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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Sep 05. 2024

시어머니의 젖타령

2박 3일의


 입원 기간이 끝나고,


조리원 천국에 입성했다.

(산후 조리원을 곧 천국이라고 부른다.)

(신생아도 봐주고 밥도 주는 천국)

ㅋㅋㅋㅋ




조리원은 어떤 곳일까?


기대감에 부풀어 배정받은 방으로 향했다. 


조리원에 들어가는 날이 주말이라


남편과 함께 조리원에 입소했다.





출산 가방으로 챙겨간 캐리어를 방에 넣어두고


남편이 방을 둘러보는 사이,


조리원 선생님이


나에게 뚜벅뚜벅 걸어오신다.





"주말이라 원장님이 안 계셔서 제가 왔어요."


딱 봐도 다크서클이 광대까지 내려온


조리원 선생님이 퉁명스럽게 얘기했다.





이어서 산후조리원 생활 안내를


종이에 적힌 대로 차근차근 읽어주셨다.

(저 한글 뗐어요...^---^)




안내가 끝났다.

(제발 휴식 좀....)






이어서 한마디 하신다.


"산모님~ 가슴 좀 볼게요."


대꾸를 할 틈도 없이


 조리원복 단추를 풀어


가슴을 만지기 시작한다.


응??!!!

ㅋㅋㅋㅋㅋㅋ


(내 가슴이 아기 젖병으로 전락하는 모먼트)


(직감했다. 이곳에선 가슴이 공공재가 된다는 걸...)






"엄마 모유수유 잘하겠네~ 100점짜리 가슴이야~"



존댓말과 반말이 섞인


조리원 선생님멘트.


100점이라 하니 기분은 나쁘지 않은데


심장이 탈출할 듯이 펌프질을 시작한다.


(묘하게 혈압 상승 중 ㅋㅋ)







"유축기 사용 방법 알려드릴게요~"

(*유축기: 직접 아이에게 젖을 물리지 않는 경우,

유축기를 사용해 젖을 짠다. 젖병으로 모유를 옮겨담아주는 역할을 하는 기계다.)

(**조리원에서 산모가 젖소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모유수유 하는 산모의 베스트 프렌드)



모든 과정이 일사불란하게 진행 됐다.


내가 이의를 제기할 찰나의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나는 조용히 조리원복을 부여잡았다.


"아니~ 단추 그대로 풀고 앉아요!"





조리원 선생님이 내 가슴을 잡더니


유축기를 가슴에 가져다 댄다.


 



선생님은 현란한 손길로


유축기 압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유축 방법 설명에만 집중하셨다.






그런 선생님과는 달리


나는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남편의 시선이 어디에 있는지가


 신경 쓰일 뿐이었다.


(쿨럭)







영겁 같던 유축기 사용 설명이 끝나고,


잠시 평화의 시간이 찾아왔다.


긴장이 풀렸는지, 회음부 통증도 느껴지고,


젖 도는 느낌도 나면서 기분이 다운된다.




"후......"


조용히 고개를 떨군다.


내 퉁퉁 부운 발이 눈에 들어왔다.


(코끼리 발이눼....)


(뿌우~~)










조리원은 내가 생각에 잠길 틈도 허용하지 않았다.






"띵동~"


"산모님~ 모자동실 시간입니다~~"






아기가 처음으로 내 방에 들어왔다.


입원실과는 달리


호텔 느낌의 아기자기한 방에서


아기를 마주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귀여운 아기 발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 전 내가 본 퉁퉁 부운 내 발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제 막 세상의 빛을 본 아기의 발은


귀엽기 짝이 없었다.

발이 너무 부어 슬리퍼에 낀 자국이 선명하다. 호르몬 영향인지 두드러기같은 게 올라와 가려운 내 발과 달리, 뽀송한 신생아 발 ㅋㅋ



(이 사진만 보면 글로업이란 작가는


돼지인가 싶겠지만,


나는 임신 전에 키 166cm에 47kg의 마른 체형의


인간이었다. )


(물론 지금 그렇다는건 아님 주의 ^-^ )





잠시나마 우리 셋만의 시간을 보냈다.


