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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Sep 02. 2024

출산 직후, 분만실에서 받은 시어머니 전화

아가씨의 카톡 테러 이후


한동안은 잠잠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어머니와 시아버지가


나에게 각자 전화를 하셨다.





출산도 얼마 안 남았는데,


아가씨 일로 맘 상한 거 풀고


출산을 잘하고 오라는 전화였다.

(두 분 다 비슷한 내용 ^^;;;)




궁금한 마음이 또 샘솟기 시작한다.


"왜 당사자는 아무것도 안 하지?"

????!!!!!

(왜 때문에??!! ㅋㅋ)


태교에 악영향을 줄 게 분명해서


굳이 아가씨의 사과를 직접 받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아가씨가 나에게 뱉은 말을 두고


어머님과 아버님이 번갈아 전화를 한 게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엄마 아빠가 뭐든 다 해주는 초딩인가봉가??!!)


(뭐 언제는 이해가 된 적이 있던가 ㅋㅋㅋ)


(이해 포기 ㅋㅋ)






사실 그 사과전화 끝에도


어머님은 나를 비난하는 듯한 말을


한마디 덧붙였던 걸로 기억한다. 


사과 같지만 사과 아닌 사과전화 ^^











그 묘한 전화를 받고,


어느덧 출산 날이 가까워 왔다.





우리 집은 늘 그랬듯


출산일이 가까워와도 조용했다.


(날 버린 건가 싶을 지경ㅋㅋㅋ)




그런 우리 집과는 달리,


출산일이 가까워올수록


사랑이 넘치는 시댁의 전화만이 빗발친다.


"아직도 소식이 없니?"

(있으면 전했겠쥬..^^)

(제발 가만히 좀... )





자연분만을 하기로 결정한 나는,


언제 진통이 올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출산일 가까워서 오는 전화가 달갑지만은 않았다.


(나도 언제 나올지 모른다고 쫌!!! ㅋㅋㅋ)




임신 중 교통사고 때문에


눕눕(누워있는) 생활을 오래 해서였을까.


마지막 산부인과 정기검진에서 초음파를 볼 때,


담당의사는 아기가 3.7킬로 이상은 되겠다고 했다.


(와우 쏘 빅!!!)






몸은 몸대로 너무 무겁고,


숨도 쉬기 버거워서


빨리 내 몸속의 세입자가


방을 빼주기만을 기다렸다.


(분노의 짐볼을 많이 탔었다.)


(빨리 방 빼라... 아가야 ㅋㅋ)











그런데 예정일을 이틀 앞둔 어느 날.


진통이 시작됐다.


평소 교통사고 후유증 때문인 건지 가진통 


달고 살았기에


진진통일거라는 생각은 못했다.


(평소보다 조금 센 진통이네? 정도로 생각했다.)




남편과 산책을 하고, 디저트를 먹


진통을 견뎠다.


(진진통인줄을 모른 채로...)




남편과 대화하며 웃기도 했고,


순간 아프면 숨을 참다가


다시 웃으며 이야기하기를 반복했다.




밤 11시경이 되어서


다음날 출근해야 하는 남편을 먼저 재우고,


나는 엄마와 출산 선배에게 연락을 했다.




"너 웃으면서 연락할 정신 있으면 진진통 아니야..."


잠들기 직전의 엄마가 전화를 받고는


시크하게 답했다.




"내 생각에는 내일 새벽이나 아침엔 나올 거 같은데?"


최근 출산한 출산 선배가 말했다.






뭔지 모를 불안함에


잠을 못 들고 있는데,


새벽 2시가 넘어서


참지 못할 통증이 시작됐다.


(머릿털을 다 뽑아버리고 싶은 통증이었다.)


(머리카락 무슨 죄 ㅋㅋㅋ)






한참을 참다가


새벽 3시경


손을 바들바들 떨며 분만실에 전화를 걸었다.






"진통 주기가 얼마나 되죠?"


분만실 간호사가 차분하게 말한다.





평소 외래에서는


내 교통사고 이력 때문인지,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바로 검사를 오라고 했었다.


분만실 간호사는 내 교통사고 이력을 모르는 건지


태평하기 짝이 없었다.





"음... 10분도 됐다가,


5분도 됐다가 하는 거 같은데 뭔지 모르겠어요..."


(나 죽어요... 빨리 오라고 해주세요.....)




"초산모죠?"


"네...."



"그럼 두세 시간 더 지켜보다가 천천히 준비하고 오세요."


(아니 그냥 가고 싶다구요 ㅠㅠ)




"초산모는 오래 걸려요."


(으아아아악!!!!)





분명 분만실 간호사가 말했다.


두세 시간 지켜보다가 오라고.


그런데 더 참을 수가 없었다.


변기에 앉아있다가


변기 속에 애를 낳을 것 같았다.


(퇴짜를 맞더라도 가야겠다아아.....)












자고 있던 남편을 흔들어 깨웠다.


"으허허어어어ㅓㅇ?????!!!!!!"


저승사자라도 본 듯한 표정을 하며


남편이 소스라치게 놀라 일어났다.


