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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Aug 19. 2024

혼수도 신혼집 액자도 시어머니 마음대로?

시어머니의 싸한 느낌은


결혼 준비를 하면서 조금씩 드러났다.




모든 순간이 그랬던 것은 아니다.


나름 잘해주려는 느낌도 없지는 않았다.

(딱 느낌 정도 ^-^)


하지만 불쑥불쑥 찾아오는 이상한(?)


사건들이 종종 있었다.




혼수를 정할 때,


특정 브랜드를 언급하며


그곳에서 혼수를 사라고 하셨다.




나와 남편은 앞서 얘기한 대로


파이터 기질이 아니기에


그런 제안에 토를 달지 않았다.


(사실 토 달지 않은 이유는 또 있다.)

(사연이 길어, 다음 편에서 공개 예정)




그렇게 우리는


시어머니가 얘기하신 브랜드의


오프라인 매장을


시부모님과 함께 투어 했다.




보통 신혼집 하면 깔끔한 화이트톤을 생각하지만

(나만 그런가?ㅋ)

(우드톤까지는 나름 신혼이라 생각하는 1인)



어머님은 장독대색깔의


중후한 느낌이 돋보이는 브랜드를 픽하셨다.




게다가 소파 하나에


600만 원 정도 되는 걸 보시며


이런 게 좋다고 말씀하셨다.





사실 그 브랜드는


시댁에서 사용 중인 가구 브랜드다.


"내 신혼집을 리틀 시댁으로 만들고 싶으신 건가?"


하는 착각이 들었다.

(응... 착각 아니었어 ^-^)




그래도 어찌어찌 내 의견을 살포시 얹어


다른 브랜드에서 신혼 가구를 구입했다.


(하지만 금액대는 비슷하게 맞췄다)


지금 우리 집에서


가장 가성비 떨어지는 물건이 있다면


소파가 아닐까 싶다.


(금액대가 주는 힘인지, 소파가 맘에 드신 건지)

(어머님은 지금 우리 집 소파를 좋아하신다.)

(쿨럭)






뭔지 모르게 기 빨리는


가구 브랜드 투어를 마치고,


남편의 여동생과 만나


시댁 식구와 밥을 먹으러 갔다.





"글로업아 뭐 먹고 싶니?"


어머님이 묻는다.



사실 나는 평소 식욕이 없는 스타일이다.


먹고 싶은 것도 딱히 없다.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다.


"중국음식이요."




뒤이어 어머님이 아가씨에게 묻는다.


"ㅇㅇ아 너는 뭐 먹고 싶어?"



아가씨가 답한다.


"나는 평양냉면!"




어머님의 선택은...


"그래 평양냉면 먹으러 가자."




읭???


사실 난 무식욕자라 뭘 먹든 상관은 없었다.


그런데 내 의견과 아가씨 의견을 번갈아 물어보시고는


아가씨 의견을 바로 픽하시는 게


묘하게 기분이 the love.... ^ㅗ^


묻질 말든가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혼수를 정했을 때,


지난번에 언급한 식세기 사건이 있었다.



식세기가 들어오고,


가구들이 들어올 무렵


신혼집에 커튼도 설치했다.




커튼 사장님이 커튼 샘플들을 잔뜩 들고 오셔서


시부모님과 우리 부부 앞에서 설명을 하셨다.


(나의 친정 부모님은

나를 상당히 독립적인 인간으로 키우셔서

잘 등장하지 않는다. 모든 건 니 알아서 주의 ^-^)



"이건 수입지고, 이건 국내 제품이에요~"


"수입지가 좀 더 예쁘지만 비싸죠"


"그렇다고 모든 곳에 수입지를 추천하지는 않아요"


"거실, 방의 용도에 맞게 수입지와 국산을 섞지요."



사장님의 설명이 끝이 났다.




그 설명을 가만히 듣던 어머님.


"전부 다 수입지로 하는 게 좋겠다."



대답도 대답이지만,


아직 신혼집에 입주하기도 전이라


혼수 가구를 사용해 본 적도 없는데,


어머님은 소파테이블 위에 발을 얹어두고


답을 하셨다.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진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생각에 잠겼다.



