃 같아지고 싶다가도
시선을 잡아끄는 수국 같아지고 싶어지기도 하고
조용히 외롭게 피는 수선화 같아지고 싶다가도
어울려 피어나는 코스모스 같아지고 싶었다.
내 안에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길 원하는가?
나는 자문해본다.
생각이 이리저리 흩어져 어지러워도
결론은 늘 하나다.
나는 나로 피어나리.
내 본연의 향기가 피어나
주위 어느 하나라도 그 향기에 심취해
아름답다 말해주면 그만인 것을.
어여쁨 받는 요란한 꽃이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보다 낫다고
누가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어떤 꽃으로 피어날까?
심오한 고민에도 적당한 말을 찾지 못하는 내가
뭘 어찌하겠어? 한심스러워진다.
자신감이 없어지다가
이내 나를 다잡는다.
네가 피울 꽃은 네가 정해야지.
어떤 모습으로 피어날지는 네가 정해야지.
그래야 그 꽃이 질 날이
올 때 후회하지 않지.
그렇게 스스로 되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