"신기하다. 손가락 좀 봐~"


"배냇짓한다!! 눈도 못 뜨고~"



새 생명이 우리에게 주는 기쁨이 이런 거구나.


몸은 힘들었지만,


신생아의 몸짓 하나하나에


시선을 집중하다 보니


몸 아픈걸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맞아... 이게 바로 조리원 천국이지!

(응..... 아니야....^-^)








띠디디디 딘 띤!  띠리리 딘 띤~~

(페이스톡 오는 소리)



남편의 폰이 울린다.


아버님과 어머님이 함께


아기를 보고 싶으시다고 페이스톡을 거셨다.


때마침 모자동실 시간이었기에


 아이를 재빨리 보여드리고 그날의 숙제는 끝이 났다.











다음날이 되었다.


남편은 출근을 해야 하는 데다,


코로나시국이라 조리원을 떠나야 했다.


(한번 나가면 다시 들어올 수 없단다.)


(오예 ㅋㅋ 코로나님 감사합니다 ㅋㅋ)


 (절 받으소서~ 넙죽!)











남편이 퇴소를 하고 나니


방에서 수유를 자유롭게 할 수 있었다.


나만의 세상이었다.





행복에 젖은 상상을 해보았다.


이제 사육받듯이 주는 밥 먹고


가슴마사지에, 산후마사지에,


아이와 둘만의 모자동실 시간에.. 낄낄


생각만 해도 행복이 몰려왔다.











행복한 상상과는 다르게


그날 새벽 온몸에 오한이 왔다.


몸이 뜨거운 느낌이었다.


"코로나인가?"


챙겨간 체온계로 체온을 쟀는데


다행히 체온은 정상.




젖양을 늘리려면 새벽에도 일어나서


유축을 해야 한대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아침이 되었다.


 예약되어 있던 가슴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오한이요? 그거 젖몸살 증상이에요 산모님~~"

(*젖몸살: 유선이 발달하면서 가슴이 부풀며 열이 나고,

가슴에 심한 통증이 동반되는 현상)


(누군가는 젖몸살이 출산보다 더 아프다고 했다.)


(크헉)







모유실장님은 호탕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조리원 들어와서 남편 없다고 질질 짜는 산모도 있고,


산후우울증 와서 맨날 퍼 우는 산모들도 많아요~


아는 언니다 생각하고 힘든 거 있으면 여기 와서 털어놔요~"



그녀의 목소리에서 뭔지 모르게 힘이 느껴졌다.

(그녀가 사용하는 어휘들 남달랐기 때문인듯 ㅋㅋ)





"산모님 대단하시다~ 6개월 완모 생각하신다니~"

(*완모: 완전 모유수유.

분유를 먹이지 않고, 모유만 먹이는 것)




"요새 조리원에서 단유 많이 하거든요."

(*단유: 모유수유 중단하는 것)



그녀가 여러 가지 설명을 늘어놓다 나에게 질문했다.




"아기는 몇 킬로예요? 잘 먹어요?"



실장님 질문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실 나의 아기는


 4킬로가 넘게 태어났기도 했지만,


태어나서부터 다른 신생아들이 젖 먹다 잠들 때


이 친구는 잠든 역사가 없었다.


두 눈 부릅뜨고 양쪽 15분씩 30분은 기본으로 먹었다.


(젖 먹기 입시가 있다면, 서울대 진학 가능 ㅋㅋㅋ)






내 설명을 들은 모유 실장님이 박수를 친다.


"와~~ 진짜 대단하다. 애도 엄마도 만점이네요!"


"산모님은 완모 가능하겠어요! 파이팅!"



그렇게 우리는 다음번을 기약하며


즐거운 대화를 마쳤다.











남편이 나가면 잠잠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어머님은


남편이 퇴소한 뒤에도 안부전화를 거셨다.




"글로업아 아이 좀 보여주거라~"


"아이는 젖은 잘 먹니?"


"네 그럼요. 다른 아이들은 먹다 잠들면 깨우는 게 일이래요."


