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업 Aug 12. 2024

예비 시어머니, 느낌이 싸한데?


나도 드디어 결혼을 꿈꿀만한 사람을 만났다.


그 사람과의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 행복에 젖어있었다.



"야 글로업!!! 너 결혼해??? 대~~~박!!!!"


"너 데리고 가는 사람은 누구냐?

 진짜 와이프 잘 얻는 거다!!"


"와 신랑이 이미 신축 아파트 가지고 있데?

결혼할 무렵에 들어가?"


"축하해 축하해~~ 진짜 축하해!!!!!"



나는 뭐든지 앞서서 열심히 하는 인간 유형이기에


나의 앞날도 이 축하말들처럼 찬란히 빛날 줄 알았다.






우린 다른 예비 신랑신부와도 달랐다.


보통 결혼 준비를 하면서 스파링에 한 번쯤은 올라간다던데


우리는 싸움 한 번을 하지 않고 결혼 준비를 했다.





바쁜 결혼 준비를 하는 와중에도


남편 생일 기념으로 꽃김밥을 싸줄 정도로


나는 남편에게 정성을 다했다.


(처음 싸본 꽃김밥.

울퉁불퉁 엉망이지만, 정성은 가득 담았다.)

(지금 다시 보는 소감: 저런 걸 왜 만들었나... ㅋㅋ)




우리는 문제가 생기면 대화로 조용히 해결 가능했고,


둘 다 성향 자체가 파이터 기질이 아닌지라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해 줬다.



이 사람과 함께라면 어떤 문제든 조용히 해결 가능해 보였다.




우리는 같은 고향 출신이다.


그 말인즉슨 친정과 시댁의 거리가 매우 가깝다는 것.


결혼 준비를 할 때 고향에 내려갈 일이 있으면


각자 집에서 잠을 자고 다시 만났다.




주례목사님을 만나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집에서 자고 교회에서 만났다.



시어머니와 함께 온 남편.


남편은 신앙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저 부모님도 교회에 다니시고, 나도 가니


어쩔 수 없이 끌려오는 소 같은 느낌.




그런데 그의 입에서 술 냄새가 폴폴 났다.


전날 고등학교 친구들을 만난다더니....


그의 얼굴을 쳐다봤다.


전날 정신줄을 안드로메다로 보내고


술을 마셨나 보다 싶은 몰골이었다.






조용히 자리에 앉았는데,


술냄새가 너무 역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곧 목사님도 봬야 하는데...


소주냄새라니 ^ㅗ^


조용히 이야기했다.


"얼른 가서 물로 가글이라도 하고 와..."




그가 자리를 떠났다.


덩그러니 남겨진 어머님과 나.


어머님이 조용히 나에게 묻는다.


"예비 남편은 어디 갔니?"


"술냄새가 나서 화장실에 가글하고 오라고 보냈어요."





어머님 표정을 살폈다.


표정이 싸하다.


이내 입을 다시 연다.


"앞으로 무슨 일이 잘못되면 다 며느리 탓인 줄 알아라."





응????????


뭐라노....


결혼 준비가 힘들어서 귀까지 안 들리는 건가?


내가 잘못 들은 거겠지?


이게 지금 머선 129....











아파트 입주는 우리가 결혼하기 1달 전에 이뤄졌다.


신혼집의 형태를 갖춰가니


꿈이 현실이 되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그땐 몰랐다. 진짜 착각이라는 걸 ㅋㅋㅋ)




식기세척기가 들어왔다.


다른 가구나 가전과는 다르게 설치 위치가 애매했다.


"인덕션 아래는 편리하긴 한데 잔고장이 많아요."


설치 기사님 이야기에 우리는 서로 식세기 위치를 두고


조용히 이야기 나누고 있었다.




그때, 어머님이 주방 쪽으로 걸어왔다.


"그냥 저기 구석에다가 설치해~"



아직 우리의 대화가 마무리가 되지 않았기에


조금 더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었다.




"빨리 엄마말 들어!!!!!!"


우리의 대화 사이에 소리를 지르셨다.



싸한 느낌의 예비 시어머니.







나 앞으로 괜찮은 거 맞아?


뭐.... 잘..... 살 수 있겠지????.....


하하하.... (씁쓸 ㅋㅋ)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