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집에 방문한 딸아이를 지하철역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교통사고가 났다. 횡단보도 신호가 풀리자 출발했는데 앞차가 멈춰서 내 차도 함께 멈췄는데, 멈추자마자 뒤차가 들이받은 것이다.
사고를 낸 차량의 주인은 앞만 보고 달리는 바람에
내 차가 멈추는 것을 보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다행히 앞차와 내 차는 차 간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삼중 추돌로 이어지진 않았다.
갓길로 차를 세우고 보험사를 불러 사고차량을 접수했다.
내 차는 일방적인 피해차량으로 뒤 범퍼가 부서지고 앞 범퍼도 사이가 떴다.
처음 당한 사고라 어디가 아픈 것을 느끼기 전에 제일 먼저 놀란 심장을 안정시켜야 했다.
보험사 직원이 오고 대인사고 접수까지 마무리된 후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처음에 괜찮았던 내 몸도 밤이 깊어지자 사고 후유증이 나타났다.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결리는 것은 두 번째 문제고 두통이 너무 심했다.
두통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가 되자 진통제를 먹고서야 겨우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서도 머리가 묵지근한 두통의 잔재와 기분 나쁜 허리의 통증이 이어졌다.
처음 당해본 교통사고라 정신없고 당황스러웠다.
사고의 경위를 알고 싶어서 내 차 안의 블랙박스를 확인했다.
블랙박스 안에는 날짜와 시간이 제대로 입력되지 않아서
엉뚱한 날짜로 기록되어 있었다.
일일이 하나하나 다 체크하다 보니 차 안에서 내가 했던 녹음된 모든 말들을 듣게 됐다.
기계를 통해서 듣는 내 목소리는 낯설었다.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에게 이렇게 들리겠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처음엔 재미있게 녹음된 내용을 듣다가 점점 많은 생각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너무 쓸데없는 말을 많이 했다.
안 해도 되는 말들이 많았고,
해서는 안 되는 말들도 있었다.
녹음된 나의 목소리는 너무 낯설었고 또 객관적으로 들어볼 수 있었다.
만약 다른 사람들이 내 말을 들었다면 나는 지금 어떨까?
많이 민망했을 거 같다.
만약 내가 입에 올린 사람들이 들었다면
자칫 기분 나빴을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까지
드니 아차 싶었다.
그다지 유쾌하지만 않았을 거 같은 말들,
교묘히 의도를 숨기고 내뱉은 말들,
안 해도 될 너저분한 말들,
듣고 있자니 민망해서 얼른 블랙박스를 꺼버렸다.
더 이상 사고가 문제가 되지 않는 순간이었다.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허리의 통증이 심하다.
하지만 그보다 마음의 고통이 더 심하다.
이 교통사고로 인해 확인케 된 나의 불의한 말들.
그 불의한 말들이 나를 괴롭힌다.
‘혀는 곧 불이요 불의의 세계라 혀는 우리의 지체 중에서 온 몸을 더럽히고
생의 바퀴를 불사르나니 그 사르는 것이 지옥 불에서 나느니라’ (약 3:6)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 (잠 18:21)
이번 교통사고로 허리의 아픔과 두통이 가장 심했다.
하지만 더 감사할 것은 혀에도 교통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던진 말들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할 수 있고,
불의한 말들이 불처럼 다른 사람을 고통으로 태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무심코 많은 말들을 던진다.
요즘처럼 sns에서 익명과 부캐로 활동이 많은 때에 우리는 우리의 말들이 흘러가는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나의 혀의 강력함을 의식하지 않고 던진 무심한 말 한마디에 상대방은 마치 교통사고를 당한 것처럼 죽을 수도 다칠 수도 있다.
다신 한 번, 혀의 권세를 의식해야 할 때이다.
우리의 삶의 전반에서!