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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Aug 29. 2024

임신 중 교통사고와 아가씨 카톡 테러


입덧이 겨우 사그라들어가던


임신 16주 차.


나는 출근길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쾅!!!!!"

?????!!!!!!!





빨간 신호등에 멈춰있던 내 차를,


뒤에서 달려오던 차가 들이받았다.


내 차가 밀려 앞에 있던 택시까지 추돌했다.


내 뒤차 과실 100%란다.





과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온통 머릿속에는 아기 생각뿐이었다.


(아가야... 살아만 있어 주렴 ㅠㅠ)





왕복 10차선의 한가운데에서


내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 떨렸다.


양쪽으로 지나가는 차량 운전자들의 시선이


사고현장으로 쏠린다.


(와우.... 나 셀럽 된건감?)

(길게 살고 볼 일이네 ㅋㅋ)




남편이 사고소식을 듣고


달려오는 사이,


불안해진 나는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목소리를 들으면 나아질 것 같았다.


하지만 엄마 휴대폰은 신호음만 들렸다.







전화가 다시 왔다.


"엄마?"






(아니^^ 나 시어머니 ^^)


소식을 전해 들은 어머님은


내 몸이 괜찮은지, 상태는 어떤지


이것저것 물으셨다.


묻는 말에만 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심장이 더 나댄다.)


(혈압이 떡상(?)했나 보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시 전화가 울린다.


이번엔 분명 엄마다!




시아버지였다.


사라져 가던 입덧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다.


(울렁울렁)

 








"칼로 배를 자르는 듯한 통증이 있어요."


산부인과 진료실에 앉은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담당 의사는 초음파를 보며


일단 아이는 무사하다고 했다.





하지만 교통사고 후에


런 통증이 지속되면


 "태반조기박리"가 올 수 있다고 전했다.





임산부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는 목적이었는지,


교통사고가 났다고 다 그렇지는 않다고,


괜찮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다만 통증이 있을 땐 곧바로 체크하러 오라 하셨다.)




불안해진 나는


인터넷으로 검색을 시작했다.


"태반조기박리"


아이를 출산하기 전에 태반이 떨어지면,


최악의 경우에는


아기가 사망하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었다.


임신조차도 평범하지 않다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불쌍한 마이 라이프... )


(애도의 눈물 한 방울만 흘리고 갈게요)


(훌쩍)










아기와 나의 상태를 좀 더 지켜봐야한다는


의사선생님 이야기에 입원 수속을 했다.




코로나시국의 산부인과는


바이러스에 그나마 안전한


 특실1인실이 인기였다.




다인실 입원 자동 당첨!





산부인과 다인실에 입원한


다른 산모들이 출산 축하 전화를 받을 때 


나는 홀로 침대에 앉아 보험사와 통화를 했다.


(남편은 회사 일이 바빠서 보호자로 함께 있지 못했다.)


(언제쯤 내 인생에 도움 되는 사람으로 등장할 거니... ㅋㅋ)


(앞으로도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은 슬픈 예감...)


(켁)






게다가 산부인과 특성상


산모와 아기가 하루에 2번


입원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자동실시간이 있었다.





모자동실 시간에는 신생아들이


개성 넘치는 목소리로


비트를 쪼갠다.


"으에 으에 으에 으에"

"으~~~앙"

"으헤.. 으엉... 으헤...."




나는 긍정왕이기에


태교동화를 읽으며 씩씩하게 견뎌냈다.


(그러곤 새벽이 되면 혼자 눈물, 콧물을 쏟았다.)


(원래 앞에서 센 척하는 애들이 


뒤에서는 마음이 약한 법이다.)


(쿨럭)











다음날이 되었다.


남편을 통해


 아가씨가 나를 보러 오겠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롸????

왜?????

굳이??? 나를???

(남편 없는 거 서러울까 봐)

(아가씨가 와주는 건가?)

(나 혼자 씩씩한데? )

(왜 그러는 건데...?)










사실 아가씨는 둘이 되었다가 한 몸이 되었다.

(이혼을 했단 얘기다.)




