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로업 Sep 19. 2024

시어른 앞에서 모유수유를?

내 가슴은 공공재인가?



시댁의 연락 지옥과 함께 오픈된 서비스는


 방문 서비스였다.




사랑이 넘치는 시댁식구들은


영상통화, 사진, 동영상을


매일 전달받는 것도 모자라


자주 우리 집에 찾아오곤 했다.










"다음 주에 너희 집 근처 병원 갈 일이 있는데"


"대학병원이라 조심스러워서 병원 가기 전에

하룻밤 자고 애기 좀 보고 가려고^-^"


(버스 타고 오신다면서요... 그냥 병원만 가시지...)




코로나가 무색하게


아기와 산모가 있는 집에


산모 의지와는 관계없이 방문하는 서비스다.  





게다가 집에서 주무시고 가시는 건


기본 옵션.


(아가씨 집도 우리 집과 멀지 않은데,

아들 집이 편하다고 꼭 우리 집에서 주무신다^ㅗ^)


(원룸으로 이사각 ㅋㅋ)












시댁의 방문은 시부모님 뿐만이 아니었다.


시이모 부부도 자주 방문 하셨다.




당일 통보를 하고 오는 경우도 더러 있었다.




심지어 시이모 동서를 데리고 오신 적도...^^


(가족의 경계가 어디까지인 건지...)


(쿨럭)









그렇게 신혼 2년 동안 코로나19였음에도


시댁과 만난 횟수는 30번^ㅗ^

(다시 생각해도 아찔...)



코로나 아니었으면 300번쯤 만났으려나?

(갑자기 코로나시국이었음에 감사하네 ㅋㅋ)


(후비적)









사실 시댁식구들이 방문을 하는 경우보다


더 불편한 게 있었다.





우리가 반대로 시댁에 가는 경우였다.





시댁에 가면 우리 집에 오셨을 때보다  


이해되지 않는 상황들이 자주 벌어졌다.







그중 하나가 모유수유 사건이었다.






우리가 시댁에 떴다 하면


그 소식을 듣고


시댁식구(시어머니 형제와 시할머니)


총 출동하는 조직력을 갖추고 있는게


우리 시댁이었다.


(군대인가?ㅋㅋㅋ)

(시어머니: 총사령관)

ㅎㅎ






아이를 장난감 삼아


시댁 식구들만의


즐거운 시간이 한바탕 펼쳐지곤 했다.




그 시간이 끝나고,


아이의 저녁잠 시간이 돌아왔다.






아이를 씻긴 후,


나 혼자 조용히 모유수유를 하러


시댁 방 한편의 침대에 걸터앉았다.

(나만의 휴식 타임)




"꼴깍꼴깍..."

(장소가 어디든 잘 먹는 아기^^)

(부럽다 아기 인생 ㅋㅋ)



그렇게 한참을 아기가 젖 먹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남편이 방에 들어왔다.


"이모가 가셔야 한다고 그러시네?"

(응 제발 ^-^)


"근데 아기 보고 가시겠데."


롸???

휴식권 좀 보장해 주라고...

뭐 이런 경우가 다 있노...




수유가 아직 10분 정도 더 남았으니,


수유 끝나고 나면


잠깐 보고 가시라고 전하라며


남편을 내보냈다.





수유를 하는데,


잠기지 않은 방 문과


시댁 식구들의 대화 소리에


신경이 곤두선다.




남편의 목소리가 웅얼웅얼 들린다.


당황한 목소리까지.




'왜 저래 당황을..?!!'


미처 내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방문이 벌컥 열렸다.





수유를 하다 말고 고개를 들었다.


시어머니, 시이모, 남편.


셋이 나란히 서 있다.

(줄줄이 기차여 뭐여....)





당황한 남편은


본인이 죽음의 경계선에 서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낀 건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큰시이모는 내가 수유하는 침대에 걸터앉아서


아이가 젖 먹는 모습을 한참 지켜보다가


인사를 하고 가셨다.


(와나...)


(저혈압 있으신 분??!!)

  

(우리 시댁으로 오세요 ^_^)


(혈압상승 보장해 드림 ^ㅗ^)


(후...)












