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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Sep 12. 2024

출산하고 돌아온 며느리에게 소리 지르는 시어머니

조리원 퇴소 첫날이 길다.



신생아와 산모가 있는 집에 울린


초인종 소리의 주인공은


제주도에서 우리와 신혼여행을 함께했던


막내 시이모부부였다.






코로나19 시국이었지만,


시할머니, 시부모님, 시이모부부, 아가씨까지


시댁식구들이 우리 집에 모였다.


(바글바글)


(내 마음은 부글부글)






시이모부부는 환한 미소와 함께


우리 집에 입장하셨다.


꽃바구니 함께.



나는 출산 후에 남편으로부터


진심으로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와 함께


꽃다발을 받고 싶었다.


(신생아가 있으니 꽃가루 없는 꽃다발로 ㅋㅋ)


(매우 디테일함)

ㅋㅋ







남편은 이런 이벤트에 약한 사람이라

(프로포즈도 개똥같이 한 사람 ㅋㅋ)


내가 조리원에서 돌아오는 날,


풍선으로 가득 찬 집에서


꽃가루 없는 꽃을 달라고


나의 로망을 직접 읊어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프로포즈 망친 거 복구할 기회드림 ^-^)







하지만 그의 기억력은


알코올 수준으로 휘발성이 강해서


듣는 족족 잊어버린다.


(이것도 능력이다 정말 ㅋㅋ)





그런데 조리원 퇴소와 함께


풍선이 아닌 시댁식구로 가득 찬 집에서


남편이 아닌 시이모부부가 주신 꽃바구니


받게 되었다.







시이모부부가 들고 온 꽃바구니를 본 남편이


내 말이 떠올랐는지,


한마디 한다.





"나 대신 사 오셨네...^^"

(니 인생도 대신 살아달라고 그래라...ㅋㅋㅋ)




"어차피 같은 꽃이니까...."

(같은 말을 해도 이 좌식이....)



말꼬리를 흐리며 남편이 내 눈치를 본다.


시댁식구들이 한가득이라


하고 싶은 말을 목구녕 뒤로 삼켰다.


(꼬~~     ~악)


(크헙)



(잘 안 넘어감 ㅋㅋ)










"이야~ 글로업아 축하한다."


"이제 너희들이 부모가 됐네~!"


"언니~ 우리 애 낳던 때 생각난다 그치?"


"ㅇㅇ이 신생아 때랑 닮았지 않아?"


"ㅁㅁ이 모습 같은데?"




알 수 없는 그들만의 대화가 오간다.


오늘에서야 조리원에서 나왔는데...


방에 들어가서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글로업아, 피곤하면 들어가서 쉬어라~"


내 마음을 읽었는지 시이모가 말씀하셨다.


드디어 희소식이다!

(오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글로업아 몸은 괜찮니?"


다른 이가 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탈출 실ㅋㅋ)


(에라잇)





그 질문을 시작으로 산모 청문회가 시작됐다.

(국정감사보다 빡센 시댁 청문회)



결국 질문 덫에 잡혀


소파에 그대로 붙어있을 수밖에 없었다.


(살려줘....)





 







얼마나 담소의 시간이 흘렀을까.


도넛방석 위에 앉은 나는 앉아있는 게 버거워졌다.






조용히 시계를 바라본다.


오후 8시가 넘어간다.


아이를 목욕시킬 시간이다!


(드디어 내 삶의 광명이 찾아오는 시간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기 목욕 용품들을


거실로 꺼내오고 있었다.




조리원 퇴소 전에 교육받은 대로,


거실에서 아이를 씻기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시댁식구들은 사람도 많고


당연히 거실에서 목욕을 시키면


시댁식구들에게도 나름


즐거운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왜 그들의 즐거움까지 생각을 했을까 ㅋㅋ)


(돌이켜 생각하니 난 배려의 아이콘인가?!)


(바보인가 ㅋㅋ)


(후자인 듯)


(켁)











아기를 목욕시켜야 한다는 말과 동시에


시어머니가 화장실로 향하셨다.






