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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Aug 26. 2024

입덧하는 며느리에게 시어머니 생신상을 차리라니요

임신하면 왕관이라도 쓰는 건 줄 알았다

우리의 축복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결혼 두 달 만에.





출근길에 늘 마시던 두유.


그 두유를 마시는데 속이 좋지가 않았다.


결혼하고 사람들한테 인사를 하느라 힘들었나 생각했다.


삼일정도 증상이 지속이 되자,


문득 임신테스트기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골프를 간 사이,


나는 혼자 임테기를 해봤다.


선명한 두줄.




남편은 그날 골프를 치다가


쌍무지개를 봤다고


나에게 사진을 보내왔다.



우리 모두 각기 다른 두 줄을 보긴 봤다.

(뭔지 모르게 웃기다. 복선이었나? ㅋㅋ)



그렇게 나의 임산부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입덧 때문에 아기천사의 존재를 깨달은 만큼


임신 초기부터 나는 입덧이 심했다.


남편은 그런 나를 지극 정성으로 보살폈다.





내가 새벽에 일어나


혼자 소파를 부여잡고 숨죽여 울 때면


그 작은 소리도 듣고 나와서


누룽지를 끓여주었다.


나는 그걸 먹으며 속을 달랬다.


(인생에 몇 없는 남편 칭찬 스토리 ^-^)


(이미 거의 다 소진함)


(지금은 누룽지 대신, 남편이 내 속을 끓여줌 주의 ㅋㅋ)






(하지만 그 당시에는....)


역시 이 남자를 선택함이 잘못된 것이 아니었음을,


결국 시댁이랑 사는 게 아니고,


남편이랑 사니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는 시간들이었다.










나는 FM 모범생 출신답게


사람들이 선망하는 신의 직장에 입사했다.




임신 후, 모성보호시간을 사용해서


오후 4시면 퇴근을 했다.


(개꿀! 아기한테 절해야 함 ㅋㅋ)





그런데 또 시댁에서 방문을 하셨다.


"어머님 환갑" 이 그 이유였다.


(환갑과 환장 그 사이 어딘가...)


(후비적)





나는 나라에서 모성보호시간으로 내려준 그 시간을


어머님 환갑 선물을 만드는 데 사용했다.



결혼 후 처음 맞이하는 생신인 데다


환갑이다 보니 정성을 다했다.






남편의 퇴근시간에 맞춰 집에 오시겠다는 시부모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2시간이었다.




마음이 급해 배송받은 선물을 뜯어


상자는 현관문 앞에 접어서 내놨다.




환갑 기념으로 제작한 풍선 밑에


현금 100만 원을 5만 원권 지폐로


돌돌 말아서 끼우는 작업을 했다.




입덧을 하며 그 선물을 만드느라


지폐 냄새에도 울렁거렸다.




겨우겨우 시간 내에 완성시키고,


집을 부지런히 치웠다.




"띵동~~~"

(두근두근)

(설레서 두근거리는 거 아님 ㅋㅋ)





시부모님과 남편은 거의 동시에 집에 도착했다.


곧바로 우리는 선물을 쇼핑백에 숨겨(?)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어머님, 환갑 축하드려요~~"


임신 중인걸 의식하신 건지,


 어머님도 조곤조곤 말씀을 하셔서


나름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다.





남편이 농담조로 물었다.


"나중에 아기 태어나면 봐주실 거예요?"


(눈치 챙겨라... 나 원더우먼이야...)


(아직 안 낳아봤지만, 나 혼자 애 잘 볼 예정이야....)





그런데 아버님 입에서 뜻밖의 대답이 나온다.


"너네 애기를 너네가 봐야지, 왜 우리한테 봐달라 그래?"


(분위기 와장창....)


(누가 소화기 좀....)




(봐달라 할 생각도 없었지만....)


서로 낯 뜨거워지는 답변을 듣고,


식사가 마무리되었다.









집에 돌아왔다.


조용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어머님이 아직 임신 초기라


임산부 티도 안나는 내 배에


손을 올리신다.



??????!!!!!!!!!!

이건 또 뭐여...




또 혼자만 당황스러움을 안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현관 앞에 나란히 선 시부모님과 우리 부부.


어머님이 입을 뗀다.


"어른들이 오신다고 했으면 문 앞에 상자는 치워놔야지!"


"이런 걸 여기다 두면 어떡하니?"




미처 그 생각까지는 못했다.

(내 실수가 맞긴 맞다.)

(재빠른 인정 ㅋㅋ)



이제 결혼한 지 세달된,


입덧하는 임산부가


그 선물을 준비하느라 분주했던 모습은


나에게만 보이나 보다.


(그렇지... 보일리가 없지....)


(씁쓸....)









그렇게 하룻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다.


어머님이 아침을 차리셨다.


다 같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데,


어머님이 한마디 하신다.


"이번에는 며느리가 임신해서 내가 상 차렸지만,


내년부터는 나도 며느리가 차려주는 생일상 받아야겠다."



히히 신난다.


내 솜씨 마음껏 뽐내보라고 자리를 마련해주신다고 한다. 




근데 무슨 일인지 속이 더 울렁거리고 난리다.


하하하....


앞으로는 어떤 일이 일어나려고 이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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