시이모가 떠나


남편이 방에 남아


자초지종을 설명하려 한다.






이미 설명 따위는 필요가 없어졌다.


눈으로 내 옆에 앉으라는 사인을 보냈다.



남편이


침대 아래쪽에 알아서


무릎을 꿇고 앉는다.




머리채를 쥐고 흔들어줬다.


(어린 시절 오락실에서

스트리트파이터의

조이스틱을 잡고 흔들던 손놀림으로

남편 머리카락 쥐어뜯어줬다.)


후 ㅋㅋ


(그래도 속은 시원하지 않음 주의 ㅋㅋ)










수유가 끝나고 얼굴이 벌게진 채로


복도를 걸어 나오는 나를 마주한 어머님.


어머님이 나를 보더니 한마디 하신다.





"아까 애기 아빠가 하는 얘기는 들었는데, "

(들었는데....??!!!)


"이모가 급히 가셔야 한다고 해서...."

(그래서요?)


"내가 얼른 들어가서 보라고 했다."

(응?)


(뭐 이리 당당하노...?!)

(응급실이라도 가셔야 했나봐여?!!...^^)

(그전까지도 마음껏 보셨는데....)

(그걸 지금 변명이라고...)



몸이 부르르 떨리며 화가 나는데


깃털만큼이나 가벼운 변명을


듣고 나니


대항할 힘이 오히려 쭉 빠졌다.




물 한 모금을 마시며 하고 싶은 말을


조용히 삼켰다.


(꾸엑)


(켈룩)


(체함 ㅋㅋㅋ)









내가 시댁의 잦은 연락과 방문,


그리고 비상식적인 일을 겪었을 때,


 입을 쉽게 떼지 않았던 이유가 있다.




나와 남편을 소개해준 분은


시이모였기 때문이다.


(모유수유를 지켜본 큰시이모가

바로 소개 주선자다.)

(응??!!)





내가 초등학교 때부터


교외 활동을 하던 곳에서


나와 남편의 사촌동생은 같이 활동을 했고,


큰시이모와 우리 부모님은


그 활동을 중심으로


부모님들끼리


교류를 하며 서로 알게 된 사이다.




활동이 끝나고도,


내가 성인이 될 때까지 


연락을 이어가던 끝에


 시이모의 제안으로


남편을 만나게 되었고,


결혼까지 오게 되었던 것이다.





그 말은 곧,

  

시이모는 나의 어린 시절부터


쭉 나를 봐온 사람이자,


부모님의 지인 ^-^


(사실 부모님은

우리 시댁을 자매들끼리

우애가 좋다는 정도로만

 인식을 하고 계셨었다고 한다.)




그래서도


나는 시댁 식구들이


나를 불편하게 하는 부분에 대해서


말을 쉽게 꺼내기가 어려웠다.





아무래도 내 주장을


먼저 세게 하기에는 


부모님 얼굴에 먹칠을 하는듯한


느낌 때문이었다.










시이모가 우리를 소개해주고


함께 만났던 어느 날,


시이모는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하셨다.





"글로업은 내가 어릴 때부터 봐왔지만,


다른 애들이 싸우고 할 때도 싸움을 하지 않는 애였어."

(근데 이제는 싸움하고 싶어졌... ㅋㅋㅋ)

(속닥속닥)


"온순하고, 착하고 똑부러진 아이였지."

(똑부러진 모습도 좀 보려드리고 싶네요...)

(좀만 기다려보세요 ㅋㅋ)







그랬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누군가와 대립하고, 싸우는걸


누구보다 싫어했던 사람이었다.





나는 그저 내가 정한 시간 동안  


내가 시댁을 배려하는 노력 하면서


시댁이 먼저 변할 시간을 주기로


다짐했을 뿐.




내가 초반부터 화를 내거나


입바른 소리를 했을 때,


그 비난이 나와 내 부모님을


더럽힐 것이란 생각에


당분간은 지켜보기로 한 것이다.




아직 내 안에 있는 힘을


시댁 식구들에게는 숨겨두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모르는 시댁은


또 다른 질주를 시작한다.




다음 편에 이어서!

이전 10화 시댁 연락 지옥 오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