우리가 결혼하기 전,


아가씨의 이혼 이야기를 전해 들은 나는


뭔지 모를 안쓰러운 마음에


아가씨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언니임에도


내가 챙겨줄 수 있는 것은 챙겨주려 노력했었다.







그 고마움에서였을까?


아가씨가 입원한 나를 보러 오겠다고 한다.



나는 몇 번 거절을 했지만,


아가씨는 친절한 사람이었다.


"새언니가 사고 났다는데, 꼭 보러 갈게요."


(눈치 챙겨 이 사람아...)


(나 친절 울렁증 있단 말이야....)








그녀에게


친절은 있었으나


눈치는 없었다.





결국 아가씨가 찾아왔다.




그런데....


 남자친구로 추정되는 남사친과 함께 왔다.




응??!!

이건 또 무슨 전개다냐....

ㅋㅋㅋㅋㅋㅋ




사실 아가씨가 오겠다고 했을 때,


계속 거절을 했지만,


끝까지 오겠다고 했을 때


받아들인 이유는 하나였다.





그간 어머님과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 나누고, 조언을 얻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아가씨가 보통의 인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돌발 변수로 인해


 면회시간은


아무런 소득도 없이


어색함과 불편함만 남기고 끝이 났다.









시간이 흘러


며느리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 찾아왔다.




나는 어느덧 만삭이 되었고,


명절의 혼잡함을 피해


명절보다 조금 앞서 친정집에 내려와 있었다.


남편이 명절에 합류하면


시댁에 인사드리러 갈 참이었다.





그런데 시댁으로 가기 며칠 전,


갑자기 복통이 시작 됐다.


(사실 사고 후, 할복하는 듯한 복통이 한 번씩 찾아와 응급실과 대학병원을 오가며 진료 봤다.)




출산이 머지않았기에


산부인과 분만실에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병원으로 오셔야 할 것 같아요."


"교통사고 이력이 있어서

 산모, 아기 모두 위험할 수 있습니다."



청천벽력 같았다.


말로만 듣던 태반조기박리가 시작되는 걸까?





시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다.


시부모님은 네 몸과 아기가 우선이라고


얼굴은 나중에 보면 된다 하셨고,


나는 서둘러 짐을 싸서 다시 집으로 올라왔다.





검사결과,


다행히 산모와 아기 모두 무사했다.


(휴......)









명절 다음주가 되었다.


아직도 난 만삭의 산모.



그런 나에게 아가씨로부터 카톡이 왔다.





"언니 설 잘 보냈죠?"


(불길)





"오빠네가 집에 간다고 해서 명절에 저는 일했는데

언니 몸 안 좋아서 못 간 거 명절 당일날 들었어요."


(응?!! ㅋㅋ 그래서?!!)





"충분히 이해하는데 우리 집은 오빠 나 이렇게 둘이잖아요."


(이해한다며... 그만 말해.... ㅋㅋ)




"못 가게 생겼으면 락을 해줬어야 하지 않나 아쉬움에....

그랬으면 일 안 하고 집에 갔을 거예요. 돈이 뭐라고."


(이미 시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허락받았단다...)

(내가 왜 굳이 너한테까지... ^^)





"굉장히 서운한 마음에 오빠한테는 소리쳤고"


(샤우팅???? 오마갓...)




"언니한테도 서운했는데 임신 중이니

이제야 얘기하네요. "


(명절 지난주였어... 아직 나 임신 중이야..^^)





"이번이 두 번째 명절인데 두 번 다...."


(첫 번째 명절엔 코로나에 입덧이 너무 심했고,

두 번째 명절엔 교통사고로 통증이 심한데...

두 유 노우 임산부 고충?!!! 어??!!!)




"다음엔 이런 일 없었으면 좋겠어요."


(야너두 ㅎㅎ)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임신 호르몬 때문인지 눈물만 났다.


남편 퇴근 후에 함께 먹을 요리를 하다


카톡을 확인하고


아무런 답도 하지 못한채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그 뒤에 더 기가 막힌 일이 펼쳐진다.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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