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가 미안해...
온몸이 불덩이가 된 아이가
소리 지르며 일어날 때,
물이라도 달라고 할 줄 알았다.
아이는 울며 일어나
눈물 콧물을 동시에 쏟으며
"머리 기르고 싶어요."
(???!!!!)
순간 내 귀를 의심했다.
헝클어진 머리를 묶어달라는 말인가?
사실 복직을 하기 전,
가장 걱정되는 게 아이 머리 묶어주기였다.
복직 전에는 다양한 머리 스타일링을 해줬지만,
복직을 하고 나면
이른 출근을 해야 하는 나 대신
남편이 딸아이의 머리를 묶어야 했는데
몇 번을 연습을 시켜도
안 묶은 것만 못한 어정쩡한 머리가 돼서
고민이 많았다.
해결책은 단 하나!
머리 묶기 트레이닝!
복직을 앞두고 남편에게 머리 묶기를
가르쳤다.
"과자 봉지를 고무줄로 묶듯이 묶으면 돼~"
남편 눈높이에 맞춤식 교육을 하느라
진땀 빼기를 여러 날.
연습에 잘 따르던 남편이
돌연 파업을 선언했다.
"나 못하겠어...."
(나도 마찬가지다 남편아...)
"........."
잠시 뜸을 들이던 남편이 입을 열었다.
"단발로 잘라주면 안 될까?"
싹
뚝
아이는 아주 귀여운 꼬마숙녀가 되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머리가 자꾸만 앞으로 쏟아지는 것.
밥을 먹을 때도 활동할 때도
머리카락이 자꾸 입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남편과 고민에 빠지고,
남편이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숏컷 어때?"
또 다시 결심을 했다.
싹
뚝
분명 숏컷인데
한쪽이 자꾸 까지기 시작했다.
(점점 지저분...)
이제 더 이상 손을 댈 곳도 없는데....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봐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다시 미용실에 찾아갔다.
"가르마 방향때문에
한쪽으로 머리가 까지는 상태라서
파마를 해줘야 할 것 같아요."
어린아이에게 파마라니....
고민을 이어갔지만,
머리가 까지는걸 계속 보는 게
더 괴로울 것 같아서
결국 파마를 감행했다.
(???!!!)
(미용실 갔다가 국적 상실한 어린이 1인)
케냐와 우간다 그 사이 어딘가에 있을법한
머리를 하고 나온 아이.
몇 달이 지났지만 완벽한 복구는 어려운 상황.
아이는 지나가는 여자아이들 머리를 볼 때마다
머리가 기르고 싶다고 했다.
엄마의 복직이 불러온 후폭풍이 거세다.
아이는 한참 동안 머리를 기르고 싶다고
서글프게 울다가
잠이 안 오는지 책 한 권을 읽어달라고 했다.
그 책 표지를 보자마자 나는 눈물이 터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