"그런데 제 아가는 30분은 기본이고 더 길게 먹기도 해요."





"아무래도 니 젖양이 부족한가 보다."






응? 젖양???!!!


나 글로업양인데 젖양은 누구여?


젖소 친구래??!!!!


뭔 소리래 저게....











어머님의 사랑은 조리원 기간 내내 이어졌다.


아이는 잘 자는지도 물으시고,

(잠만 자는 신생아이거늘 ^^)


내가 편안해야 한다고도 덧붙이셨다.

(전화 오는 게 제일 불편합니다만...)



그리고 매일같이 빠뜨리지 않고


모유수유 진행상황을 체크하셨다.








하루는 모자동실 시간에


아버님과 함께


 페이스톡을 거셨다.


"오늘도 젖은 잘 먹니?"


"그럼요~"

(잘 먹는다구요... 그만 좀 물어보세요....)




"시간도 여전히 길게 먹니?"


"네~ 보통 30~40분 정도 먹어요."





"아무리 생각해도 네 젖양이 부족한 게 맞는 것 같다."


????!!!!!


아버님이 옆에 계셔서 다급해진 내가 한마디 했다.


"아~ 어머님,

조리원에 모유 실장님도 계셔서 걱정 안 하셔도 되세요."



"아니 근데 내 생각에는 네 젖양이 부족한 것 같아서..."


(끊어내려는 자와 계속 말하려는 자.... ㅋㅋㅋ)



아버님을 옆에두고 이어지는


젖타령에 불편해진 나는


황급히 마무리 멘트를 날리고


페이스톡을 끊었다.





아버님이 옆에 계시는데 젖타령이라니

(국악인도 울고 갈 타령인 듯ㅋㅋㅋ)


알 수 없는 감정이 휘몰아쳤다.






평소에 멘탈 하나는 강하다고 자부하던 나인데,


산후 호르몬 때문이었을까?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다음날, 젖몸살이 심해져서


모유실장님을 또 만났다.


나의 안부를 물으시는 실장님에게


 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했다.






"실장님, 저 젖양이 부족한 건가요?"


"아니요? 신생아실에서 유축량이 적데요?"






"그게 아니고 시어머님이 전화하실 때마다 젖타령을 하셔가지고..."


"젖타령? 무슨 젖타령??? 다 말해봐요."






"애가 길게 먹는다니까는


무리 생각해도 네 젖양이 부족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잠시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모유 실장님이


마사지에 사용하던 수건을


침대에 패대기치듯 던지셨다.

(와오... 짱 멋있... 걸크러쉬 ㅋㅋ)




"아놔... 내가 성깔이 더러워서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아? ㅋㅋㅋ 실장님.... ㅋㅋㅋㅋㅋ)


"시어머니 가슴 전문가래요?"


"산후에 가만히 놔둬도 우울증 오는 산모님들 허다해요~~"


"산모님 매번 웃는 얼굴이라,

그런 얘기 들었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는데..."


"정신 나간 아줌마네! 그 아줌마!!!!"


"내 연락처 시어머니한테 주세요 진짜로!"


"내가 설명해 드릴게~ 며느리 젖타령 그만하라고!"


"만점짜리 며느리를 두고 젖타령을 하고 난리야!!!!!"


"내가 예상컨대

아마 그런 시어머니 치고 모유수유 제대로 한 사람 없을걸?"



모유실장님의 대리분노로


내 속이 좀 시원해졌다.






실장님이 진심으로 내 상태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어머님께 말씀드렸는데도 안되면


본인 연락처를 주라고


명함까지 주셨다.

ㅋㅋㅋㅋ


본인이 뒤엎어버릴 거라고 열불을 내셨다.


(호탕함 그 잡채)

ㅋㅋㅋ







그 이후,


전문가의 설명을 전해 들은 어머님은


불행인지 다행인지 수긍하셨다.


모유실장님이 판을 뒤엎을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심 아쉽 ㅋㅋㅋ)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실제로 시어머니는


본인이 모유수유를 제대로 하지 못했었다고...



모유 실장님, 그녀는 도사였나보다.



(후비적)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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