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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9일/ 지겨움에 대항하는 첫걸음

# 지겨운 일이 즐거움이 되는 시간은 반드시 온다.

by 글탐가
일어나라 빛을 발하라 (사 60:1)
하나님께서 영감을 주시는 시발점은 우리의 도덕적(전인격적, 자발적) 선택입니다. 따라서 죽은 나무토막처럼 누워 있지 말고 뭔가 해야 합니다. 일어나 빛을 발하면 지겨운 일들이 거룩하게 승화됩니다.

지겨운 일은 어떤 사람의 인격의 고상함을 가장 확실히 드러내는 시금석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이상과 가장 거리가 먼 일로써 그 사람에게는 가장 천하고 사소한 일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러한 일을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바로 우리가 참으로 영적인 사람인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지겨운 일 가운데 주의 빛을 보기를 원한다면 하나님의 영감을 받고 그 일을 대해야 합니다.

-오스왈드 챔버스 365 묵상집 중에서 발췌-

보통 글을 쓰는 일을 '엉덩이 싸움'이라고 한다.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이든, 쓰지 못하는 시간이든, 엉덩이를 얼마나 오랫동안 책상 앞에 붙이고 앉아 있느냐에

따라 글이 완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이 잘 써질 때는 '엉덩이 싸움'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두, 세 시간이 후딱 지나가고, 그래서 그 시간이 지루한 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정말이지 '엉덩이 싸움'은 지루한 전쟁이 된다.

결국, 그때 수많은 작가들이 엉덩이는 붙이고 앉아 있되,

어느 순간 인터넷 서핑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또 그 시간이 너무 후딱 지나갔음에 자존감이 하락하는 경험을 많이 한다.


글 쓰는 작업이 '엉덩이 싸움'이라는 이름까지 붙은 것은

그만큼 그 작업이 지겨운 작업이라는 얘기일 것이다.

가끔씩 글이 너무 잘 써질 때,

기분이 업되어 '자칭 천재'가 아닐까 하며 어깨를 으쓱하다가도

글이 써지지 않을 때는

'나 같은 게 무슨 작가야?' 하며 자신을 바닥에 내팽개치기까지 하는

참으로 꽃만 꽂지 않았지 미친 짓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책상 앞에 오늘도 앉는다.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쓰다 보면 참으로 좋은 점이 많다.

스스로 부족한 것이 뭔지, 또 잘 낼 수 있는 색깔이 뭔지를 알아가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글쓰기는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인 것 같다.

여행은 지루한 시간들이 많다.

차 타고 이동하는 시간, 걸어 다니는 시간, 기다려야 하는 시간...

여행 중에는 이런 지겨운 시간들을 다 겪어내야 한다.

하지만 결국 여행을 다녀왔을 때, 우리가 기억하는 것은 '엑기스 추억'이다.

지겨웠던 시간들이 다 추억이 되고, 또 나빴던 기억도 추억으로 승화될 때가 많다.

글쓰기도 똑같은 거 같다.

글을 쓰는 시간들은 너무 지루하고 지겹다.

하지만 그 지겨운 시간들을 거쳐

창작의 결과물이 나올 때는 정말 기쁘다.

그리고 어느새 지겨웠던 시간들이 잊혀진다.


마치 산고의 고통을 겪고 아이를 출산한 엄마의 마음과 같다.

아이를 품고, 태어나기까지 힘든 시간들을 다 겪어내며,

이제 두 번 다시 아이를 낳지 않으리라 다짐까지 하지만

아이를 출산하고 아이의 웃는 얼굴을 보면 언제 내가 그런 말을 했느냐는 듯

아이를 다시 갖고 싶어 한다.(물론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은 인정한다.)

뭔가 아름다운 결실을 맺을 때,

반드시 따라오는 과정이 바로 지겨움을 이겨내는 시간들인 거 같다.

그것은 인내의 시간들이기도 한다.

농부가 농사를 지을 때도 마찬가지!

농산물을 거둬들일 때까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가?


예수님의 제자를 양성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아는 선교사님이 얘기한 것 중에


"학교를 짓는 일은 쉽다. 돈만 있으면 되니까!

하지만 제자를 양성하는 일은 어렵다. 사람이 잘 변화되지 않으니까!

된 듯하여 보면 내일 또 그 자리이고, 또 변한 듯하여 보면 또 그 자리이다."


이것은 존재 자체로 나의 모습을 사랑하시는 예수님처럼,

존재 자체로 사람(이웃)을 볼 수 있는 나의 훈련이 있어야 비로소 제자 양성이 가능한 거 같다.

모난 돌을 깎이고 깎이는 시간들,

그 시간들을 견뎌내는 것은 참으로 지겹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영혼이 주님을 닮아가는 진정한 제자가 되는 열매가 맺어질 때

지겹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들은 다 추억이 되고, 하늘의 상급까지 더해진다.


뭔가, 장황하게 늘어놓은 거 같지만

날 것 그대로의 글을 내보낸다.

이 글이 훗날, 나 자신에게 좋은 훈계가 되길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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