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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재우 Jan 17. 2021

한 없이 초라해지는 순간

조각 에세이 #1 - 하늘

옛 기억이 몰려온다. 바다가 참았던 밀물을 토해내는 것처럼. 마음 안에 고이 담아뒀던 추억들이다. 모난 알갱이들이 궤를 같이해 조각조각 맞추어진 모습이 마치 투명한 유리판 같다. 그것은 사시나무 떨듯 떨고 있었다. 언제 다시 부서질지 모른다.


후회 없는 삶을 살았다고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어쩌면 단순한 자기 위로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만약 그때의 일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그때의 나는 행복했을까. 불안했을까. 그것으로 지금을 살게 되었고, 그것으로 이 삶을 얻었는데. 정말 이게 맞는 걸까. 이래도 되는 걸까.


과거를 생각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이 있을까. 잘못을 답습하지 않기 위해 과거를 비추어본다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이야기다.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보아도 보지 못하고, 닦아도 닦지 못하는 것이 사람이다. 어차피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마음 편하게 내가 맞다고, 당당하게 앞을 보고 주변을 한껏 생채기내며, 살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적어도 많이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스피커에서 구슬픈 가락이 흘러나온다. 반대로 가사는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모순적인 것이 바로 우리의 삶 같다.


창 밖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한없이 초라해지는 하루다.


다시, (                      _). 

이 말은 쓰지 않기로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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