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5일/ 하나님을 제일로 두는 습관

# 소소한 삶에 개입하시는 하나님의 신묘막측

by 글탐가
네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그를 의지하면 그가 이루시고 (시 37:5)
-하나님을 고려하지 않는 계획은 하지 말라
-악한 것을 고려하는 계획은 세우지 말라
-염려스러운 일을 고려하는 계획은 세우지 말라

-오스왈드 챔버스 365 묵상집 중에서 발췌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내가 밥해줄게."


"요리 잘하시나 봐요."


"아니. 밀키트로 해줄 거야. 내 별명이 밀키트의 여왕이거든. 나, 밀키트로 요리 잘해."


우리 집에 놀러 오면 밥 해준다는 나의 자신 있는 말에 교회 청년과 나눈 대화이다.

'난, 밀키트의 여왕이야.'라는 나의 진솔한 고백에 우리는 한바탕 배를 잡고 웃었다.


"난, 세상에서 제일 못하는 게 요리야. 요리에 취미도 없고, 관심도 없어."


그렇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난, 사람들에게 요리가 영 젬병임을 고백했다.

그래서인지 우리 교회에서 난 '요리 안 하는 집사님!' '요리 못하는 집사님!'으로

낙인이 찍혀있다. 사람들은 내가 어떤 반찬을 해서 맛있게 먹었다는 고백을 하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걸 집사님이 했다고요?' 하며 놀라기까지 한다.


우리 집에서도 마찬가지다.

작년 추석 때, 시부모님 댁에서 모이던 가족 모임을 올해는 큰 며느리인 내가 하겠다고 나서며

우리 집으로 다 모였다. 그때, 사골국물을 끓이고, 잡채를 하고, 전을 부치며,

여러 가지 요리에 도전하는 내 모습을 보고, 우리 남편이 전전긍긍 불안해하며,


"내년부터는 절대 요리하지 말자! 그냥, 요즘에 주문 많이 하니까, 주문해 먹자!"

라는 소리까지 들었다. 그리고 아이들도 "이 잡채를 엄마가 했단 말이야?" 믿기지 않는다는 듯

놀라는 얼굴로 바라보기까지 했다. 그렇게 나는 요리를 못하는 아내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이자

집사님이었다. 그래서 내가 차선으로 선택한 방법이 밀키트였다.

밀키트로 맛을 내면서, 다른 재료를 섞어 요리를 하면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는다.


"오우~ 웬일이야? 맛있네! 사 먹는 거보다 더 맛있다."


"으음, 그거...밀키트를 베이스로 해서 추가한 거야."


그렇게 나는 다른 사람들도 인정하는 창의적인 밀키트의 여왕이 돼 있었다.

그러는 내가, 요즘 밀키트 요리는 거의 하지 않는다.

그리고 삼시 세끼를 차린다.

아침, 점심, 저녁, 새 밥을 짓고, 멸치와 다시마로 육수를 내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나

콩나물 국을 끓인다.

혈액투석을 하시는 아버님과 꼬리뼈와 발등이 부러진 어머니, 두 분을 우리 집에 모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머니, 아버지가 오시면서 우리 집에 천국이 이루어졌다.

참 신묘막측하게도, 요리를 안 하던 내가 요리를 시작했고(맛은 장담 못하지만),

우리 남편이 술도 마시지 않고, 설거지도 해주고, 음식물 쓰레기도 버리면서 엄청 가정적인

남편이 됐다. 정말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다른 사람들은 어머니, 아버지 모시느라 힘들겠다고 얘기를 하는데

오히려 나는 칭찬도 받고, 또 남편의 사랑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웃음이 났다.

요리를 못한다고 호언장담하던 내가 이제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게 만드시는 하나님의 신묘막측한

일하심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났다.


"하나님 앞에서 절대, 뭘 못한다 소리를 하지 말아야 돼! 못한다 소리를 하면 꼭 그 일을 시키시더라고.

그리고, 봤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하는 거다. 이렇게 웃으시면서 말씀하시는 거 같아."


교회 식구들이 모인 자리에서 나의 근황을 들은 교인들이 또 즐거워하며 웃었다.

그러면서 또 행복해졌다.


"하나님은 어쩜 우리의 삶의 세심한 영역까지 관심을 갖고 세밀하게 만지실까?"


하나님의 일하심과 삶의 관여하심에 감격하는 순간이기도 하다.


요즘 나는 삶에서 하나님을 만나는 순간들이 정말 많다.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음을 계속 고백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아무리 사소하고 소소한 일일지라도 나는 그것이 하나님께서 계획하시고

일하셨음을 고백하며 감사해한다. 그러면 정말 신기하게 그 일이 너무 신묘막측한 일이 된다.

나의 사사하고 소소한 일이 하나님의 개입하심으로 신비한 일이 되었으니

정말 일상이 즐거워진다.


시부모님 덕분에 요즘 우리 가정이 떠들썩하다.

그리고 재미있는 일도, 감동적인 일도, 투닥거릴 일도 많이 일어난다.

그중, 내가 맡은 역할을 잔소리쟁이이다.


"어머니, 그렇게 움직이시면 안 돼요."


"아버지, 휴지는 쓰시고 주머니에 넣고 다시 쓰지 마시고 버리세요."


워낙 부지런히 움직이시던 어머니가 요즘 움직이지 못하시는 것도,

워낙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의 아버지에게 요즘 입안이 헐어 씹던 밥알이 조금 새어 나오게 하시는 것도,

마치 요리를 못하던 내가, 심시세끼를 차리듯, 어머니에게는 쉼을, 아버지에게는 너그러움과 여유로움을

선물하시는 시간인 거 같다.

어젯밤, 잠들기 전 남편과 손을 꼭 마주 잡고 서로 약속하듯 말했다.


"돌아가시기 전까지, 후회 없이 잘 하자!"


남편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도 정말 많아졌다.

아프신 시부모님이 나의 삶에 선물처럼 다가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던 일이다.

이 어찌 신묘막측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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