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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탐가 Apr 02. 2019

대표는 외롭다

카페일상 #5   대표가 외로운 이유

어느 날, 아는 지인이 찾아왔다.

지인은 스타트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으로 기업을 운영한 지 2년을 넘겨 열심히 달리고 있다.

우리 회사와 함께 기획 작품을 만들기 위한 회의 자리였는데

정작 그는 기획 아이디어 회의보다는 자신의 마음을 토로하기 급급했다.


"대표님은 괜찮으세요?"


"예? 뭐가요?"


"회사 운영이나, 직원들과의 관계요?"


"음~ 어렵죠."


내가 그의 말에 공감하자마자 그는 마치 봇물 터지듯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대표 자리는 외로운 거 같아요.

창업부터 함께 했던 친구가 옆에서 든든한 힘이 되어 주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꾸 외롭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표가 외롭다.'


그 말에 나 또한 상념에 빠졌다.

하긴, 나도 경영에 뛰어들면서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대표 자리는 중요한 문제이든 소소한 문제이든 결정하는 자리다.

사실,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자칫 결정을 잘못 내렸다가는 회사에 타격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신중해야 한다.

또 너무 신중하다 보면 결정을 못하고 시간만 잡아먹을 때가 있다.


적절한 타이밍과 지혜롭게 선택할 수 있는 결단력이 필요하다.

그 결정을 할 때 주위의 조언을 받을 수는 있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또 그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도 대표이다.


나는 직원들과 많은 것을 공유하고 함께 결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외롭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표는 책임감이 주어진 자리다.


책임감의 무게만큼 외롭다.

또 그만큼 직원들이 잘했을 때 그 공로가 돌아오기도 한다.


이래 저래 대표란 자리를 묵상하고 있는데,

아는 지인이 나의 상념을 깨며 말을 이어갔다.


"저 아시는 대표님이 그러시던데 월급날만 되면 옥상에 올라가서

출근하는 직원들을 바라본대요."


"왜요?"


"직원들을 보면서 마음을 다지는 거죠. 이번 달도 무사히 넘겼구나! 그러면서 다음 달도 무사히 넘기길 기도하는 거죠. 어찌 됐든 그들의 생계의 무게가 자신에게 실려있으니까요."



대표들의 고민은 크기에 상관없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생각을 하며 말을 이어갔다.


"책임의 무게만큼 영광의 무게도 있겠죠.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자만이 왕관을 쓸 자격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스타트 기업으로 이제 막 3년 차로 접어들고 있는 두 대표가 이런 이야기를 나누는 거

자체가 참 우습다는 생각도 해본다.

우리는 헤어지며 최소한 3년이 지나고~

3년의 무게를 견뎌낸 후에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자고 했다.


대표가 외롭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참 맞기도 한 말이고

또 틀리기도 한 아이러니한 말이다.


왜냐면 난, 우리 직원들을 통해서 많은 위로를 받고 위기를 넘기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또 중요한 결정을 최종적으로 내릴 때는 외롭다는 생각도 한다.

비 오는 날, 널뛰기하듯 왔다 갔다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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