.......



"잠깐 방으로 들어와 보실래요?"


커튼 사장님이 나를 조용히 방으로 부른다.



"저분... 친정엄마 아니죠?"


"수입지로 다 하는 사람 거의 없어요."


"어차피 걸어놓으면 구분 못할 테니


내가 추천해 주는 대로 하세요."


"딱 봐도 어린 친구를 어머님이 왜 그러신데요..."


"내가 설명을 안 한 것도 아닌데..."




커튼 사장님은 아저씨였다.


이런 기류를 눈치채지 못하실 법도 한데,


어머님 한마디에 나를 불러 이야기를 하셨다.



혼수는 친정에서 하는 거 아니냐며


친정엄마한테 전화해서 물어보라고 하셨다.


(아마 어려 보이는 나를 두고


안타까움에 하신 요청인 듯하다.)





친정엄마는 전화를 건 나에게


괜히 돈 몇 푼 가지고 시댁에


미움 살까 봐 그랬는지


시어머니 말대로 수입지 해도 괜찮다고 하셨지만,


커튼 사장님이 더 잘 아실 거란 생각에


수입지와 국산을 섞어서 걸었다.




그렇게 커튼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그 후에 수입지인지 국산인지 구분하신 적은 없다.)








커튼 사장님이 가시고,


정적의 시간이 흘렀다.


(시부모님은 왜 안 가시냥.......)




사실 나는 다른 친구들에 비해


결혼을 일찍 한 편이었다.


주변에 결혼한 친구들은 시댁이 없거나


왕래가 거의 없었다.


(신규 시절 내 옆자리 선배가

결혼은 꼭 자수성가한 고아랑 하라고 했는데....)

(이제야 그 말이 이해가 됐다.)

ㅋㅋㅋㅋ





비교군이 딱히 없어서인지


 이 불편함이


시댁과 왕래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누구에게나 있는 수준의


불편함이라고 여겼다.




그저 얼른 가시면 편하겠다는 생각을 할 즈음


시어머니가 액자를 여러 개 꺼내오신다.





????

저건 또 뭐시당가...



물음표가 사라지지도 않았는데


 아버님은 갑자기 핸드 드릴을 꺼내서


집 이곳저곳에 못을 박으셨다.




응???



왜 시댁과 있을 땐 없던 궁금증(?)이


자꾸 튀어나오는 건지 ㅋㅋㅋ


이러다 호기심(?) 대마왕이 될 기세다.




그리고는 미리 위치를 정해두신 것처럼


일사불란하게 액자를 이곳저곳에 걸어두셨다.


그 액자의 정체는 바로


어머님의 그림!







그림엔 꽃이 가득해서


내 취향과는 반대였지만,


80년대에서 튀어나온듯한 화려함이


심플함을 추구하는 나에게는 견딜 수 없는


시각 자극으로 다가왔다.


액자:..... 날 미워하지 말아죠....

난 죄가 없다구.......


집에 놀러 왔던 친구: 너 레트로 스타일 좋아해?


(친구야... 생각 좀.... ㅋㅋ 내가 저걸 좋아하겠니.......)









사실 그 당시에


회사에서도 신입의 티를 못 벗은 나는,


나의 상사가 그러했듯,


초기 기선제압일 거라고 생각했다.


기선제압을 하지만,


나에 대한 이해가 생기면


나아질 거라고 믿었다.


(나의 진심은 사람들 변화시킬


힘이 있다고 믿었다.)


(적어도 사무실에선 그랬으니까.)









액자를 다 걸었을 때,


남편은 아버님께 말씀드렸다.


"저 액자가 조금 낮게 걸린 것 같은데요?"





그 말에 아버님이 말씀하신다.


"그럼 니가 하든가!!!"





???!!!!


시어머님에 시아버지까지...


뭔지 모르는 불길함이 밀려온다.




그런데 이후,


 더 거센 시월드의 세계가 열릴 것은


꿈에도 몰랐다.


coming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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