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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업 Sep 16. 2024

시댁 연락 지옥 오픈

나는 시댁 부자다.


조리원 퇴소 후에


우리 집에 오셨던 시댁식구 모두에게


한 사람 한 사람


감사전화를 돌리라는 시아버지.


(가정단위도 아니고, 한 명씩 ^ㅗ^)





신생아 밤샘 수유로 몸이 너덜너덜한데


잠 시간까지 쪼개서


감사전화를 돌리고


혼자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홀짝)





이게 바로 시댁 연락 지옥문이


오픈되는 순간이었다는 걸


그땐 미처 알지 못했다.








"따르르릉~~"


"뿌에이에이에에엥"




새벽 수유에 지친 내가


아침깊은 잠을 잘 때면


출근 전, 남편 휴대폰으로


어김없이 시아버지의 모닝콜이 온다.


(나 호텔에 사는 거였어? 몰랐네 ㅋㅋ)




"애기는 자냐?"

(아버님이 방금 깨웠잖소!!!!)

ㅠㅠㅠㅠㅠㅠ








주말에 심할 땐 


전화가 7,8 통도 왔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종소리를 울리고 개에게 주는 걸 반복하니,

나중에는 종소리만 울려도 개가 침을 흘리는 실험)




남편 휴대폰이 울리면


 숨이 턱 막혔다.

(설마 또??)

(마는 곧 현실이 된다.)



"애기 키는 몇 됐니?"

"오늘은 어디 놀러 가니?"

"애기 고기 좀 많이 먹여라."

(네... 소고기 안심으로다가 대접 중입니다만...)




내 삶에 누군가가


CCTV를 켜고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까지 했다.


(섬뜩!)


(쩝)









남편 야근으로


평일에 나 홀로 저녁육아를 할 때


예외란 없었다.





등센서가 발달한 신생아를 겨우 재워놓고


밥 한 숟가락 먹으려는데,


어머니 연락다.

 

"애기는 자니?"

(시댁 공식 멘트인가봉가?)


"애기 잘 때는 너도 좀 쉬고 그래라~"

(지금 못 쉬게 하고 계십니다만?!)




그 사이에 아이가 깼다.


(깊은 빡침이 단전에서부터 솟아오른다.)


(먹지도 못한 밥에 애꿎은 숟가락을 힘껏 쑤셔 넣었다.)


(밥: 난 무슨 죄냐고!!!!! ㅋㅋㅋ)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님 연락이 왔다.




"100만 원 줄 테니까,


앞으로 매일 영상통화 해주고


사진, 동영상도 보내라."


(응????!!!!)


(100만 원에 계약 체결인 건가?)


(게다가 기한도 없음)


(뭐 이런 계약이 다 있다냐....)








그날 밤,


 처음으로 남편이랑 큰소리를 내며 싸웠다.





차라리 100만 원 조건을 안 붙이고


요구만 하셨으면 기분이 덜 나빴을 거라고.




그간 손주 보고 싶어 하는 마음을 백번 이해해서


내가 불편하고 힘들어도,


다 사랑일 거라고


나를 다독이며


시댁 식구들을 배려했었다.


그런데 그 노력이 돈으로 메겨지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사실상은 그간의 노력도 아닌, 앞으로의 노력값 100만 원)


(^ㅗ^)








나는 학창 시절도, 직장생활도


FM 모범생이었던 데다 



나의 결혼 전 로망은,


고부갈등 없는 삶이었기에


오히려 오기가 생겼다.




내가 정말 매일매일 시댁 요구에 맞춰주면


시월드도 사람 사는 곳인데,


나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고


나를 달리 대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매일같이 시댁에 연락드리고,


연락이 오면 몇 번이고 받았다.




나의 노력의 시간이


하루하루 쌓이자


어머님이 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일이 많아졌고,


시댁식구들의 칭찬이 자자했다.


"주변에서 며느리 잘 얻었다고 한다."




신기하게도


시댁 식구들과 매일 연락을 하니


조금씩 이 생기는


 느낌을 받는 순간들도 간혹 찾아왔다.





나의 노력의 시간이 더 쌓이면


서로의 마음이 통하는 순간이 오려나?


그때가 되면 시댁과 진짜 가족이 될 수 있을까?


조금의 희망도 가져봤었다.

(과거형 ㅋㅋㅋ)









그런 시댁 식구들과


마음 통하는 순간이 오기 전에


나는 깨달았다.




나는 그저 시댁의 요구에 맞춰서


아이를 촬영하는


1인 제작 불과하다는 것을.





처음엔 내 아이의 예쁜 모습을 카메라에 담다가


어느 순간에는 시댁 전송용 사진과 영상을


일부러 제작하고 있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현타.... ^ㅗ^)










남편이 출근해서 회사의 임금 노동자로 일을 할 때,



나는 일같이 시부모님께 각각 연락을 드리고,


1인 제작사에서 시댁 맞춤으로 찍은


아이의 사진과 영상도 전송하며


무임금 노동자의 삶을 살았다.

(흡사 사노비 생활ㅋㅋㅋ)

(쿨럭)




내가 보낸 사진과 영상은 실시간으로


시이모와 시할머니가 계신


단체톡방에 전송됐고,


꼬박꼬박 들려오는


시부모님과


시이모 부부의 피드백에


신생아 육아보다 더 큰 피로감이 몰려왔다.


(심지어 나는 그 톡방에 없다.)


(따로 연락이 올뿐^--^)










시어머님은 나의 노동력으로


시이모들에게도 인심을 쓰셨다.


"글로업아~ 이모들도 아기 보고 싶어 하시니


영상통화 좀 해드려라."










시어머니와 시이모들은 우애가 깊었다.


시할머니, 시어머니, 시이모


이렇게 모녀간의 여행도 자주 다니는듯했다.




언젠가 여행지에서 큰이모로부터 연락이 왔다.


"글로업아, 우리 골프 치고 지금 씻으러 가는데,


6시 45분에 영상통화 좀 걸어주렴..."


(우.... 콜서비스?!...^^)


(이럴 거면 내가 콜센터로 취업했지 ㅋㅋㅋ)


(시월드란 곳에는 시댁식구들의 시간표만 존재할 뿐,


나와 아기의 시간표는 없었다. ^^)





그럼에도 나는


나의 속마음은 꾹 눌러둔 채로


모든 요구에 순종했다.




내가 시댁에 맞추면 


시댁로부터


 칭찬과 함께


또 다른 요구가 이어졌다.


그로 인해 내 삶에는 어두움 한 스푼이 추가되는


반비례 그래프가 그려졌다.




그럼에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나는 시댁의 요구에 대부분 맞췄다.


나의 노력이 시댁과의 관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하는 마음 때문이었다.










매일 나의 연락


며느리와 손주에게 사랑의 인사를 전하는


시댁의 서비스는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또 다른 서비스와 함께 이뤄졌다.

(다음 편에서 공개)




그리고 내가 시댁에 유독 순종했던 이유


함께 밝혀진다.






커밍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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