ㅋㅋㅋㅋㅋㅋ

(다시 생각해도 웃김 ㅋㅋㅋ)










그렇게 우리는 병원으로 향했다.


새벽 3시 30분.


병원에 도착했다.




수속을 마치고,


간호사를 따라 내진을 하러 들어갔다.


"으응??? 자궁문이 7센티가 열렸어요."


"미안한데 무통주사 못 놔줘요." 




"눼????"

(주여...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두세 시간 참다 오라면서요 ㅠㅠ)



하늘도 무심하지.


결국 나는 정말 무통주사도 맞지 못하고,


관장도 하지 못한 채


분만실로 옮겨졌다.










이 모든 일이 빠르게 진행됐다.


내가 분만실에 옮겨지고도


남편은 한참 동안 입원실을 정하고


서류처리를 하느라


분만실에 들어오지 못했다.





남편이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가 외쳤다.



"곧 아기 나올 것 같아요!!"


"호흡하면서 밀어내기 합시다!!"


조선시대급 진통을 견디는데


간호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곧이어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고 나면


출산임박이라던 후기들이 떠올랐다.


(무통도 못 맞았는데, 정신은 세상 말짱 ^^)






의사 선생님 목소리가


천사의 음성처럼 들렸다.




"자~ 마지막으로 힘주기 하고, 아기 만납시다!"



"흡 흐으으으으으흡!!!"


힘주기를 10번 정도 반복 했을까.







"으에 으에 으앙 으앙!!!"


세입자님이 방을 뺐다.




"어유 묵직하네요~~"


"축하드립니다.


새벽 4시 49분!


4.15kg 건강한 아가 출산했습니다!"





병원도착 1시간 20분 만에


4킬로대의 아이를 출산했다.



출산을 하자마자


진통은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졌고,


회음부를 봉합하는 것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온몸에 힘이 쭉 빠졌다.






남편은 내가 부탁한 대로


손에 휴대폰을 꼭 쥐고


아이의 첫 순간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다.


(잘하고 있군 ㅋㅋ)


(출산하고도 남편 감시 중 ㅋㅋ)










그런데, 아이가 크게 태어났던 탓일까.


의사 선생님이 다시 들어오셨다.




"산모님 출혈량이 많아서


1시간 정도 출혈량 지켜보고 입원실로 갈게요."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어서요."




응???

이건 또 무슨....

ㅋㅋㅋㅋㅋ




믿기지 않는 말이었지만,


힘이 없어서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때, 남편 휴대폰이 울린다.


(이쯤 되니 안 봐도 비디오다.)


(제발... 그러지 마....)




소식을 전해 들은 어머님이,


그 새벽에 첫 번째 축하전화를 걸어왔다.


굳이 또 나를 바꿔 달라고....


(남편아 눈치 챙겨... 니 선에서 끊....)



"고생 많았다~~ 얼마나 힘들었니..."

(이 전화받는 게 더 고생이에요...)

(지금이 출산보다 더 힘듭니다...ㅋㅋ)


"푹 쉬고~~"

(푹 쉬게 전화 좀 끊어주심이...)


"축하한다."


"네 어머님~~ 감사해요~~~"

(다시는 전화 노노 플리즈 ㅠㅠ)





휴....


시어머니 전화까지 받고 나니


모든 숙제가 끝난 기분이었다.










이제 좀 휴식을 취하려는데


두 번째 전화가 울린다.



롸???!!!

@_@

(이번엔 또 누구...?)



제주도에서 신혼여행 때 함께 했던 시이모


축하전화를 걸어왔다.


또 나를 바꿔달라 신다.

(아직 분만실도 못 나갔는데 ㅠ_ㅠ)

(시댁 전화만 두통....)


 

어머님과 비슷한 내용이다.



"아하하하..... 감사해요....."

(빨리 끊어만 주소.... )



전화를 건네주며


남편을 정성껏 째려봤다.


(새 생명이 태어났으니...


헌생명은 오늘 삶을 마감하고 싶은 게로구나...)


후...










의사 선생님 얘기대로


분만실에서 1시간쯤 대기하니


다행히 출혈이 잡혔다.




나는 입원실로 옮겨졌다.





병실에서 마주한 내 몰골은


인간의 형상이 아니었다.


얼굴은 퉁퉁 붓고,


눈이며 얼굴의 실핏줄도 터져있었다.






그런데...


또 다른 시이모가 페이스톡을 걸어왔다.



"글로업 얼굴 좀 보여줘라~~"


가족 외식을 나가며 연락했다며


가족들과 차를 타고 가면서


굳이 내 얼굴을 보여달라 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나는


이 집안 셀럽이 되었나 보다.)





^ㅗ^

(남편아.... 눈치 챙.....)





눈치에 밥 말아먹은 남편이


재빠르게 화면을 얼굴로 향해 든다.

(즉등히 흐르구......)










우리 집에서는


출산 소식을 듣고도


누구 하나 먼저 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이 없었다.





우리 집과 시댁의 문화 차이 속에서


혼란을 겪으며


입원기간을 보냈다.




  앞으로 리원에서는


어떤 일들이 펼쳐지려나?


(난 결론을 아는데도 왜 걱정이 되는 걸까... ㅋㅋㅋ)


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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