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6월 17일/비판하지 않는 기질

# 상대방도 나도 힘들었다.

by 글탐가
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마 7:1)
내가 비판할 때마다 나는 나 자신을 정죄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을 향해 비판하려는 잣대를 버리십시오. 언제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또 다른 요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있기 마련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해 제일 먼저 하시는 일은 우리 안의 영적 대청소입니다. 청소 후에는 그 사람의 마음속에 교만이 사라집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없었다면 나 자신이 얼마나 부패한 존재가 되었을까'를 깨달은 후, 나는 나를 실망시키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오스왈드 챔버스 365 묵상집 중에서 발췌-

"아, 도대체 술에 취했는데... 왜 또 술을 사들고 와?!"


제발, 집에서만큼은 술을 마시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얼큰하게 취했는데도 속이 허하다며 소주 한 잔 더 하겠다며 순댓국을 사들고 들어왔다.

구겨진 인상을 펴려고 노력하며 밥상 아닌 술상 같은 상을 차려주며 나는 마음속으로 힘들어했다.


"허하다. 이상하게 다른 사람들이랑 술을 마실 때는 편하지 않아. 그냥, 이렇게 네 앞에서

소주 한 잔 마시는 게 편하고 좋아. 그래서 속이 달래지는 거 같아. 내일이 되면 후회하겠지.

속 쓰리니까."


남편의 취기 어린 한탄을 들으며,


'이 사람은 왜 이렇게 허하게 느끼는 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야기를 들어보기도 전에 마음속으로 남편의 술 마시는 행동을 정죄하기 바빴던

나는 남편의 얘기를 차근차근 들어주었다.


소주 반 병에 순댓국 한 그릇과 이해해 줄 수 있는 편안한 부인.

그리고 위로가 돼 주는 편안한 집.

그는 잠시 기댈 곳이 필요했던 거 같다.

삭막한 사회생활에 긴장감 넘치는 관계들에서 잠시 벗어나 풀어져서 주저리주저리 속내를 풀어놓을 수

있는 곳!

그렇게 이해를 해보니, 제대로 귀를 열어주고 공감해줄 수 있을 거 같은데...

나도 인간인지라, 컨디션이 난조를 보였다.

일단 새벽형 인간인 나는 저녁 8시 이후만 되면 거의 에너지가 없다.

남편이 술을 먹기 시작한 시간이 10시가 넘어서기 시작한 시간이었으니

그 시간 널브러져 있어야 하는데 나는 밥상을 차려야 했고, 또 벌서는 아이처럼 앉아서

수없이 반복되는 똑같은 말을 들어줘야 했다.

힘들고 곤욕스러운 시간이 흘러갔고, 나는 그에게 웃어주기가 힘들었다.

남편은 남편의 마음과 상태가 있고,

나는 나의 마음과 상태가 있다.

누구의 잘못이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어느새, 나의 잣대를 상대방에게 내밀기 시작한다.

그래서 그 잣대로 상대방을 비판한다.


손가락이 상대방을 향했을 때 나머지 세 손가락이 나한테 온다고 한다.

그에게 두 개의 잘못이 보였을 때, 나에게 세 개의 잘못이 있다는 것이다.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 (마 7:3)


어젯밤에 일어난 일을 오늘 새벽에 묵상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는 남편을 정죄한 것에 대한 죄책감에 정죄하고 비판하지 말아야지 했지만

이제 나는 그 일로 인애 나 자신도 정죄하지 않기를 원한다.

그냥, 각자의 컨디션을 인정하고 이해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남편도 힘들었고, 나도 힘들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