나는 목욕 용품이 빠진 게 없는지


거실에서 체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온 집안이 어머님 목소리로


가득 찬다.









"아기 엄마, 뭐 하고 안 들어오냐!!!"


"빨리 들어와라!!!!!"


(멘트만으로는 음성지원이 되지 않아 아쉬울 따름이다.)


화장실을 넘어


집 전체를 쩌렁쩌렁 울릴 만큼 큰소리로


어머님이 나에게 소리를 지르셨다.






날카로운 목소리가


귓구멍을 관통해


심장까지 후벼 파는 기분이었다.


(직접 들어봐야 아는데...)


(아쉽 ㅋㅋ)







거실에 있던 나는


도넛방석에 주저앉았다.

(이 와중에 도넛방석 사수 ㅋㅋ)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옆에 앉아있던 남편에게


얼른 가서 상황을 파악해 보라고.


혹시라도 화장실에서


아기를 씻기겠다고 하시면


당신이 어머님과 같이 씻겨달라고,


난 어머님과 같이 못하겠다고 얘기했다.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의 충격이었다.


남편이 자리를 떠나고,


또 한 번 소리를 지르신다.


"애기 수건은 어디다 두고 안 가져오냐!!!!"


(와나... 엄마 보고 싶네 ㅋㅋㅋ)


(엄뫄....)





온몸이 바들바들 떨린다.


옆에 계신 아버님께 수건 전달을 부탁드렸다.












한참을 앉아 생각을 했다.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왜 어머님이 나서서


물 받으러 가셔서소리를 지르시는 걸까?

(알아서 순서대로 할 거였는데...)




그리고 난 오늘에서야 조리원에서 퇴소한 산모인데,


내가 날아다니면서


보조 맞추기를 원하시는 걸까?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를 며느리로 들이셨어야...)





답을 내리지 못했다.


(지금도 못 내렸다. ^-^)







그러다 문득 주변을 스윽 둘러보았다.


나 말고 나머지 사람들은 너무나도 평온했다.



'왜 어머님이 소리를 질러도 아무도 반응이 없는 걸까?'



또 혼자만 물음표 천만 개다 ^ㅗ^


항상 답은 찾을 수 없는 물음표 ㅋㅋ










그 사이 아 목욕이 다 끝났다.


남편이 아기를 수건에 감싸서


거실로 나와


닦아주고 있었다.





나는 그때까지도 패닉에 빠져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다.






"뿌에에에에엥"

(배고프다고오오오오오!!!)





아기가 우렁차게 울어재낀다.


보통 목욕을 마치면


바로 이어서 수유를 하는 시간이다.





그새를 못 참고 모유파이터


우리 아기가


울기 시작한다.






그때였다.


아직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으신 어머님.


어머님이 한번 더 소리를 지르신다.



"누가 애기를 울리냐!!!!!"



아???!!!

(나 안 때렸는데?? ㅋㅋ)

(나 계모 아닌데... ㅋㅋㅋㅋ)

(애는 원래 그냥 우는 거 아이가?)

(울리긴 누가 울려....ㅋㅋ)

(다행이다 남편이 애 안고 있어서^ㅗ^)

휴우 ㅋㅋ











산후도우미가 오기까지 2박 3일이


3년처럼 느껴졌다.




제발 가실날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신생아랑 둘만 남아도 괜찮으니


다 가셨으면... 했다.













시간은 어찌 됐건 흐른다.


드디어 시댁 식구들 모두가 떠났다.


진짜 온 집안을 방방 뛰어다니고 싶을 지경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휴대폰이 울린다.

(불길)



(아마 이쯤부터 시작된 것 같다.)


(전화 알러지)



ㅋㅋㅋㅋ





전화 주인공은 시아버지였다.



시아버지가 나에게 부탁할 게 있다고 운을 떼셨다.



"오셨던 손님 한 사람 한 사람


모두 감사하다고 전화 돌려라."





눼????!!!!!

누가?? 누구한테 감사해???

오셨던 분들??

한 사람 한 사람????





다음 편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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